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교육소비자는 디지털 원주민… 디지털 이주민인 교수들도 교육 필요

대학 경영에도 ‘선택과 집중’… 차별화보다 특성화 주목해야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29일 한국대학신문 특별기획 ‘대학이 사라진다’ 좌담회에서 전문가 7인은 앞으로 15년 내 고등교육에 혁신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성우 전 국민대 총장 등은 현재 고등교육계에 불어오는 변화의 방향을 “지식 생산자를 찾아가 배우던 지식이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지식 유통 시대”라고 진단했다. 교육부에서 예측하듯 대학 정원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그야말로 ‘변화의 쓰나미’가 몰아칠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었다. 이런 위기를 어떻게 헤쳐갈 수 있는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혜안을 모색했다.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교육계 ‘지각변동’ =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데에는 전문가 7인이 모두 입을 모았다. 우선 기술의 발달은 교육 콘텐츠의 문턱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인다. 지식의 생성 속도가 급변하고 누구나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지식을 접할 수 있는 시대에, 고등교육은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이들은 예측했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기존에는 대학교수가 아는 것을 가르치고 싶은 대로 가르쳤다면 이제는 학생들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지식들을 가져올 수 있다”며 교수에 집중된 지식 권력이 소비자인 학생으로 옮겨간다고 진단했다.

이성우 전 국민대 총장은 “지금까지의 고등교육이 직거래장터였다면 지금은 유통산업 중심”이라고 달라지는 고등교육의 변화를 정의했다.

지식 생산자인 교수들의 학습이 필연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교육 소비자는 발전한 정보 통신 기술을 선천적으로 접한 디지털 원주민인데 반해, 교수들은 이를 후천적으로 접한 디지털 이주민으로, 교육 환경 변화에 대처가 오히려 더디다는 것이다.

박춘배 인하대 총장은 “태어날 때부터 네트워크 환경 속에서 태어난 학생들은 (이런 변화에 대처할)준비가 다 돼 있다. 지금은 교수들이 준비가 안 돼 있다.”며 “다 자란 후에 네트워크 접한 세대이기에 무크 등에 아이디어도 부족하다. 앞으로 학생들이 교육 환경 변화 이뤄나가는 시기가 오면 큰 변화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 생존 위해 ‘각 대학이 잘 할 수 있는 것’ 해라 = 앞으로 대학의 생존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더 이상 백화점 식의 방만한 경영은 안 된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제 대학 경영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길용수 한국대학경영연구소장은 “경영 측면에서는 이제 양적 성장 시대에서 질적 성장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양적 성장 시대에는 투자를 하면 계단식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죽음의 계곡’이 있다. 남이 뭐 하니까 우리도 하는 식이어선 안 된다”며 질적 성장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또 해법으로 특성화를 강조했다. 그는 “대학 간 경쟁에서는 400개 중 200개가 없어져야 하지만, 차별화보다는 특성화를 한다면 400개가 모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대학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대학 총장들은 교육부의 현 정책에 문제를 제기했고, 교육부는 이에 대한 해명과 함께 교육 비전을 제시했다.

이성우 전 국민대 총장은 “학부교육이 완전히 황폐화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 지금 대학 평가는 전부 연구 위주로 하고 있다. 학부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교수들에게 연구논문 실적만 들이대기 때문에 교수들이 학생을 돌아보지 않는 것”이라며 “연구와 교육은 분리해서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춘배 인하대 총장도 “미국대학들은 1년제, 2년제, 4년제, 7년제 등 다양한 코스를 운영한다. 그런데 우리 고등교육법에는 전문대학, 원격대학 등 대학을 엄격히 구분 짓는다”며 “대학이 스스로 융통성 있게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석수 교육부 대학지원실장은 “지난 1월 교육부에서 대학 정원감축계획을 발표했다. 그 전제가 양적 감축이 아닌 고등교육의 질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며 “고등교육기관들이 워낙 어렵다보니 구조개혁도 힘든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지난 봄 교육부가 공학교육혁신방안 발표했는데 그 핵심이 학부 교육을 양적 교육에서 질적 교육으로 바꾸는 방안”이라며 정부 정책의 비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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