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총장은 CEO형, 경영자적 자질 가져야”

“여대 특성 살리면서 융합 세계에 발 담글 것” 

[한국대학신문 양지원 기자]서울 한복판 종로구에 위치한 배화여자대학은 116년이라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여성교육의 요람으로 자리해왔다. 이 대학을 이끌고 있는 김숙자 총장은 기독정신을 바탕으로 지식과 인성을 겸비한 여성 인재 양성에 앞장서 왔다. 지난 2011년 취임 이래 고등전문직업능력을 갖춘 배화인 육성에 전념해 온 김 총장은 어느덧 고희(古稀)가 됐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6차 세계대학여성총장포럼’에서 촉망받는 여(女)총장으로서의 빛나는 교육 열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돌아왔다.

▲ 제6차 세계대학 여총장포럼에 참석한 김숙자 총장.(배화여대 제공)

-세계대학여성총장포럼은 어떤 것인가.
“여성총장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 모였다. 중국 전매대학 명예총장인 류지난(劉繼南) 총장이 세계 대학 여성 총장 네트워크를 통해 각 여성 대학 총장들이 서로 소통하고 연합해 각종 아이디어들을 공유할 수 있도록 국제적인 모임을 만들었다. 2001년부터 시작된 포럼으로 이번 제6차 포럼에서는 ‘여성리더십아카데미’를 창립했다. 국내에선 저와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이 참석했다.”

-포럼에 참석하게 된 계기가 있나.
“중국 등지의 대학들과 수교 직후부터 20여 년간 친교가 많았다. 명지대 법과 교수 재직 당시에는 그 쪽에서 교수로만 알았지만, 전문대학 총장이 되니 포럼 부위원장으로 있는 베이징대 총장이 저를 초청했다. 이렇게 포럼 조직위원회로 부터 참석 요청을 받고 푸젠성(福建省)에서 열린 제5차 포럼에 참석하게 됐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한영실 숙명여대 전 총장, 이광자 서울여대 전 총장이 함께 했었다.”

-이번 포럼에서 어떤 활동을 하셨나.
“우리나라 대학의 여성 총장 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4년제 200여개 대학들을 살펴보니 여자 총장 수가 14명, 6.9% 밖에 되지 않았다. 이 수치도 대학 설립자, 가족 내지 배우자 등의 관계인이 10명이었고, 나머지 4명은 해당 학교 출신이었다. 전문대학의 사정은 이보다 조금 나은 상황이었는데, 139개교 중 15.8%인 22명이 여성 총장으로, 4년제보다는 상대적으로 그 수가 많았다. 5개 간호, 보건대학에서 해당대학 간호학과 교수들이 총장이 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의 국공립대학 총 46개교 가운데 여성 총장은 단 한 명 이 없더라. 리더십 발전과정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자유토론에 참가했다.”

-배화여대 총장 공모에 직접 지원하셨다.
"여성 총장 현황과 대학 총장의 리더십 분석을 해 본 결과 성(性)에 따른 리더십에는 서로 차이가 없었다. 여성 총장이 드문 이유는 리더십 부재가 아니라 기회 부족이었던 것이다. 대학 여성 교수 비율 자체도 낮지 않은가. 10명 중 2명꼴이다. 그만큼 여성 교수들이 뽑힐 확률이 적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가사·육아 문제가 개입돼 있다. 여성 교수들은 이런 면에서 보직이 어렵고 스스로 사양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학교에서도 애초에 시키지 않는 경향이 있다. 제 경우만 하더라도 명지대 교수 재직 당시 최초로 여 학장 직책을 맡았다. 교육자로 오랜 시간 머무르면서 느낀 건, 앞서 언급한 결과들이 의식과 시스템, 제도적인 문제와 관련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겠나.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성·인맥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편견에 불과하다. 오히려 여성이 가진 부드러움과 섬세함 같은 것들이 리더십 발휘에 영향을 주지 않나. 대학마다 여 교수의 임용을 확대하고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성 리더십 향상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일반사회 리더들은 그 방면의 전문성과 지식, 인내심, 그리고 포용력 등 여러 가지를 필요 요소로 꼽는데, 오늘날에는 보다 수평적인 관계, 모 대학 총장이 강조했던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라고 본다. 과거 대학 총장들이 아카데믹(Academic)한 이미지였다면 요즘은 CEO형, 즉 경영자적 자질을 가져야 한다.”

-배화여대는 어떠한가. 여교수에 대한 차별성이 보완되고 있나.
“부임하자마자 여자 보직교수 체제를 만들었다. 그렇게 1년 총장직을 하고, 연임 후 남자 보직교수가 생겼다. 우리 대학은 여교수 비율이 85% 정도로 높다. 남자 교수 비율이 적어 이들이 역차별 받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여대이다 보니 유아교육과, 전통의상과 등 여성이 주로 배우는 학과들이 많아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 본다.”

-여대로서 강점이 있는 반면에 단점 또한 있을 것 같은데.
"근래에 와서 고민하는 부분이다. 과거에는 없었는데 정부가 모든 대학들의 취업률을 가지고 대학 평가를 한다. 여대로서의 취약점이 바로 이 취업률이다. 때문에 여대로서 가진 이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요즘의 고민이다.“

-해결책은 찾았나.
“취업률을 지나치게 강조해 대학 평가를 하는 건 옳지 않다는 의견이다. 구체적인 평가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우리대학 학생들은 눈높이가 높다. 지방에서 아무리 고액연봉을 준다 해도 생각해 본다 하고, 단 며칠 근무해 본 뒤 근무 조건이 열악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 환경을 따지는 눈높이도 있고, 집에서 신부수업하다 결혼하라고 하다 보니 직업을 안 가지려는 학생들도 있다. 이 경우엔 아르바이트 정도로 자유로운 생활을 하면서 삶을 즐기다 결혼하겠다고 마음먹는 학생들도 있다. 바로 이런 부분이 취업률을 낮춘다. 우리 대학은 서비스직, 세무, 국제무역, 비서행정 등 인문사회계열에 정통하다보니 취업이 안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게 바로 특성화 아닌가. 이런 특성화는 특성화 자체로 봐주지 않고 취업률이라는 데이터만 두고 평가를 하고 있으니 우리 대학 입장에선 애로 사항이 있는 게 사실이다. 말이 특성화대학 선정이지 전혀 그렇지 않다. 물가도 지방보다 비싸고 학생들 눈높이는 더 높은데, 지방 대학과 우리를 같이 묶으면 안 된다고 본다.”

-전문대학의 현실을 바라본다면.
“전문대학은 샌드위치 신세다. 정부에선 마이스터고 등을 장려해 ‘선취업 후진학’으로 간다고 하고, 4년제 대학은 전문대학 학과를 모방한다. 심지어 요즘은 4년제 교수들도 취업을 강조하고 있다. 총장으로 지내다보니 안타까운 점이 있는데 평가가 너무 많다. 인증평가기준을 가지고 재정지원사업을 분해하던지 하면 될 텐데 사업마다 평가를 하니까 준비하느라 교수들이 연구할 시간이 부족하다. 이는 먼 장래를 바라볼 때 우리나라 교육의 큰 마이너스적 요소다. 정부는 정부대로 성과 목표만 달성하려 해 대학 총장들은 속병을 앓는 형국이다.”

-어떻게 대학의 전통을 살리면서 동시에 대학의 발전을 도모할 생각인가. 
“정부정책에 발맞춰 대학 발전을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볼 것이다. 자체적인 자구책으로는 학과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인문사회계통 구조조정을 했는데 자체 이공계통 학과를 신설한다던지, 인문사회와 IT를 융합하는 등 융복합 세계에 뛰어들려고 한다. 여자대학으로서의 특성화에 기반을 두고 전통성과 역사성을 더해 가며 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대담=박성태 발행인 /정리=양지원 기자/사진=한명섭 기자>

■김숙자 총장은…
1966년 이화여대 법학과와 동 대학원, 연세대 법학 박사 과정을 거친 뒤 1984년부터 2009년까지 명지대 법과대학 법학과 교수로 재임했다. 명지대에서 여성·가족생활연구소장, 교수협의회장, 법정대학장을 맡았다. 현재 중국 옌벤대 객좌교수와 한국가정복지정책연구소장, 중국 베이징대 여성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2011년부터 배화여자대학 총장을 맡아 학교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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