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의 기회를 잡아라> “교육과정 만족도 높아”…인생 목표만 뚜렷하면 성공 가능한 구조

“정책 목표 제대로 추진한다면 전문대학 비상 가능해”

▲ 교내 실습실에서 활짝 웃고 있는 전문대학생들. (전문대교협 제공)

[한국대학신문 양지원 기자]전문대학이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더 이상 4년제 대학에 진학할 성적이 안 돼 억지로 들어가는 곳이 아니다. 전문대학은 학생 적성과 대학 교육, 일자리를 연계한 고등전문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정부의 전문대학 육성방안이 이 같은 날갯짓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개혁, 4년제 대학의 학과 모방 등 여러 위기 속에서도 전문대학은 비상(飛上)할 기회를 꾸준히 노리고 있다.

학부모, “전문대 졸업생이라 불이익 받을까 우려”…교육과정 만족도는 높아 =웅지세무대학을 올해 초 졸업한 정태승 씨(세무행정학과, 28)의 모친 유수현 씨는 전문대학 출신 아들에 대해 자랑스러워한다. 유 씨는 “현재 회계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문대 다니면서 얻은 게 많다”면서 “일단 학비가 별로 비싸지 않아 재정적으로 부담이 없었고, 맞춤형 교육 과정 또한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회계 과목에만 중점을 둔 커리큘럼으로 짜여 있어 정 씨가 자격증 취득과 취업 준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는 유 씨의 설명이다.

그는 “대학이 아카데미 기관과 연계돼 있어 졸업 후에도 비용을 절반만 내고 회계 관련 수업을 들으며 자격증을 준비할 수 있다”며 “이런 혜택에 대해서도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유 씨는 전문대 졸업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로서의 고민은 단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사회에 나가서 급여 등 전문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을까 걱정이 된다. 대학 자체에는 매우 만족하고 있지만 사회적인 편견은 제 생각과 다를 수 있지 않냐”라고 덧붙였다. 고등전문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전문대학 역할에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 있지만 전문대학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우려한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윤형한 부연구위원은 “호감도나 평가는 (사람들의)인식의 개념인데 아직까지는 전문대학에 대한 인식이 그리 높지 않다“면서 ”전문대 취업률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교육부의 목표는 그동안의 취업률 경향이나 산업체 인식을 봤을 때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은 “단기적 목표를 잡지 말고 산업체의 요구를 반영해 그들이 원하는 학생을 꾸준히 배출해야 전문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의 김희동 소장은 “특화된 학과들도 많고, 전문대학에 대한 인식이 조금만 바뀌면 전망 또한 나쁘지 않을 텐데 전문대 진학을 원하지 않는 학부모들이 상당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하지만 4년제 하위권 대학과 전문대학 선호학과를 비교하면 전문대학이 입학 점수가 오히려 높다”며 “요즘은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 트렌드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전문대 살리기 정책을 흐지부지하지만 않으면 전문대학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청년 취업 문제가 대한민국의 화두가 되어버린 지금, 학문중심 교육이 아닌 직업교육의 장(場)인 전문대학의 교육 방향이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 어린이와 함께 실습 중인 전문대학생. (전문대교협 제공)

“중3때부터 실용음악과 진학이 목표”…전문대 인기학과 입학 경쟁 치열 =수능을 앞두고 있는 김혜경 양(예일여고3)의 최대 관심사는 실용음악과 입학이다. 김 양은 중학교 3학년 재학 당시부터 지금까지 실용음악과에 진학하고자 꾸준히 노력해 왔다. 그는 “서울예대가 마음에 들어 고교 1학년 때 대학 구경을 가보기도 했다”면서 “항상 한 쪽 팔에 악보를 끼고 다니는데 시험을 앞두고 꿈이 이뤄지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양에 따르면 서울예술대학 실용음악과는 수험생들 사이에 ‘예체능계의 서울대’로 불린다. 김 양은 일주일에 2회씩 5시간동안 개인 보컬 레슨을 받으며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는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을 머릿속에 따로 분류시키지 않았다. 김 양은 “그런 고민은 전혀 해 보지 않았다”면서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워낙 어릴 때부터 해왔고 목표가 명확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4년제 대학 진학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모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부모님은 안정된 직장을 원했기에 제 꿈을 오랜 시간동안 탐탁지 않게 바라보셨다”면서 “어머니는 지금은 저를 응원해 주시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마음에 안 들어 하신다. 아버지의 염려를 덜어드리고 싶어서라도 꼭 시험을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호 서울예술대학 교수(실용음악)는 “미래에 대한 방향 감각이 없고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재능을 모른 채 단순히 하고 싶다는 열의만으로 우리 과에 진학한다면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다”라며 “TV에 나오는 화려한 부분만 보지 말고 어릴 때부터 적성과 재능이 있는지 판단해 차근차근 준비해 들어왔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실용음악 전공자에 대한 사회적 처우 문제 등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해 본 뒤 ‘그래도 정말 원한다면’ 들어오라고 말한다.

김용옥 한국전문대학입학관리자협의회장은 “예년에 비해 전문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면서 “일자리를 연계한 교육과정 등 전문대학 지원 정책들이 바로 그 방증이다. 직업교육에 특화된 전문대학 입학에 관심을 가진 수험생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입학지원팀 하정호 대리는 “내달부터 시작되는 전문대학 수시모집의 경우 수능이 끝난 이후에도 한 번 더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서 “전문대학에는 특성화되어 있거나 취업과 연계된 학과가 다양하게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소신껏 본인이 원하는 분야나 전공에 지원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 계원예술대학 출신 mun 문승지 대표.
“난 대학 교육을 잘 활용한 사람 중 하나”…계원예대 출신 디자이너 성공 스토리 =문승지(25) mun 대표는 예술디자인 부문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계원예술대학의 성공모델로 꼽힌다. 이 대학의 감성경험제품디자인전공자로 졸업전시회 작품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아 학교의 ‘1인 창조기업’ 입주기업이 됐다. 올해에는 이상봉 패션디자이너 가구 컬렉션의 총괄 디렉터로 활약했는가 하면 전 세계 45개 도시에 위치한 유명 SPA브랜드 H&M의 매장의 메인디스플레이 작업을 맡아 의자를 제작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전 학교 교육을 잘 활용한 사람”이라면서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10점이다”라고 대학을 높이 평가했다. “대학 진학이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였다”는 그는 “원래 복싱을 했는데 몸이 아파 그만 둔 상태에서 오로지 실기 100% 전형이던 계원예대에 입학원서를 냈다”며 “대학은 제 머릿 속에 있던 가구나 제품 디자인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던 곳”이라고 회상했다. 교내에 공장 규모의 대형 실습실이 있어 크리에이티브(Creative)한 모든 아이디어를 실제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문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수험생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문 대표는 “어린 친구들이 너무 정해진 대로 살려고만 한다”면서 “젊을 때 마음 가는대로 움직여야 한다. 히피(Hippie)처럼 살라는 게 아니라 자신의 현실적인 역량 안에서 도전을 해 봤으면 한다. 실패해도 젊은 나이니까”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지금은 재미있는 일을 찾아 하기에 최적화된 사회”라며 “그만큼 기회비용이 넘쳐나는 세상이기도 하지만 실패를 10번해도 20대라는 생각이 든다면 못할 것이 뭐가 있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뷰]이승근 전문대교협 기획조정실장

-현재 전문대학의 위상, 어느 정도로 보는가.
“여전히 위상 변화가 필요하지만 예전에 비해 상당 부분 인식 변화가 있는 게 감지되고 있다. 그 예로 소신 있는 학생들이 전문대를 선택해 자신의 소질이나 적성을 가지고 상담을 하거나 특성화 학과를 찾는 빈도가 상당히 높아져 사회적으로 봤을 때, 실용적인 진로선택에 있어 전문대학이 유익하다는 부분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위상이 예전보다는 향상됐다고 본다.”

-인식 개선을 위해 제도적인 변화를 시도한다면.
“내부적으로 교육 역량을 높이는 게 우선순위인데 이 부분에 있어 전문대학 교육과정이나 역량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NCS를 통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학벌사회를 능력중심사회로 접근할 수 있는 문화도 필요하다. 즉, 전문대가 인력을 양성하면 이들을 사회가 제대로 활용하고 대우해 줌으로써 산업체 생산이 향상되는 사회시스템이 충족돼야 한다. 전문대가 가진 중요 가치가 하나 더 있는데, 소외 계층이나 저소득층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열어줌으로써 사회안전망을 확보한 것이다. 이런 역할에 대해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전문대학, 비상할 수 있을까.
“현 정부가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 목표가 있다. 특성화·평생직업교육대학 육성, 세계로 프로젝트 등이 그 예인데 이것들을 제대로 추진하고 수업연한 다양화를 제도화해 발전시킨다면 결국 고등교육 안에서 직업중심기관으로 충분히 비상할 수 있다. 충분히 현실화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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