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포부 밝혔지만, 해외 분교 설립 전무, 왜?

대학 "교육당국 소극적 태도가 문제", 교육부 "학교 법인 대규모 투자여력 없어 발목"

[한국대학신문 신나리·김소연 기자] 정부가 국내 대학의 분교 · 캠퍼스 · 교육원 · 연구소 등 다양한 형태로 해외진출을 하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한다고 발표한 지 4년이 흘렀다. 당시 수많은 대학이 앞 다퉈 분교 설립계획을 발표하며 ‘교육한류’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외에 국내 대학 분교를 설립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이유는 다양하다. 교육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아쉬워하는 대학이 있는가하면, 국내가 아닌 해외 정부의 허가가 쉽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는 대학이 있다. 해외 분교 설립에 드는 예산을 감당하지 못해 설립계획을 백지화 한 학교도 상당 수다. 인하대는 해외분교 대신 ‘위탁경영’이라는 대안을 찾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시에 내달 1일 ‘타슈켄트 인하대’의 문을 연다.

18일 대학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해외 분교 설립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역의 한 대학은 중국에 대학원 분교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몇 년째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에서 캠퍼스 조성과 학생 유치, 학생기숙사와 교직원 기숙까지 제공한다고 하는데 정작 교육부의 조건부 승인마저 얻지 못하고 있다.

이 대학 국제협력팀 관계자는 “중국과 약 8년여에 걸쳐 교류하는 동안 서로 신뢰가 쌓였다. 이 때문에 중국의 한 대학에서 대학원 설립에 필요한 전폭적인 지원을 할 테니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러한 시스템의 사례가 없다며 이해를 못하고 있다. 교육부에서 조건부 승인을 해주면 중국의 대학도 중국 교육부와 허가와 승인이 수월할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대학의 재정적 지원에 관해서 부족함은 없지만 한국의 대학이 중국에 대학원을 설립하고 교육서비스를 수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중국의 대학도 중국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중국은 대한민국 교육부의 조건부 승인을 받기를 바라고 우리 교육부는 중국 교육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상황에서 ‘교육 한류 프로그램 수출’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2010년 국내대학의 해외 분교를 지원한다는 교육부의 방침대로 교육부가 해외 분교 설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교비나 법인 자금 없이 중국의 지원만으로 대학원을 설립하는 것 아닌가”라며 “학교의 브랜드를 알리고 글로벌한 교육서비스를 알릴 수 있는 ‘교육 한류’의 좋은 기회인데 왜 협조를 망설이는지 모르겠다”며 교육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답답함을 표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대학 측의 예산문제를 탓하고 있다. 국내 대학의 해외 진출을 위해 해외 분교 기준을 완화하고 규제를 많이 풀었다는 입장이다. 아직 해외 분교 설립 사례가 없는 것은 규제 때문이 아니라 각 대학이 해외 분교에 쓸 충분한 예산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교육부가 말하는 규제완화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교육의 대외 개방과  관련한 ‘글로벌 교육서비스 활성화 방안’ 을 발표했다. 정부는 국내 대학이 설립해 현지 학위를 주는 분교의 경우 국내 기준보다는 현지 기준을 충족하면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단 교비 회계의 반출은 안된다.

교육부는 “국내법상으로 교비 반출은 불가능하다. 학교 법인 재원으로만 한정해 학교 설립이 가능한데, 법인들이 돈이 없어 국외 분교를 인가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사학진흥재단 역시 법인 운영비의 부담이 해외분교 설립의 발목을 잡는다고 밝혔다. 한국사학진흥재단 글로벌개발팀 김준식 팀장은 “현재 국내 대학이 해외로 나가려 하면 결국 두 가지 방식이 가능하다. 그 나라에서 인정을 해주는 외국의 교육기관으로 남거나 그 나라의 고등교육법에 맞는 대학이 돼야한다. 우리나라도 대학을 설립하려면 최소 150억 원이 필요한데 외국의 경우는 운영기간 까지 약 5년간 500~600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며 “결국 국내 대학 법인이 투자를 해야 하는데, 여력이 있는 법인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교육부와 사학진흥재단의 지적대로 예산문제 때문에 해외분교 설립이 좌초된 경우도 있다. 미국에 외국인 중심의 연구 캠퍼스 설립을 추진했던 한 대학은 이에 필요한 예산이 1조원으로 책정되자 설립을 전면 취소했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2011년 당시 미국의 한 시장이 연구기관 건립 요청을 해 TF 팀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설립 준비에 착수했다. 하지만 1조원의 예산은 감당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라며 “예산이 우리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한번 겪어봐서 그런지 지금도 해외 분교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외국 정부가 협조적이지 않아 해외분교 설립이 지지부진한 경우도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는 아시아의 한 국가에 장기적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이 대학은 해외에 교육법인을 만들고 센터를 운영했다. 하지만 센터를 해외 분교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학교의 계획과는 달리 외국 정부가 대학 유치에 대해 폐쇄적인 방침을 고수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강의 개설을 하려고 해도 정부의 제약이 많았다. 해외분교 설립은 기본적으로 분교를 설립하려는 대학과 해당 국가가 오랜 시간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내부의 규제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규제에 걸림이 없이 협력이 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해외 분교가 아닌 ‘위탁 경영’을 선택한 학교도 있다. 인하대는 내달 1일 우즈베크에 ‘타슈켄트 인하대(IUT·Inha University in Tashkent)’를 개교한다. 우즈베크 정부에서 부지와 건물, 재정을 출연해 학교를 건립하고 인하대는 설립자문을 수행한다. 정보통신기술과 소프트웨어 공학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남두우 인하대 기획처장은 “해외에 분교 설립할 때 국내 법인의 돈이 나가면 안 된다. 인하대가 분교 설립이 아닌 위탁경영 시스템을 택한 것도 그런 이유”라며 “해외 분교는 아니지만 인하대가 교수 파견과 교육커리큘럼 등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재정은 모두 우즈베크 정부가 부담하는 ‘타슈켄트 인하대’는 교육 한류 보급의 첫 사례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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