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은 미래 대학연구소 초기모델

산학협력단 축소판 ‘군산대알앤디협동조합’ 기업밀착성 강화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미래의 대학연구는 어떻게 변화할까. 대학이 부속 연구소를 운영하는 지금의 틀이 유지될까. OCW(Open Course Ware, 온라인 공개강의)로 인해 해체되는 대학 강의실처럼 연구소도 온라인으로 전이돼 산화할까. 대학이 해체된다는 미래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대학의 연구형태도 신산업에 밀착된 새로운 모델로 변모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대학 연구에 대한 미래전망은 연구중심대학으로 번진다. 현재의 국내 종합대학이 원격교육을 근간으로 한 교육중심대학과 연구기능을 발달시킨 다양한 형태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분화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학의 연구기능 자체가 사라진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정종욱 고려사이버대 교수는 “지금 대학에서 하는 연구는 기업과 불일치가 심하다. 연구가 교수들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기업연구소 등에서 충분히 필요한 연구를 진행하는데 대학이 연구의 본령으로 남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변화하는 미래 대학연구 새 모델의 힌트는 협동조합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1월 협동조합법이 통과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이 탄생했다. 일부 대학교수는 직접 협동조합 설립에 나서 기업체와 직접 연구된 협동조합을 조직했다. 이들 협동조합은 기업체의 애로기술 컨설팅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크고 작은 연구를 수주해 그간 연구개발을 도맡았던 대학연구소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승헌 군산대 신소재공학과 교수가 시도한 군산대학교건설소재알앤디협동조합은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2월 설립된 군산대알앤디협동조합은 이 교수를 비롯해 이 교수의 제자와 관련 기업체 등 5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협동조합이다. 건설 신소재와 자원 재활용 분야의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고 연구용역과 애로기술 컨설팅, 건설자재 및 화학제품 도소매 사업 등에도 손을 뻗고 있다.

이 협동조합 모델은 대학에 존재하는 산학협력단의 축소판 같은 형태다. 그러나 산학협력단이 가족회사 등을 운영하거나 대규모 국책연구과제를 수주하는 형식으로 외연을 넓히는 것과 달리 직접 기업체에 밀착해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 교수는 군산대알앤디협동조합을 대학 연구실과 기업 연구실의 중간적인 형태로 규정했다. 수익을 내고 운영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기업 연구실과 마찬가지이지만 그 목적이 수익에 국한되지 않고 학생의 교육과 취업 등 공익적인 목적과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산학협력단이 대학에 위치한 것과 달리 협동조합은 기업과의 거리가 더 가깝다는 이야기다.

이 교수는 “기존 대학 연구실보다 현장에 접근하고 실질적인 지역의 중소기업 기술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더불어 협동조합으로서 학생을 교육시키고 졸업한 학생을 사원으로 채용할 수 있어 공익성도 가미하고 있는 형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협동조합은 기업체의 애로기술 컨설팅에 비중을 두고 운영되고 있다. 더불어 건설 시 발생하는 부산물을 신소재로 재활용하는 방식과 사업장 폐기물을 소재로 자원화하는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협동조합 모델이 기존 대학 연구소에 비해 유리한 점이 있을까. 이 교수가 꼽은 강점은 연구의 연속성이다. 기존 대학 연구소는 대학원생이 졸업하면서 자연스럽게 후속연구세대가 유입된다. 연구진의 선순환 형태로 볼 수 있지만 새롭게 연구진을 교육하고 훈련시켜야 하는 맹점이 있다. 이 교수는 “연구실에서 일하다 졸업한 학생이 다른 기업체로 가지 않고 협동조합에 취업해 해당 연구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 숙련된 연구원은 연구질 확보에 필수적인데 이 점에서 매우 유리하다”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같은 과학기술인들의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5월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지원센터를 개소했다. 7월 현재 이 지원센터에 등록된 과학기술인 협동조합만 90개다. 소속된 조합원은 1080명에 이른다.

등록된 협동조합 중에는 군산대알앤디협동조합처럼 대학의 이름을 차용하지 않은 협동조합도 많다. 미래부 신소영 사무관은 “대학교수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바리과 어종에 대한 국내 기술을 개발하는 바리연구협동조합도 대표적이다. 연구기능을 갖은 협동조합이 설립돼 각종 미래부 산하 출연연의 연구를 일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원센터는 협동조합 설립에 어려움을 겪는 과학기술인들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상시적인 상담을 진행한다. 당초 지원센터의 목표는 국정기조인 창조경제에 따른 창업지원이다. 협동조합을 새로운 창업모델로 보고 이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의 본산인 대학의 참여가 필수적이었다.

신 사무관은 “지난해부터 교육부를 통한 협동조합 설립 협조 공문을 대학에 발송했고, 각 지역의 국립대 등을 찾아 협동조합 설립 교육도 실시했다. 국립대학에 더욱 많이 협조를 요청하고 교육을 강화해 참여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원센터를 통한 연구과제 수주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미래부는 지난 8월 지원센터에 등록된 협동조합이 신청할 수 있는 연구과제 9개를 공고했다. 연구과제의 총 규모는 3억원이다. 이미 미래부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3차에 걸쳐 12억원 규모의 43개 과제를 공고한 바 있다.

이 같은 협동조합 모델의 의미는 뭘까. 한종우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전문위원은 “향후 대학연구의 미래는 산학연 협력에 있다. 지역 중소산업체의 애로기술을 해결하고 기업의 발전과 밀착된 연구기능을 수행하는 대학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협동조합 모델은 이 같은 산학연 모델의 초기단계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지원센터 측의 견해다. 한 전문위원은 ”중소기업의 애로기술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대학의 과학기술인간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은 아직 발전단계에 놓여 있지만 이 같은 요구를 성공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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