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정년심사위원 ‘대학평가 상위 대학 소속’으로 제한

“‘대학서열’ 아니라 학문적 성과로 선정해야” 교수들 반발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특정 일간지의 대학평가 결과를 무비판적으로 준용한 대학 정년보장임용 평가기준을 두고 대학 교수들이 반발하고 있다. 최근 중앙대는 연구성과가 미흡한 교수 4명에게 정직처분을 내리는 등 강도 높은 교수업적평가를 단행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중앙대는 교수 정년평가 시에 논문 상호평가 심사교수 선정기준을 대학평가 서열로 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해당 학문분야의 교수 지명도를 전적으로 반영하는 세계적 추세와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평가기관에 따라 천차만별인 대학평가 순위를 교수사회에까지 적용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20일 중앙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이 대학 정년보장임용 제청기준이 변경됐다. 논문의 질을 판단하겠다는 차원에서 국내 최초로 질적 평가 영역이 신설된 것이 골자다. 이는 앞서 지난 2012년 이미 공표된 내용으로 지난해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 1학기부터 본격 적용됐다.

이 대학의 정년보장임용 제청기준은 크게 두 단계로 구성된다. 먼저 일정 편수 이상의 논문을 제출해 계열별 연구업적 최저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2년을 기준으로 △인문사회와 경영·경제 분야는 등재지 2편 △이학과 공학, 의학(기초), 약학 분야는 SCI급 1편 등이다. 논문 편수라는 최소한의 기준을 갖추고 나면 질적 평가를 통한 정년보장임용 심사가 진행된다.

문제는 교수 상호평가로 이뤄지는 질적 평가 과정이다. 규정에 의하면 심사 대상자는 본인 논문 중 평가받고 싶은 논문 1건에 대해 중앙대가 아닌 다른 학교의 교수 다섯 명으로부터 심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정년보장임용에 관한 시행세칙제 7조 5항에 의하면 심사위원 교수는 중앙일보 종합 대학평가 순위 15위 대학 소속이거나 해외대학 정년보장 교수여야 한다. 중앙대는 2013년 평가에서 종합 8위를 기록했다. 중앙대와 순위가 같거나 높은 종합대학은 성균관대, 고려대, 연세대, 서울대, 한양대, 서강대(공동 8위) 뿐이다.

이를 두고 일부 교수들은 개인의 학문적 성과를 감안하지 않고 대학서열에 의존해 심사위원 교수를 선정하는 ‘독소조항’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실제 중앙대 교수협의회는 심사위원을 선정할 때 심사 대상자의 소속 학과나 단과대학에서 추천한 교수를 반영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범대학 소속 모 교수는 “종합평가에서 우리보다 높은 순위의 대학이라고 각 학문단위 교수들의 연구성과까지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없지 않느냐”면서 “단순히 대학서열이 높다고 객관적 기준에서 우리보다 연구성과가 우수하지 않은 타 대학의 교수한테 평가를 받아야할 수도 있는 상황이니, 교수 입장에선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평가 문항도 논란거리다. ‘상기 교원의 전체 연구 업적의 양적, 질적 수준을 교수님이 소속된 대학 및 중앙대학교의 정년보장교수들과 종합적으로 비교하여 평가할 때,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이 그것이다. 이 문항은 지난 6월 10일 개정된 정년보장 평가 항목 중 하나다. 해당 문항은 이미 문제가 제기돼 한 차례 수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교수들은 문항 자체의 객관성이 우선 담보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4가지 평가 항목의 평균점수가 ‘보통’에 해당해도 탈락할 만큼 정년심사 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공계 학과의 모 교수는 “심사위원 교수가 우리대학과 소속대학의 여러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객관적 평가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인문대학의 한 교수는 “중앙대가 교수들이 더 연구에 매진하라는 차원에서 평가를 강화한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한다”면서도 “축구와 농구가 점수 매기는 방식이 다르듯이 학문 간 차이를 평가에도 다면적으로 반영해야 구성원들도 결과를 수긍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중앙대 본부 측은 전적으로 대학평가에 의존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대학 교무처 왕상설 팀장은 “대학 종합평가도 참고하지만 그것이 전적인 평가기준은 아니다. 동료평가를 할 만큼 연구 성과가 뛰어난 교수를 심사위원으로 선정한다. 각 학문단위 별 특수성을 반영해 차상위대학 교수도 선정된다”고 밝혔다. 또 “심사위원 선정 후 각 단과대학 학장에게 피드백을 받는다”며 교수들의 반발에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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