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 4년제 대학과는 다른 ‘몫’ 있어”…역할 다름 강조

“교육부, 전문대학 담당 조직 확대·개편해야”

[한국대학신문 양지원 기자] 이승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 회장(군장대학 총장)이 전국 137개 전문대학의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해 전문대학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됐다.  이 회장은 지난 2010년에 취임 후 한 차례 연임을 거친 이기우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오는 2016년 9월 5일까지 2년간 전문대교협을 이끈다. 그는 지난 5월 29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2014년도 전문대학 총장 세미나’에서 만장일치로 회장에 선출됐다. 17일 취임식을 앞둔 이 회장은 화려한 공직 경력을 바탕으로 “한계에 도달한 지방 전문대학들의 입장까지도 감안해 전문대학 발전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닐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취임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소감은.
“일단 교육자 출신 총장도 아니고 행정전문가, 소위 말하는 설립자 집안의 총장인데 회장이 됐다. 일단 시기적으로 전문대학이 어렵기 때문에 부담이 많이 된다. 알다시피 전문대학은 90% 이상이 사립이다. 도립·국립대학 수가 적다. 사립대학 설립자의 입장에서, 동시에 전문대학이 처한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안고 추천이 됐다. 학령인구 감소, 새로운 교육 수요로 인한 기업 미스매치 등 여러 가지 난제들이 있다. 지방에 있는 조그마한 대학을 운영하는 총장으로서  한계에 몰린 지방 대학 입장까지 감안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

-4년제 대학이 전문대학 영역을 침범해 오는 문제에 대해선.
“이것은 소비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이 판단할 문제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는 엄연히 분야가 다르다. 학문 연구를 통해 첨단과학과 인문사회 방면에 인적자원을 양성하는 4년제와 고등직업훈련양성기관인 전문대의 역할은 전혀 다르다고 본다. 지난 7월 17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전문대학 엑스포’에서 보여주었듯 로봇을 다루는 원리는 4년제에서, 회로 설계는 2년제 몫이다. 그렇지만 명장대학원 만들자는 법안의 경우를 보면 전문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저 역시 석사와 박사 과정을 거치고 와서 보니 전문대학에서 대학원을 설립하는 이 취지 또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명장대학원에 대한 의견을 덧붙인다면.
“산업체 수요에 맞춰 이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대학이 되어야 한다. 전문대학에 재직하는 교수들을 보면 이들 대부분은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지만 10년을 전문대학에서 근무하다보면 인식이 달라진다. 전문대학에서의 교육은 명장을 만드는 곳이지 회로를 개발하고 화학분자를 개발하는, 4년제 담당은 아니지 않은가. 명장대학원을 비롯해 수업연한 자유화 등 국회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법안 도입이 된다면 제도적으로 전문대학의 인식을 크게 바꿔줄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가 현재 전문대학 입장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고 보는가.
“노력하고 있지만 많이 부족하다고 본다.  4년제는 연구 중심, 취업률 위주로 교육하는데 취업률이 올라갔나? 그렇지 않다. 교육과 산업체와의 미스매치가 줄고는 있지만 없어야 정상이다. 고용노동부 소관이지만 국비로 운영하는 폴리텍이 있는데 폴리텍 수를 더 이상 늘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이미 만든 폴리텍을 없앨 순 없으니 이를 국립 전문대나 사립대로 바꾸어 운영하는 게 어떨까 싶다. 교육부의 잘못된 정책의 효과는 5~10년 후에 드러난다. 취업률 중심으로 지표 평가를 했던 것이 전문대 꼴을 우습게 만들었다. 전문대학은 평가 시스템을 특성화와 기간 인증으로 해야 한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의 차별성을 어디에 두어야 하나.
“우선 4년제 대학 수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국처럼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로 운영한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4년제가 정부 투자를 더 받는 만큼 전문대학과의 경쟁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본다. 전문대학은 대신 교육기간이 4년제보다 단기라는 장점이 있다. 산업체와 협의가 가능하고 이는 비용 부분과도 연결되므로 이런 이점을 살리면 된다.”

-최근 전문대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4년제 유턴(U-turn)현상도 일어나는 판국에 교육부에는 전문대 담당 조직이 단 한 군데뿐이다.
“현재 13명이 전문대학 담당이다. ‘국’ 단위로 가야하지 않냐고 장·차관에 얘기했다. 1국에 3과로, 4년제 대학 쪽에 치우쳐있는 과를 전환시키면 된다고 본다. 과거엔 전문대학을 직업전문학교 수준으로 봤지만 현재는 고등교육기관으로 개념이 전환될 때도 됐다. 이전엔 교육부 전문대학 담당과가 2개였는데 하나로 줄어든 거다. 늘이는 것 또한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육부 담당 인원을 늘여야 하는 이유가 있나.
“우리 대학 경우를 봐도 현재 교육부 법인 담당 주무관이 한명이라 승인 받는데 평균 6개월이 걸린다. 호텔 인력 양성 목적으로 호텔을 설립해 관광과·조리과·물리치료과·마사지과 등을 부각시키고 싶은데 호텔 허가에만 6개월이 필요하다. 교육부 승인이 나야 업무 진행이 되는데 담당자가 바빠 중단된 상황이다. 너무하지 않나.”

-회장으로서 가장 중대하게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계류돼 있는 수업연한 자율화가 골자인 전문대 법안이 통과돼야 할 것이고 교육부 부서 확대도 필요하다.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 교육과정의 방향 자체는 옳다고 본다. 문제는 이를 적용하는데 있어 잘하는 대학과 못하는 대학이 나뉘는 것 같다. 그러나 대학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이상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은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NCS가 훌륭한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몇 대학이 죽을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 속에서 전문대학 간 결집력은 좋으니 이를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학자들이 머지않아 대학이 사라질 거라 전망하는데.
“4년제 대학 교수들은 굉장히 보수적이고 고집도 세다. 변화에 적응하려 하지 않는다. 4년제 대학은 앞으로 방향을 잘 잡아야 할 것이다. 입학 인원은 줄었는데 폐교 시킬 순 없지 않나. 전문대에서 4년제로 전환하고 있는데 다시 전문대학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국민의 인식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요즘은 4년제 대학 학비가 1년 평균 800만원 시대 아닌가. 학생들이 알아서 판단하고 있다고 본다.”

-직책도 투 트랙(Two-track)으로 가고 있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을 봐도 그렇다. 교육정책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까.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교육 인적자원의 큰 틀은 교육부에서 제시되어야 한다. 교육부가 인력 수급 체계에 대한 기준을 정해놓아야 한다. 2년제 교육으로 충분한지 산업명장이 되어야 하는지 등과 같은 기준 말이다.”

-이기우 전 회장이 전문대 위상을 상당 부분 올려놨다. 소위 전문대교협 아이콘이었는데 후임자로서의 부담은 없나.
“부담이 많이 된다. 그러나 국회에 여·야를 막론하고 내 공직생활동안 맺어온 인연도 있다. 전문대학 몫과 4년제 몫을 구분해 서로가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끌어나가고 싶다. 사립대학들은 필사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교육 발전에 있어 필요하다고 본다. 사립 고교 존재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창조경제에 대한 비전은 교육 쪽에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 모든 국가·사회 문제의 근본은 교육에 있다. 바꾸어 말하면 교육만이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다.”

<대담=박성태 발행인 /정리=양지원 기자/사진=한명섭 기자>

■이승우 회장은…
1979년 서울대 법학과와 동 대학원 행정학과,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정책학과를 졸업했고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대통령 공보담당관실 행정관, 대통령 행정수석비서관실 보좌관(서기관), 전북 순창군수, 대통령 행정쇄신비서관실 행정관, 대통령 지방행정비서관실 행정관,  전북 부지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2008년부터 군장대학 총장을 맡아 학교를 이끌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