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대담]신일희 계명대 총장 “갖은 고비에도 두드리니 열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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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115주년 연혁 정리·확장해 설립정신 기억하고 단합 이끌겠다"

‘대학교 개교’는 60주년… “사람으로 치면 환갑, 초심으로 돌아갈 때”
2016년 새 동산의료원 성서캠퍼스 완공되면 병원과 학교역사 한곳에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대구에 자리한 사립종합대학 계명대가 설립 115주년을 선포한다. 부속병원인 동산의료원의 전신인 대구 제중원을 세운 선교사들의 설립정신을 기억하고, 대학의 위기론이 대두되는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한 각오다. 신일희 총장은 구한말 존슨 박사(Dr. Woodbridge Odlin Johnson, 1869~1951·한국이름 장인차)가 ‘은자(隱者)의 나라’를 찾아 조랑말을 타고 다니며 200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던 봉사정신과 1954년 청석 바위산을 깎아 대명동 부지에 학교를 지을 때의 개척정신을 강조했다.

- 설립 115주년이 계명대에 어떤 의미인가.
“계명대가 올해 개교 60주년이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인데, 새로운 갑을 시작하는 시발점에서 우리 역사를 ‘4년제 고등교육기관’의 설립을 넘어 ‘전체 대학기관’의 설립연도로 확장해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했다. 계명대 부속 동산의료원의 전신인 ‘제중원’은 구한말인 1899년 설립됐다. 이후 동산의료원의 사랑과 봉사의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1954년 계명대가 개교했다. 9월 1일 ‘설립 115주년 선포식’을 개최한다.”

- 부속기관의 역사를 ‘대학 설립’의 역사로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표현을 할 때 대학은 개교라 하고, 전체 대학교는 설립이라고 정리했다. 비슷한 사례로 연세대가 있다. 연세대도 의과대학의 전신인 서울 제중원을 기준으로 창립 130주년이라는 표현을 쓴다. 계명대는 부속병원 기준 115주년, 간호대학 기준 89주년, 4년제 고등교육기관 기준 60주년으로, ‘설립 115주년 선포’는 하나의 기관임에도 서로 다른 이 모든 연혁을 정리하는 개념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 초심으로 돌아가 회복하고자 하는 설립정신이란 무엇인가.
“우선 개척정신이다. 처음 의료선교사 존슨 박사가 찾았던 당시 조선은 ‘은자의 나라’로 불렸다. 세계의 문명과 동떨어진 세상이었다. 존슨 박사가 은자의 나라에 와서 새로운 학문과 생각을 전파한 정신이 바로 ‘개척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1954년 계명대 대명동 캠퍼스 공사를 할 때도 개척정신이 그대로 이어졌다. 당시 캠퍼스 부지는 단단한 청석으로 이뤄진 돌산이었다. 그걸 사람의 힘으로 깨고 그 위에 학교를 세운 것이다. ‘봉사정신’도 소중한 설립정신의 하나다. 당시 존슨 박사는 조랑말을 타고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면서 의료활동을 펼쳤다. 이처럼 개척정신과 봉사정신을 가지고, 당시 조선의 낙후된 의술뿐 아니라 정신적인 폐허 상태를 극복하도록 돕자는 뜻으로 세운 것이 계명대다.”
 
- 새 동산의료원이 성서캠퍼스에 자리잡는 등 병원과 학교의 역사가 성서캠퍼스 한 곳에서 구현되는 것인가.
“그렇다. 하지만 캠퍼스 이전을 하더라도 대명동 캠퍼스는 남겨둔다. 현재 미술대학과 패션대학, 정책대학원이 운영 중이며 ‘창업대학’ 설립도 염두에 두고 있다. 무엇보다 대명캠퍼스는 계명대의 역사가 시작된 곳으로 의미가 각별하다.”

- 교육부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육성사업 평가 결과 ‘매우 우수’ 등급을 받고 2단계에도 선정됐다.
“길만 건너면 공단(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이 있어 지역적인 혜택이 컸다. 현재 가족회사가 703곳에 달하며, 교수들은 직접 현장에 가서 산학협력에 적절한 기업인지 발로 뛴다. 또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총괄하고 지원서비스를 강화하고자 기업지원센터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산학협력 연계 기업들의 정보와 실적을 수집, 이를 체계화한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과 인접한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현장친화력 있는 산학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2단계 LINC사업에도 선정됐다.”

- 계명대는 창업경쟁력이 뛰어나다.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사관학교식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에 선정돼 1·2차를 합쳐 55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창업기업에 전용 창업공간을 제공하고 책임 멘토링시스템 도입, 맞춤형 창업교육 실시 등 기업 밀착 지원을 통해 창업기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집중 육성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1년에는 창업선도대학육성사업에 선정돼 51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창업강좌와 창업동아리, 기술창업아카데미 등을 정착시켜 완벽한 창업 인프라를 구축했다.”

- 종합대학인만큼 인문 예술 관련 학과들이 운영되고 있다. 구조개혁에서 불리함은 없나.
“사실 힘들다.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계명대도 예외가 아니다. 가장 힘든 것은 취업률이다. 서울에 비해 대구경북 기업들은 숫자도 적고 규모도 작은데도 서울권 대학들과 동일선상에서 경쟁해야 한다. 사실 약자 위치에서 하는 게임이다. 또 정부는 대학들에 ‘국제적 수준의 연구역량’을 갖추라고 요구하는데, 동시에 취업률을 강조하니 정작 교수들은 취업을 알선하러 다니느라 연구할 시간이 부족하다. 따지고 보면 취업이라는 것은 국가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가의 책무다. 취업률 맞추랴, 국가 경쟁력 갖춘 연구 하랴…. 두 개의 목표가 엇갈린다. 국가 주도의 구조개혁에선 문사철에 대한 특혜가 없지만, 문사철은 신학과 철학으로 출범한 설립정신과도 통하기 때문에 우리 대학은 이를 소홀히 할 수 없다.”

- 실제 계명대 ‘목요철학회’는 인문철학 분야 대중세미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국영수’만 배운 학생들 데리고 졸업시켜봐야 이른바 ‘야만 학사’밖에 나올 수 없다. 인문철학적 소양을 갖추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학생들을 기르고자 1980년 학교 안에서 시작해 현재 34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2011년 이후 지금은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교수의 일방적 강의가 중심이던 당시 대학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토론이 벌어지는 세미나는 그 어떤 대학에서도 생각할 수 없던 시도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행사장소엔 늘 수백 명의 청중이 모여들어 복도까지 가득 메우곤 한다. 지난 30여 년 동안 ‘목요철학세미나’ 연단에 섰던 강사는 국내외 학자들을 망라한다. 국내 학자로는 박이문, 윤사순, 장회익, 김형효, 김지하 등이 있고 해외 유명 석학으로는 위르겐 하버마스, 칼-오토 아펠, 비토리오 회슬레, 슬라보예 지젝, 페터 슬로터다이크, 피터 싱어, 마사 누스바움 등이 함께 했다.”

- 계명·쇼팽음악원을 설립배경이 궁금하다. 현재 어떻게 운영되나.
“클래식이 결국 서양의 음악인데, 우리 안에서 우리끼리 아무리 잘해봐야 어떤 수준 이상을 절대 넘어설 수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방법을 찾다가 당시 동유럽권 가운데 가장 외부접촉이 쉬웠던 폴란드를 선택했다. 음악 수준이 높은 폴란드는 자신들이 가진 교수인력이 외국에 나가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어 좋았고, 우리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외국인 교수들을 모셔다가 직접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 그렇게 해서 헝가리 리스트음악원, 모스크바 차이콥스키음악원과 함께 세계 3대 음악원인 폴란드 국립쇼팽음악원과 계명대가 자매결연해 1999년 계명·쇼팽음악원(Keimyung-F.Chopin Academy of Music)이 설립됐다. 이를 통해 계명대 음악공연예술대학에서 3.5년(7학기)을 이수하고, 국립쇼팽음악대에서 1년을 수학하면 양 대학의 학사학위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으며, 여기에 2년 더 수학하면 국립쇼팽음악대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이러한 인연으로 지난 2002년 폴란드 대통령이 계명대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 오랫동안 총장으로 재직했다. 특별한 기억이 있는지.
“기독교인이라서 그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지만 학교가 발전해온 역사를 쭉 돌이켜보면,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초인간적인 어떤 힘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바위산을 깎아서 학교를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 수많은 고비를 넘어왔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리리라’라는 말을 늘 떠올린다. 정말 두드리니까 열리더라. 이것이 바로 설립정신인 ‘개척정신’이었다. 다만 두드리면서 동시에 열고자 하는 간절함과 노력이 있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답을 안 주셨을 것이다.”

<대담: 박성태 한국대학신문 발행인>

■ 신일희(申一熙) 총장은...
1962년 미국 트리니티대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 대학원에서 독일문학과를 나왔다. 모교인 트리니티대를 포함해 미국 롱아일랜드대, 러시아 국립상트페테르부르크대, 대만 국립사범대, 일본 류큐대, 폴란드 국립쇼팽음악원 등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폴란드와의 인연이 각별해 폴란드 최고 훈장인 대십자훈장을 받고, 현재 주한 폴란드 명예총영사로 활동하고 있다. 계명대 초대총장과 4·5·6·7대 총장을 역임했다. 이후 2008년 6월까지 명예총장과 법인 이사장을 지냈으며 2008년부터 다시 총장을 맡아 학교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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