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닥쳐왔을 때 이를 잘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면 ‘기회’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자는 뜻에서 ‘위기이자 기회’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그러나 반대로 ‘기회’인가 싶더니 ‘위기’가 닥쳐온다면 ‘기회이자 위기’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럴 때는 ‘어이없다’ ‘황당하다’ ‘이럴 수가’라는 표현밖에 할 수 없다.

요즘 전문대학이 처한 상황이 꼭 이렇다. 박근혜정부는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의 중심기관으로 육성하겠다며 특성화 전문대학 100개교를 집중 육성키로 했다. 그동안 4년제 대학에 밀려 주요 정책대상에서 홀대받던 전문대학들은 환호했다. 이제야 제대로 된 전문대학 육성방안이 마련됐으니 국가 전문 인력양성은 우리가 전담하자며 특성화 전략을 짜는데 밤을 하얗게 지새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용확대 및 투자활성화대책등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폴리텍과 마이스터고의 기능강화, 5년제 고등전문대학신설 등이 검토되자 전문대학들은 ‘어이없다’ ‘황당하다’는 반응들이다.

그동안 제조업 중심의 기능인력 양성에 주력했던 폴리텍이 서비스 인력도 양성하겠다며 전문대학의 교육영역까지 침범하고 마이스터고가 취업영역을 확대하며 전문대학의 기능을 일부 대체할 조짐을 보이자 전문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대학 육성방안이 발표된 지 채 1년이 안되어 터져 나온 이러한 정책들은 전문대학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안 그래도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정원 감축, 지방4년제 대학들과의 치열한 학생유치 경쟁,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압박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전문대학들이 또 다시 사면초가 신세가 된 것이다.

물론 큰 틀에서의 국정운영 기조로 보면 전문 인력양성, 고용률 확대, 투자활성화 등이 하나의 목표아래 원활히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부처 이기주의나 영역 간 불필요한 다툼은 당연히 배제되어야 한다.

교육부 장관은 사회부총리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고용, 취업, 평생교육, 사회안전망 구축 등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기회 있을 때마다 조심스럽게 ‘교육은 산업’이라는 소신을 밝힌다. ‘교육이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그것이 폴리텍이든 마이스터고든, 전문대학이든, 4년제 대학이든 고용과 취업 등의 성과를 내면 그만이라는 식의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 초기 애써 마련한 전문대학 육성정책은 공중에 뜨고 마는 셈이 된다.

정부는 전문대학 육성, 고용확대와 투자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서는 과감히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폴리텍에게 지원되고 있는 고용노동기금을 전문대에도 과감히 지원해야 하고 폴리텍의 운영을 고용노동부가 아닌 교육부가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원액수도 현재보다 더 늘려 지원하고 필요하다면 폴리텍을 국립 전문대학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의 고용노동기금을 전문대학 직업체험교육이나 진로체험교육 예산으로 쓸 수 있다면 전문대학의 전문 인력양성과 취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고용노동기금이 사후적 재취업 쪽에 예산이 편중되어 있는 것을 사전적 대졸 취업 쪽으로 전환하면 실제적 고용효과가 더욱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전문대학 육성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교육부내 전문대학 담당조직을 대폭 확대하고 수업연한 자율화, 명장대학원 신설 등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다분히 전문대학만의 현안 문제 해결에 목을 매단 듯하다. 이제는 전문대학도 좀 더 큰 차원에서 전문 인력양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고민도 하고 대안도 찾아야 한다.

마침 지난 17일 이승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취임식을 갖고 전문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위해 ‘전문대학이 국가고용율 70% 달성에 기여하는 것’ 등 5가지 실천과제를 강조했다.

강조나 다짐만으로가 아니라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전문대학 관계자들의 노력과 정부의 발상 전환이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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