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주(본지 논설위원·서울여대 교수/ACE사업단장)

'평가'라는 집중포화 속에서 전국 대학들은 2014년 1학기를 정신없이 달려왔다. 대학교육 특성화지원(CK-I, CK-II), 학부교육 선도대학(ACE),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고교교육 정상화기여대학 사업. 연속된 평가 가운데 생존한 대학들은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정부재정지원을 받게 됐고 나름대로 명예도 얻었다. 비록 몸과 마음은 지칠대로 지쳐갔지만 인센티브성 평가라서 그런지 기대 속에서 상당히 다들 잘 견디어 냈다.

2학기로 넘어가는 길목에 이 모든 평가를 심지어 원점으로까지 되돌릴 수 있는 '리셋(reset)성 평가'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바로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다. 이 평가에 따라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목되면 앞서 거론된 모든 정부재정지원사업이 중단되고 교비로 운영돼야 한다. 그냥 좋다가 마는 정도가 아니라 재정적, 명예적 측면에서는 악화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상당수의 대학들, 그것도 바로 직전의 평가들을 통해 우수한 결과를 얻은 대학들이 남모르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언뜻 생각할 때 직전의 여러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대학이라면 당연히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과는 무관할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작년과 제작년 사례를 보면 그렇지가 않다. 그렇게 선정되기 힘들다는 ACE 대학들 중에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된 사례가 있다. 이러한 특이한 현상은 하나의 정부가 시행하는 평가들에 일관성과 신뢰성이 없다는 질책을 불러일으킨다. 앞서 힘들게 진행해온 여러 평가를 마지막 하나의 평가가 뒤엎는 셈이다. 물론 근본 원인은 평가의 기준이 다르다는 점에 있다.

보다 정확하게 따지자면 이전의 다른 평가들과 달리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에는 정성평가가 포함돼 있지 않다. 평가의 객관성을 답보하기 위해 공시지표를 기반으로 한 포뮬러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점을 야기한다. 2011년 처음 시행된 이래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고 정부도 나름대로 꾸준히 개선을 시도해왔다. “피카소와 톨스토이가 취업했었나?”라는 비판에 인문·예체능계를 취업률 산정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대학의 존립 목적, 취업이 전부냐?”라는 비판에 올해는 취업률 산정비율을 20%에서 15%로 낮췄다. “대학교육의 질적 평가는 도외시한다”라는 비판에는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산정비율을 10%에서 12.5%로 높였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대비 평가라는 당초 취지에 동 떨어지진다"는 말에 최근 2015학년도 입학정원 추가 감축 시 1년간 지정 유예기간을 주겠다는 조건까지 급하게 추가하는 등 정부도 나름대로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는 학령인구감소 대비와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이라는 당초 취지를 성취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새로운 '대학구조개혁법'이 발의됐던 것이다. 법안이 계류되면서 어쩌면 마지막일 것 같은 다섯 번째 '정부재정지원제한 평가'를 지금 당장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면 이번에 사라지는 평가로써 당초 목적을 달성하는 수준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수준으로 마무리하고, 그 바통을 '대학구조개혁 평가'로 넘기는 것이 맞다. 아울러 새롭게 시행될 대학구조개혁 평가는 이전의 연속적인 평가들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대학별 특성과 잠재력 등을 감안할 수 있는 정성평가적 요소도 충분히 담아내야 할 것이다. 자칫 잘못된 기준으로 평가가 진행될 경우, 다른 평가들을 스스로 평가해버리는 결과가 생긴다는 점을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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