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화와 규제완화는 과제…무크는 新교육제국주의 곱지 않은 시선도

서울대 필두로 KAIST·연세대 등 국내대학들 무크 도입·운영경쟁

[한국대학신문 기획취재팀] 미래의 대학교육 환경을 바꾸어 놓을 온라인 대중공개강의(Massive Open Online Course), ‘무크’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초창기 단순히 대학강의를 녹화해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하던 수준을 넘어 쌍방향 학습과 SNS를 활용한 협업, 빅데이터 활용, 정식 학위수여 등이 가능한 고등교육의 새로운 시장으로 꿈틀대고 있다. 무크의 확대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대표적인 무크 업체인 에드엑스(EdX)의 경우 2년 전 첫 강의 수강생이 15만 여명이었다. 지난 150년간 MIT(매사추세츠공대)를 졸업한 동문 수보다 많았다. 누적 수강생수는 250만을 돌파했으며, 10년간 10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등교육 시장에서 무크는 더 이상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메가트렌드’가 된 것이다. 이달 초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스마트 클라우드 쇼 2014’ 에서 세계적 교육 전문가들은 무크의 진화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 즉각적인 피드백이 장점…실험과 실습도 가능 = 진화의 방향은 ‘쌍방향’으로 요약된다. 첫 번째 기조강연자로 나선 애넌트 아가왈 에드엑스 CEO는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선 긴밀한 참여가 필요하고 에드엑스는 그런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간단한 에세이나 방정식과 같은 과제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즉석 채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각적인 피드백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아가왈 CEO은 “화학식을 묻는 질문에서 틀린 경우 피드백을 통해 정답을 유도한다. 맞았을 경우 초록색 체크표시가 뜬다”고 말했다. 시뮬레이터를 활용하면 실험과 실습도 가능하다. 아가왈 CEO은 “학생들은 시뮬레이터를 활용해서 요리를 이용한 화학 공부를 할 수 있다. 고기의 종류, 온도 등을 정한 후 얼마나 익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 과정을 화면에 띄워가며 설명했다.

■ 게임하듯 따라가는 강의…끝까지 수강하도록 유도 = 영국의 대표적인 무크 업체 퓨처런은 더 한층 진화된 콘텐츠를 선보였다. 퓨처런의 사이먼 넬슨CEO는 “퓨처런은 단순한 교육콘텐츠 ‘파이프’에 그치길 원치 않는다”면서 “과거 무크 제공자들이 동영상들과 강의 교재들을 온라인으로 무료로 제공하는 데 그쳤지만 우리는 다르다. 재미있고 즐겁게 학습할 수 있도록 매체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넬슨CEO는 “스트라스대학에서 제공하는 강의인 범죄수사학에서는 마치 CSI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됐다. 매주 제공되는 살인사건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범죄수사학에 활용되는 다양한 기법을 배운다. 사건 현장을 상세하게 묘사한 동영상처럼 흥미로운 컨텐츠를 제공하고 살인자를 발견하기 위해 끝까지 듣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 다양한 주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소셜 협업’ = 무크의 최대 강점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협업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넬슨CEO는 “퓨처런을 통해 암의 영향에 대한 강좌를 진행한 교수님이 있었다. 오프라인에서는 학생들이 암 전문가들과 환자들, 환자 가족들, 암을 극복한 사람들까지 모두 모일 수 없었는데 온라인 강좌에서는 가능했다”고 전했다. 그는 “개방된 소셜 학습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학습”이라며 “퓨처런에서는 모든 과정 단계마다 대화가 가능하도록 했다. 어떤 기사를 읽거나 강의 동영상 보고난 뒤 코멘트 남길 수 있도록 돼 있다. 다른 학습자들이 남긴 코멘트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코멘트를 읽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상대방의 활동 내역을 볼 수 있고 그를 팔로우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학습 공동체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단순 지식습득의 수단에서 실용적 학위기관으로 진화 = 무크는 단순히 유명 대학의 수준 높은 강의를 무료로 듣는 차원을 넘어, 기업관계자들이 인재 채용 시 참고할만한 ‘실용적’ 학위 기관으로 진화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아가왈CEO는 “에드엑스는 다양한 방식의 수료증을 제공한다. 무료 강의 청강에 대한 무료 수료증을 받을 수도 있고, 웹캠이나 모바일카메라 통해 신분을 인증하면 25~50달러를 받고 정식 수료증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생학습기관으로서 실용적인 학위기관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넬슨CEO는 “무크는 나이가 들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있다”면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며, 기업들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습득한 사람들을 채용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 국내 대학 무크 운영, 아직은 걸음마 단계 = 국내 대학들의 무크 운영은 서울대와 KAIST가 개척의 선두주자로 나선 가운데 연세대와 성균관대가 뛰어드는 양상이다. 무크를 수업에 활용하는 대학은 있었지만 직접 무크에 과목을 운영하는 대학은 서울대가 처음이다. 서울대는 에드엑스와 계약했고, KAIST는 ‘코세라(Coursera)’와 계약했다. 현재 서울대는 에드엑스에 2과목을 올렸고 KAIST는 코세라에 3과목을 올렸다. 후발주자 연세대는 이달부터 전담 TFT를 정식 출범시켰다. 연세대는 퓨처런과 코세라 두 업체와 모두 계약을 맺었으며 복수의 업체와 계약하고 운영하는 것은 국내 처음이다. 특히 지방에 캠퍼스가 있는 연세대는 거리에 관계없이 캠퍼스를 하나로 모을 수 있다는 데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연세대 김미정 오픈&스마트에듀케이션 추진 TF팀장은 “각각 떨어져 있는 캠퍼스를 일원화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 표준화, 법적 규제 완화는 과제 = 무크에 대한 쓴소리도 많았다. 이태억 KAIST 교수는 “지금 시대가 공유하고 공개하는 시대임은 틀림없으며, 우리 대학 교육을 변화시키는 데 무크가 큰 기폭제가 될 것”이라면서도 현 대학 교육에 있어 활용의 어려움을 환기시켰다. 그는 7%에 불과한 낮은 수료율을 한계로 지적하면서 그룹스터디와 튜터링을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이태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강의 질 제고를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며 “방송통신대의 경우 강의를 표준화하고 있다. 무크도 교육 공학적인 측면에서 표준화를 실현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적 제약은 걸림돌로 지적됐다. 이태억 교수는 “무크 강의를 듣는 것이 취업에 도움이 되겠지만 현재 법적 규제 때문에 학점 인정과 학위수여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무크의 영향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오픈토크를 참관한 한 청중은 “무크의 중요한 문제점은 교육제국주의”라며 “무크를 활용하는 대학과 이를 제작하는 대학으로 대학이 이원화되면서 미국 고등교육에 종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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