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석면조사결과 공개의무 없어. 제거비용 수백억원 달해

 
▲ 서울대 두레문예관 1층 복도. 천장텍스가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것을 볼 수 있다.(사진=송보배 기자)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3대 석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만7000명(세계보건기구 추산)에 달하는 등 석면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대학 건축물의 석면관리 실태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8일 환경부에 따르면 석면이 포함된 대학 건축물이 2825개에 달한다. 하지만 각 대학은 학생들에게 석면검출 실태와 관리 실태를 알리지 않고 있다. 현행법 상 대학은 석면 조사 의무는 있지만, 조사 결과를 공개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건축주의 재산권과 개인정보 보호 때문”이라고  답했다. 대학 건축물을 사용하는 교수, 학생 등 구성원의 안전보다 건축주의 재산권이 우선시 된다는 의미다. 게다가 대학들이 석면조사를 마쳐야 하는 시기는 대부분 올해까지다. 이를 관리하기 위한 석면건축물안전관리인을 지정해야 하는 시기는 내년이라 길게는 약 1년 간 안전관리에 공백이 발생한다. 대학 구성원들의건강 보건 안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성인이니 괜찮아?…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대학생들 = 최근 인천지역 유치원‧초‧중‧고교 중 63%의 학교 건물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교육청이 일제 조사를 벌인 결과 학교 912곳 중 593곳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초‧중‧고교는 교육청에서 조사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그 실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2012년 4월 범정부 차원의 ‘석면안전관리법’ 시행 이전에도 교육청 차원에서 석면 측정과 유지 관리를 위한 방안들을 마련해왔다. 2005년에는 ‘학교 교사 내 공기질 유지.관리 기준’에 석면을 추가하고, 2007년에는 ‘학교 석면실태 조사인력 육성’을 위해 교육청에 407명의 담당자를 두기도 했다.

반면 대학들은 관리 대처가 개별 대학에 맡겨져 있다. 본지가 환경부에 문의한 결과 지난달 28일 현재 석면조사를 실시한 대학 중 석면이 함유된 것으로 밝혀진 건축물은 2825개에 이른다. 전체 조사대상 5129개 건축물 중 절반 이상이 석면 함유 건축물에 해당한다. 아직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대학 건축물도 102개에 이른다. 하지만 석면건축물안전관리인의 규모는 환경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대학 내 건축물안전관리인이 몇 명인지는 아직 모른다. 자료 취합이 제대로 되지 않은 곳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석면으로 인한 안전 문제가 대학생이라고 해서 좌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대학생들은 성인이라는 인식 때문에 사회적인 관심이 적다”면서 “석면에 노출될 경우 잠복기가 최소 10년 길게 40년이다. 20대 초반 대학생이 석면에 노출되면 40~50대에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석면은 호흡기를 통해 신체에 유입될 경우 폐암, 중피종암, 후두암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발암물질이다. 미국은 1985년부터 석면 사용을 규제해 왔고 국내에서는 2009년 이후 석면 생산‧사용을 금지했다.

관할 지자체는 각 대학의 신고를 받고 석면안전관리법 제27조(석면해체제거작업의 공개) 등에 의거해 석면해체제거작업 일정과 작업 시 석면 비산 농도를 공개하게 돼 있다. 하지만 대학의 석면 검출 조사 결과를 공개할 의무는 없다.

서울 동작구청의 한 관계자는 “구청은 관할 안 대학이나 일반 다중용 시설의 석면 검출 결과를 제출 받지만 그 결과를 공개하진 않는다.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해당 대학의 동의가 없다면 공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청 기후환경본부 관계자도 “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건 대학이 알아서할 문제”라며 “서울시 관할 건물은 모두 석면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하지만 대학의 경우 기관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제재할 방법은 없다. 설사 많은 양의 석면이 검출됐다 하더라도 정보 공개는 대학의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대학 구성원들은 학교가 석면건축물인지, 교내 석면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알 방법이 없으며, 추후 대학의 관리 대책도 알기 힘들다. 모 국립대 재학생인 유재인(화학3) 씨는 “건물 천장에서 석면가루가 떨어진다고 보도한 뉴스를 본 적이 있어 석면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우리 대학에 석면이 검출됐는지 여부는 모른다. 학교에서 이를 공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들, 검출 알아도 재정 부족으로 적극 대처 못해 = 최 소장 등에 따르면 대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천장재는 석면텍스다. 3~10%의 백석면을 함유한 건축자재다. 석면 건축 자재는 훼손 등으로 인해 공기 중으로 비산(飛散)될 경우 위험도가 커진다. 호흡기에 유입돼 폐포에 염증과 암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의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에 의해 서울대 관악캠퍼스의 석면 노출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당시 45개동 중 1개동을 제외한 44개동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문제는 이 조사가 지난 2010년 3~4월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알면서도 손 놓고 있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대학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이유는 역시 재정 문제다. 서울대 이규진 시설관리과장에 따르면 석면‧해체 작업에는 1㎡당 약 12만원이 소요된다. 서울대 44개동의 석면을 제거하려면 수백억 예산을 들여야 한다.

서울대는 즉각적인 석면 제거는 어렵지만, 안정화 작업을 통해 비산을 막고 내년까지 종합적인 안전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올해 4월 관련법에 따라 석면지도를 완성했다. 내년까지 이를 DB화해 학내 포털에 공개할 계획”이라며 “내년까지 석면안전관리담당자를 지정해 체계적으로 석면 비산을 막고, 건축재 훼손으로 비산이 우려될 경우 즉시 대응팀을 구성해 조치할 것”이라 말했다.

단기적으로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제거보다는 관리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청 기후환경본부 관계자 역시 제거보다 안전관리가 현실적인 대안이라 밝혔다. 그는 "석면은 제거만 능사가 아니다”며 “석면 뿜칠재를 사용한 지하철역 한 군데를 공사하는데 드는 비용이 100억이다. 위험도에 비해 제거 비용이 너무 막대하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하는 석면텍스의 경우 관리만 잘 하면 공기 중으로 비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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