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학가 관망 “환수방법 부당성 지적한 것으로 감사결과는 정당”

법원 “숭실대 개인연금은 단협 통해 결정된 정당한 학교운영비”

[한국대학신문 이재·이현진·이재익·차현아 기자] 사립대 44곳이 교직원의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을 교비회계로 대납해 사실상 등록금 인상요인이 됐다며 환수를 지시했던 교육부의 지난해 7월 감사결과를 법원이 뒤집었다. 서울중앙지법은 25일 숭실대 교직원이 대학본부를 대상으로 제기한 환수임금 반환소송에서 교직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 같은 판결이 알려지자 대학직원노동조합과 사립학교교직원연맹 등 대학단체들은 교육부의 사과와 관련자 문책 등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원은 “대학이 대납한 것은 단체교섭을 통해 결정된 별도의 정액수당 내지 퇴직금이다. 이는 사립학교법상 교비에서 지급할 수 있는 학교운영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또 숭실대 교직원들이 연금을 지급받기로 한 학교와 교직원간의 단체협약이 사회질서에 반하지도 않는다며 급여에서 환수한 연금 개인부담금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학단체는 이를 두고 처음부터 교육부가 무리한 정책을 강행한 것이라며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국장은 “환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임금을 무리하게 환수하도록 하는 등 교육부의 무리한 정책에 대한 당연한 결과다”고 말했다.

사립대연맹은 오는 30일 회의를 열고 후속조치를 논의한다. 문준호 사립대연맹 수석부위원장은 “교육부의 사과는 당연하고 관련자 문책까지 해야 한다. 지난해 7월 교육부의 감사결과 발표 뒤 대학의 직원들은 부당한 사회적 비판에 시달렸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3일 사립대 44곳에서 교직원들이 단체협상을 통해 사학연금 개인부담금과 개인연금, 건강보험료 등 2080억원을 교비회계로 전가시켜왔다고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교직원들이 학생 등록금으로 개인이 부담할 돈을 대납했다고 질책했다.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은 사립학교에 재직하는 교수와 직원의 연금 중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돈이다. 매월 교직원의 월급에서 7%가 사학연금으로 적립되는데 이 중 직원은 50%를 개인이 부담해야 하고 나머지 절반은 학교법인에서 보조한다. 교수의 경우 법인이 30%, 국가가 20%를 부담하고 개인이 50%를 부담한다.

당초 환수는 어렵다고 밝힌 교육부는 박 대통령의 발언 뒤 입장을 바꿔 각 대학에 자발적인 환수계획을 내도록 지시했다. 또 환수계획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대학역량강화사업 사업비 일부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학교법인이 법인재산으로 환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교직원 개인이 직접 환수하도록 강제하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대학가는 크게 반발했다. 특히 18개 대학은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이 아닌 개인연금과 건강보험료 등을 단체 협상에서 대학이 납부하기로 합의했던 것이라며 교육부가 내용이 다른데도 묶어서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판결이 난 숭실대도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이 아닌 퇴직연금을 단체협상안에 포함시켰던 대학이다.

법조계는 이미 환수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었다. 하해성 노무사는 “연금을 대납했다고 하지만 해당 금액은 모두 용역을 제공한 뒤 대가의 형식으로 받았으므로 임금에 해당한다. 임금인상이 어려워 수당을 신설한 정황은 비판 받을 수 있으나 이를 환수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설명헀다.

교육부가 무리한 환수를 강행하면서 대학본부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숭실대는 그간 환수를 명목으로 교직원 임금에서 공제했던 8200만원을 반환해야 한다. 당장 이 돈을 마련하기도 어렵거니와 이를 두고 항소를 해야 하는지 여부도 고민거리다. 숭실대 측은 “감사결과가 나왔을 때도 억울하고 황당했다. 그러나 여론을 의식해 교육부의 방침을 따랐는데 이제 법원에서 정반대 판결이 나왔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학들로서는 대응방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애초에 교육부가 대납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였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한숨섞인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학연금 524억을 교비로 대납했던 연세대도 애초에 교육부 감사결과가 말이 안된다고 성토했다. 연세대는 학교법인에서 5년간 매년 100억원씩 교비회계로 환수하고 마지막 해에는 125억원을 환수하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이라지만 대학이 아닌 병원이나 재단 수익사업체인 연세우유 직원들까지 사학연금의 대상으로 보고 부과됐던 금액이다. 다행히 재단에서 이를 부담하기로 했지만 퇴직한 사람들까지 찾아내 환수하라는 것이 말이되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학은 교육부가 권력을 남용했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환수계획을 제출하지 않은 대학에 교육역량강화사업의 사업비를 삭감한 것을 지칭한 것이다. 이 대학 측은 “교육부에서는 대학에 계획을 제출하라고 한 것이고 강제로 직원 임금을 공제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이 아닌 개인연금 관련 소송의 결과라서 두고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환수의 절차를 꼬집는 판결이었다고 본다. 숭실대 본부가 무리하게 임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환수를 추진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교육부의 감사결과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식 입장과 달리 교육부 내부에서는 숭실대가 항소에 나서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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