서울대에서 ‘경제학의 백화제방과 이종교배’ 주제 강연

130석 세미나실 200명 이상 몰려… 정운찬 전 총리도 참석
“경제학 이론들 ‘사상사’가 아니라 현실 속에 살아 있어”
‘지적 다원주의’ 강조 “이론 간 백화제방·이종교배 필요”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경제학과)가 14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경제학의 백화제방과 이종교배’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강연은 서울대 경제연구소와 한국사회과학협의회가 공동 주최하는 ‘경제학의 최근동향 세미나’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강연에는 ‘경제학의 최근동향 세미나’가 시작한 이래 최대 인원이 몰렸다. 130석 규모 세미나실에 200명 이상 학생들이 참석해 바닥에 앉거나 서서 듣는 경우도 많았다. 정운찬 전 총리도 참석해 ‘장하준 파워’를 실감케 했다.

이날 장하준 교수는 ‘경제학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그는 학문의 지적 순수주의를 지양하고 ‘지적 다원주의’를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 이론에 경도되기보다 이론 간 ‘백화제방’과 ‘이종교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이론만 가지고는 복잡한 현실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싱가포르도 자유시장주의 모델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토지 90%가 국유지이며, GDP 22%를 공기업에서 생산하지 않느냐”며 “주어진 상황마다 중요한 점이 다르기 때문에 때에 따라 다양한 이론들을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이론들마다 다양한 정치적, 도덕적 입장을 깔고 있다는 걸 이해해야 현실 파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학의 이론들이 단순한 ‘사상사’의 측면에서 다뤄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경제는 사상사가 아니다. 대부분의 이론들이 지금도 살아있다. 설사 지금 틀린 이론일지라도 그것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 예로 마르크스주의가 자본주의에 미친 영향력과 개발주의 전통이 미국 경제에 미친 영향력을 들었다.

한편, 장하준 교수는 1982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해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케임브리지대 교수로 있다. 2003년 고전학파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공로로 ‘뮈르달상’을 수상했고, 2005년에는 경제학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로 인정받아 최연소로 ‘레온티예프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한국경제’,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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