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2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한국대학신문 주최로 열린 ‘국회 교문위원장 및 여야 위원 초청 전국대학 총장 간담회’에서는 다양한 색깔의 말들이 쏟아졌다. 웃음을 자아내는 표현부터 촌철살인의 비유, 씁쓸한 현실감을 느끼게 하는 말까지……. 간담회 참석자들의 발언들을 정리해봤다.

■ “피카소가 취업을 했냐” = 설훈 위원장이 모두발언에서 교육부가 예술대학에 취업률 지표를 들이댔던 점을 지적하며 꺼낸 표현이다. 설 위원장은 “교육부도 사람이 하는 부서니까 잘못하는 게 많다”면서 “옆에서 봐도 엉터리 같은 정책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대학에선가 폐과를 당한 예술대학생들이 시위를 하는데 ‘피카소가 취업을 했냐’는 푯말을 들고 있더라. 교육부는 저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싶었다”고 꼬집었다. 얼마 뒤 발언기회를 얻은 김윤배 청주대 총장은 “위원장님 말씀에 뜨끔했는데, 피카소가 취업을 했냐는 표현은 우리학교 회화과가 폐과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며 “언제 저희 학교를 방문하셨느냐”고 묻기도.

■ “욘사마가 두 번 떨어졌대서 연극영화과 분리했다” = 김윤배 청주대 총장이 예술쪽에 관심을 갖고 특성화를 추진한 경험을 들려주면서 한 말. 김 총장은 “2004년 예술분야 특성화를 추진하면서 연극영화과를 연극과 영화로 분리했다”면서 “교수들이 해달라고 조를 때는 꿈쩍도 않다가, 과거 ‘욘사마’가 우리 학교 연극영화과 두 번 떨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을 바꿨다”고. 그는 “배용준 같은 배우를 뽑아 잘 키웠으면 좋았을 텐데 왜 떨어졌는지 물어보니, 연극과 영화의 오디션 평가기준이 달라서 그렇다더라. 그래서 분리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 “대학총장은 민원인이 아니다.” = 대학구조개혁의 광풍 속에서 한 없이 작아진 대학총장들의 울분이 담긴 말. 채수일 한신대 총장은 “5년차 총장 하면서 오늘 최고로 기분이 좋다. 국회 교문위원장님과 여야 위원님들이 스스로를 머슴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감동적이다”고 운을 뗐다. 채 총장은 “최근 교육부와 대학총장은 '수퍼 갑'과 '을중의 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학총장은 민원인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립대학 총장은 대형교회 목사와, 종합병원 병원장과 함께 최근의 ‘3D업종’이라고 하더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이말을 들은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은 “사실 대학만큼 위대한 곳은 없다. 저도 지금 박사과정 다니고 있는데, 대학에서 느껴지는 자유분방하고 때로 이상적인 기운은 매우 특별하다”면서 “채 총장님의 '우리는 민원인이 아니다'라는 호소에 충격을 받았다. 이런 상황은 어떻게든 시정이 되어야 한다”고 강한 공감을 표했다.

■ “기업에서 2시간 걸리는 일이 왜 대학에선 2주가 걸리나” =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대학에 대한 불신에 우려를 표했다. 유 총장은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 청와대가 공통적으로 합의하는 사항은 많지가 않다. 이상하게 대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선 합의가 돼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학교가 반성할 면도 많고 학교장으로서 책임지고 혁신해야하는데, 대부분 대학의 조직이 생각보다 효율적이지가 못하다" 면서 "이런 점에 대해 인지를 하고 상황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보통 대학안에 위원회 수가 50~60개에 이른다. 그러다보니 기업에서 2시간 걸리는 일이 대학이라는 곳에 오면 2주가 걸린다. 여러 불신이 있다보니까 견제를 하는 기구만 늘고 점점 비효율적인 구조가 되어간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현장에 계신 총장분들께서 구체적으로 지적해주시면 한번 해결책을 모색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 “교육부보다 똑똑한 사람들 대학에도 많습니다.” = 김병식 초당대 총장이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 달라면서 한 말. 김 총장은 “(대학구조개혁을) 이제 그만 시장에 맡기고 책임을 지면서 대학이 알아서 하도록 해줬으면 한다”면서 “대학에도 교육부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고 언급해 참석자들의 웃음이 터졌는데. 김 총장은 “획일화된 8대 지표로 전국의 대학을 1등부터 200등까지 줄 세우고, 하위 15% 안에 포함된 대학의 총장이 TV에 나와서 ‘우리는 곧 죽을 대학’이라고 발표하도록 하는 것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라고 성토했다.

■ “삐삐도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 설훈 교문위원장은 "단기처방에 급급해 미래전략을 외면하는 것은 문제"라며 대학총장들에게도 자성을 요청했는데. 설 위원장은 “대학의 진짜 위기에 대해 김준영 대교협 회장께서 말씀하신 무크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현재의 위기보다 그것이 오히려 더 큰 위기일 것같다”고 언급. 설 위원장은 “변화는 거대한 속도로 진행중이다. 우리가 삐삐를 사용할 때 하루아침에 없어졌다. 세계의 대학이 무크로 대표되는 온라인 공개강의를 하고 있는데, 우물쭈물하다가 우리 대학들이 실기할수 있다”고 경고했다. 설 위원장은 또 “여러 총장님들이 서울디지털와 서울사이버대학등을 직접 방문하고 어떻게 하고 있는지 가서 보시길 제안한다”며 “저부터 조만간 미국 피닉스대학을 다녀올 생각이다. 총장님들도 필요하다면 이들 대학을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 “오너십엔 엄격하게 교육·학사엔 관대하게” = 대구대 홍덕률 총장은 10개월여간 이사회의 반대로 총장 승인을 받지 못하다 총장으로 임명된 경험을 이야기하며 교문위원들에게 이같이 제안했다. 홍 총장은 “지금 정부정책을 보면 사학과 관련해서 오너십에 관해서는 상당히 관대한 반면, 자율적과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교육과 학사에는 엄격하고 획일적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오너십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대학의 교육과 학사 등에는 관대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 “면에서 초등학교 하나만 없어져도 황폐하다.” = 안병환 중원대 총장은 이 같이 말하면서 지방대를 배려해줄 것을 호소했는데. 안 총장은 “시골 면 단위에서 초등학교 하나만 사라져도 황폐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고등교육 정책도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큰 그림으로 그려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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