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일방통행' 대학가 불만 팽배 "들여다보겠다"

최근 '좋은대학' 10개 평가영역 36개 세부지표 공개돼
종전과 큰 차이 없고 교육부 수장 유고로 일정은 촉박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교육부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 고등교육 기관들이 내년 대학구조개혁 평가의 틀과 지표를 논의할 (가칭)공동개발위원회 구성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피평가자인 대학이 평가기관인 교육부의 평가지표 수립에 관여할 수 있는 실무위원회다. 대학들이 그간 교육부 평가의 ‘일방통행’에 반발했던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평가기관인 교육부로서는 대학평가에 회의적인 대학들을 포함시켜 평가지표를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공동개발위원회 구성논의의 이면에는 교육부의 대학평가 연구초안이 자리 잡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좋은 대학’을 표제로 한 평가지표 연구초안을 마련했다. 학생과 학부모 등 일반국민의 관점에서 좋은 대학을 정의하고 이에 대한 10개 평가영역 23개 항목에 36개 지표를 정한 것이다. 이 평가안은 이미 대교협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전달된 상태다. 정량평가와 정성평가의 비율, 각 평가지표의 점수 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학특성화 운영 현황 등을 평가하는 등 세부적인 지표까지 정해진 것이다.

그러나 실상 지표는 종전의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정책의 지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임교원 확보율 △장학금 확보율 △신·재학생 충원률 △졸업생 취업률 등이 그대로 포함돼 있다. 그간 지표관리로 몸살을 앓아온 대학들은 이 연구초안에 따라 평가가 확정되고 정량평가가 커지면 4년의 혼란을 되풀이해야 한다. 이래서는 곤란하다며 평가지표 마련에 대학이 직접 참여하겠다는 공동개발위원회가 강하게 힘을 얻은 배경인 셈이다.

공동개발위원회에는 대학구조개혁위원회 내 정책연구팀의 4년제 일반대학, 전문대학, 대교협의 고등교육평가원의 각 연구진 등이 구성원으로 거론된다. 그밖에도 교육부와 대학의 추천을 받은 고등교육 전문가들을 망라한 형태로 구상되고 있다.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은 “그간 대학평가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 평가방식이 일방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실무자들이 모여 함께 논의하는 협의체로 공식화하자는 것이다. 가능한 빨리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백 위원장도 언급했듯이 결국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이 일방적이었다는 비판에서 출발한다. 이원근 대교협 사무총장은 “22일 연구초안에 바탕한 공청회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연구초안이 이제야 공개됐는데 공청회가 형식적인 자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고 전했다.

대학가에서는 연구초안이 마련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불만이 팽배했다. 교육부는 당초 6월까지 평가계획과 평가편람을 마련한 뒤 8월 확정해 9월부터는 대학별 자체평가를 실시토록 한다는 일정을 세워뒀다. 그러나 당시 교육부 장관 유고사태가 길어지면서 이 같은 계획은 무산됐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오는 10월까지 평가편람을 확정하고 11월부터 대학별 자체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새로 수립한 뒤 평가지표 연구초안을 만든 것이다. 연구초안은 언론에 의해 공개되기 전까지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져 대학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대학으로서는 연구초안의 지표를 새로 논의할 시간 자체가 부족해진 것이다.

교육부도 시간은 촉박하다. 교육부로서도 연말 대학별 자체평가를 실시하고 김희정 국회의원이 공동발의한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적 근거가 없는 대학 평가라는 종래의 비판을 다시 되풀이할 공산이 크다. 공동개발위원회의 구성이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백 위원장은 “협의체 구성은 절대 미룰 일이 아니다. 연말까지 갈 것도 없다. 연말에는 대학별 자체평가가 실시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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