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교수 1인시위로 논란 촉발…학생들 규탄 시위에 ‘재반박’ 나서

▲ 16일 오후 숙명여대 음대에서 윤영숙(오른쪽, 종이를 들어보인는 이), 홍수연(왼쪽) 작곡과 교수가 자신들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난과 의혹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감사편지를 보내던 학생들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내부감사와 학생들의 비난시위로 사면초가에 몰린 숙명여대 작곡과 교수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윤영숙(49), 홍수연(57) 교수는 16일 오후 2시 음대 교수연구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그간 자신들에 대해 불거졌던 의혹과 비난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폭언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해당 발언이 나온 맥락을 따져봐야 한다고 항변했다. 홍 교수는 “폭언에 대한 정의를 이 자리에 모인 분들께 묻고 싶다”며 “자신이 듣기 싫고 불쾌한 말은 모두 폭언인가.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조금 강한 표현을 했다고 해서 폭언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살 가치가 없으니, 뛰어내려라’거나 '너희는 죽어서도 도움이 안된다. 너희 시체는 썩어서 우주의 쓰레기가 될 것이다'라고 폭언했다는 증언에 대해선 일부 시인했다. 다만 홍 교수는 “90년대 선배들에게 웃으면서 했던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준 것”이라며 “결코 야단치면서 했던 말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연구실 밖에서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작곡과 학생들은 두 교수가 해명한 발언 이외에도 '너의 저급한 머리가 감당할 수 있는 쉬운 악기를 골라 와라', '너가 밤에 곡을 못 쓰는 이유라도 있나, 혹시 밤일을 나가냐'라고 하는 등 평소에 심한 말을 많이 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정모(작곡과 4)씨는 “윤 교수님의 수업은 한마디로 공포분위기”라며 “연주회 때는 피아노가 삐뚤어져 있다는 이유로 조교에게 조교생활 오래할 수 있겠느냐고 고성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졸업을 앞둔 학생에게 악보상의 작은 실수를 이유로 F학점을 줬다는 주장에 대해선 윤 교수가 “기본적으로 채점은 익명처리가 되어 있어 악보를 보아도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다”면서 “또한 여러 사람이 채점하기 때문에 작은 실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F학점을 준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을 들은 이모(작곡과 4)씨는 “익명으로 채점을 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학생들은 악보의 주인을 알아볼 수 있는 표지에 학년과 이름까지 써서 제출했다”고 말했다.

수업을 불성실하게 했다는 비난에 대해선 “오히려 더 신경쓰다보니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다. 윤 교수는 “개인지도를 일주일에 1번 50분을 해야 하는데 학생들을 더 잘 지도하기 위해 일주일에 2~3번으로 나눠서 수업을 진행했고, 학생들은 더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정말로 내 수업이 부실했다면 어떻게 나에게 배운 많은 학생들이 A학점을 받을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교수는 이어 학생들이 직접 써서 보낸 감사편지를 가져와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감사편지를 써서 보내던 학생들이 이제 와서 왜 그런 말들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서도 신모(작곡과 4)씨는 “교수님 눈 밖에 나서 F학점이라도 받으면 졸업을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사편지를 썼을 뿐”이라며 “작곡과에서는 교수님의 권한이 절대적인데 연주회는 물론이고 일부 전공과목에서 F학점을 받아도 계절학기가 열리지 않아 1학기 더 학교를 다녀야 한다”고 항변했다.

작품집과 오선지 강매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작품집은 졸업연주회 때 심사교수와 학생들 전원이 필수로 참고해야 하는 악보가 실려 있어 1~4학년 전원이 구매하도록 했다”면서 “악보를 보면서 듣는 것과 귀로만 연주를 듣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저학년 학생들에게도 구매하도록 한 것은 졸업하는 선배들의 작품이 좋은 지침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선지에 대해선 “학생들이 컴퓨터로 악보를 쓰면 표절도 많이 발행하기 때문에 손으로 직접 쓰는 것을 장려하고 있으며, 오선지의 재질과 개인별로 필요한 양이 다르므로 일괄구매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음대 학장과의 갈등의 불씨가 된 ‘마르세이유 음악제’ 논란에 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윤 교수는 당시 학과장으로서 학교 규정을 어기고 무리하게 음악제에 참가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감사를 받았다. 윤 교수는 “음악제 참가 예산안은 이미 지난해 12월에 통과됐고 4월 28일 학장의 결제까지 받은 사안”이라며 “교수와 학생들이 따로따로 출발한다며 안전상의 이유로 결제까지 한 중요한 행사인데 출발 직전인 5월초 갑자기 가지 말라고 구두로 말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윤 교수와 일부 학생들은 5월 7~14일까지 열린 행사에 결국 참가했다.

이에 대해 손모 음대 학장은 “당시 처음에는 학생들을 교수가 한꺼번에 인솔해서 가는 것인 줄 알고 결제를 했는데, 알고 보니까 교수와 학생들이 제각각 떠나서 안전상의 문제로 결제를 반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취재를 하려는 기자 20여명과 작곡과 재학생과 졸업생 30여 명, 학교 관계자 등이 몰려 큰 혼잡을 빚었다. 학생들은 두 교수를 규탄하는 내용의 피켓을 든 채 3시간 넘게 진행된 기자회견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열려있는 문을 통해 선채로 기자회견을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학생들은 두 교수의 발언 하나하나에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숙명여대는 두 교수에 대한 내부 감사를 끝냈으며, 최근 인사위원회를 열어 보강조사를 벌인 뒤 현재 징계위원회 회부를 건의한 상태다.

▲ 16일 숙명여대에서 폭언논란에 휩싸인 작곡과 교수들이 기자회견을 열자 교수연구실 밖에서는 이 학과의 재학생과 졸업생들 30여명이 손피켓을 들고 이들 교수들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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