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발의, 한 차례 논의된 이후 법안소위에도 못 올라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학문의 요람이어야 할 상아탑이 점점 더 정치판을 닮아가고 있는데, 정작 ‘정치교수’ 금지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대학교수를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에 영입하는 문제로 홍역을 치르면서 폴리페서 논란도 다시 고개들 들고 있다. 정치권이 정치권 안에 충분한 인재풀을 만들지 못하고 위기 때마다 대학교수를 수혈하면서 폴리페서의 양산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폴리페서를 금지하는 법안은 현재 상임위원회 법안소위 심사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폴리페서 금지법안으로 불리는 ‘교육공무원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상임위에서 진행상황이 없다”면서 “지난 2012년에 발의했는데, 그 때 딱 한번 상정되고 이후 상정 자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떤 법안이 상임위 소위원회의 심사를 받으려면 우선 양당간사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테이블에 오르지 않으면 심사 자체가 불가하다.

법안으로 막기 이전에 보다 근본적으로 교육과 연구에 몰두하는 교수보다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교수들이 많아지고 있는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느슨한 교수정년보장 심사와 보은성 보직인사 가 그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대 의대 한 교수는 “연구만 하는 교수도 물론 중요하지만 행정을 담당하고, 사회참여를 활발히 교수도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미국 대학의 경우 강의와 연구, 사회참여 교수가 피라미드 구조로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강의와 연구도 제대로 못하는 데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교수들이 많은 구조는 분명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 아이비리그 수준의 대학을 예로 들면, 신임교수 100명을 채용하면 연구 교수가 되는 비율이 30%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개인 연구가 아닌 공동연구나 국책연구를 수행하는 교수들 가운데 뛰어난 사람이 사업단장 등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나 행정력을 쌓는다. 그런 분들 가운데 능력이 있으면 학과장을 맡고 또 일부는 학장을 맡는다. 노벨상과 같은 저명한 학술상을 수상하고 자연스럽게 정부나 정당의 정책을 자문해주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에 몰두하기 위해 보직을 마다하는 대학교수다운 학풍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AIST와 포스텍과 같은 이공계특성화대학의 경우 그런 사례가 흔하다. 포스텍 한 관계자는 “이공계 특성화 대학에서는 ‘총장도 교수다’라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며 “학생처장을 두 번이나 고사한 교수님을 비롯해 보직교수를 구하기가 오히려 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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