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 출신 학생 유입 늘어나며 강좌 개설 '속속'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대학에 ‘지역학’ 개설이 확산되는 추세다.

경북 경산시는 2015학년도부터 지역 대학에 ‘경산학’ 개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김포대학도 올해 김포지역학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충남평생교육진흥원도 올 1학기 공주대, 나사렛대, 선문대, 청양대에서 충남학 강사 양성과정을 운영해 지난 8월 69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정식 대학 강좌는 아니지만 서울시민대학도 올해 ‘서울학’을 시범 도입해 운영 중이다.

‘지역발전 초석’ 광역자치단체에서 도시로, 지역학 ‘관심’ = 이렇게 지역학이 확산되는 원인은 우선  타 지역 학생 유입이 많은 까닭이다.

지역학 강좌인 ‘화성으로의 초대’를 도입한 수원대 양정석 교수(사학과)는 “경기지역 대학생들은 워낙 출신 지역이 다양하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이 수원, 화성 지역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지역학을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지역 대학에 ‘경산학’ 개설을 추진하는 경산시 관계자도 “경산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12개 대학이 있어 타 지역에서 많은 학생이 유입되고 있다. 동질감과 유대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충남평생교육진흥원 이동준 전문관도 “도내에 다른 지역 출신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생활 뿐 아니라 지역에 대한 이해를 도와 적응력을 키우려 했다”고 충남학 도입 이유를 밝혔다.

글로벌화에 골몰했던 대학들이 내실을 다지기 위해 지역학으로 관심을 돌린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형균 부산학연구센터장은 “그간 우리나라가 글로벌화에만 눈길을 줬다면 이제 로컬리티로 구심점이 작용하고 있다”며 “글로벌화도 근본적으로는 로컬리티를 외부로 표출시키는 것이다. 로컬리티가 있은 다음에 글로벌화도 추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의 지역학 개설에는 일반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다. 김포대학은 지난해 경기 김포시와의 MOU를 통해 올해부터 김포지역학 강좌를 마련했고, 경산학도 경산시가 주도적으로 강좌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지자체가 이렇게 지역학 강좌 개설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은 지역인재 선순환의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정석 교수는 “10여 년 전에는 광역자치단체 위주로 지역학이 논의됐다면 지금은 보다 작은 도시 단위까지 지역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며 “수원대에서 시행하는 화성학의 경우 지역의 기업체들을 답사하기도 한다. 이걸 보면서 우리 지역에 어떤 기업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새롭게 아는 학생들이 많다. 이런 앎이 지역 정체성을 가진 인재가 배출되고 그  인재가 지역에서 일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꾸준한 유지‧강의 다각화는 ‘숙제’ = 지역학은 강의 프로그램이나 강사 역량 차에 따른 편차가 크다. 강의 질 제고와 강의 지속성은 과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올해 처음 지역학을 도입한 한 지역 관계자는 “강연하는 학자 분들이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다보니 강의가 어려워 수강자들의 관심도가 크지 않다”며 “강의 내용의 대중화가 과제”라고 언급했다.

양정석 교수도 “매년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니즈가 발생하는데 교재나 수업 틀을 변화하지 않으면 옛날 과목이 돼 버리고 만다”며 “강의자, 강의내용을 계속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9년 대학 강좌로 개설돼 나사렛대, 남서울대, 단국대, 상명대, 호서대 등 충남지역 7개 대학 교양과목으로 운영되는 천안학은 수요자 중심 전략으로 인기 강좌로 자리잡았다. 

심재권 나사렛대 교수에 따르면 천안학은 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양 과목 중 하나로 수강신청 시 5분 만에 신청이 마감되기도 한다. 7개 대학에서 연간 3000여 명, 누적 1만6000여 명이 천안학을 수강했다.

심 교수는 “지금까지 지역학이 소수 연구자만 공유하는 것이었다면 천안학은 이를 시민들로 끄집어내려 했다”며 “강의를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해 역사, 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 한주 기업의 CEO특강을 했으면 그 다음 주는 천안삼거리 민요 전수자에게서 흥타령을 배우고 그 다음 주는 현장답사를 가서 천안특산물까지 접하고 오는 식이다”고 말했다. 또 “천안 지역 관련 저명인사를 섭외해 15주 강의안을 짠다. 강의의 통일성 위해 7개 대학의 15주 강의 중 11회까지 동일한 커리큘럼으로 짜여있고, 남은 3~4개 강의는 주간교수 자율에 맡겨져 있다. 주간교수들이 섭외한 강사 강연 중 반응이 좋은 강연이 있었다면 주간교수 간담회를 통해 다음 학기에 반영한다. 매 학기가 끝날 때마다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반응이 좋지 않았던 강의는 바로 변화를 준다”고 밝혔다. 수요자에 따라 강의 대처가 유연하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양 교수도 “화성학 강의에서 한 학기에 3번 이상 현장답사를 실시한다. 강의실에서 보는 것보다 현장에서 보는 게 훨씬 관심도가 높고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역사에만 치중한 게 아니라 문화행사, 기업 등 다양한 분야를 다뤄 수강생들의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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