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학·전문대학 관계자 공청회서 한 목소리

대교협·전문대교협 인증평가와 중복된 지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 지난 9월 30일 한밭대에서 열린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 공청회에 참석한 정책연구진과 교육부 관계자. 왼쪽부터 김해연 중앙대 영문학과 교수, 이주희 동신대 입학처장, 방청록 한동대 교무처장,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 정영길 건양대 부총장, 김우승 한양대 ERICA캠퍼스 산학협력단장, 한지영 조선대 법학과 교수, 박대림 대학학사평가과장.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영세한 대학들이 결국 하위 등급으로 분류되지 않겠나. 수도권과 지방 패널을 분리하고, 국공립과 사립대학의 재정지원 차이도 고려돼야 한다.”

지난 9월 30일 대전 한밭대에서 열린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 공청회에서는 각 대학의 소재 지역과 설립유형, 규모, 특성을 고려해 패널을 구분하거나 핸디캡을 적용해야 한다는 건의가 줄을 이었다.

교육부(장관 황우여)와 정책연구진(연구책임자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이를 구체적인 평가편람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대림 교육부 학사평가과장은 “지표 자체는 ‘대학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요건’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규모와 설립, 지역에 구분을 둬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고민은 해왔다. 여러 대학협의체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평가 편람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11월 중 구체적인 평가방안을 담을 편람에는 최근 3~5년간 대학통폐합이나 학제 변경으로 인한 불이익도 예외조항으로 제시될 전망이다.

이번 대학구조개혁 평가 지표는 대학기관평가인증 기준과 비견될 만큼 대학이 갖춰야 할 기본 요건, 그 중에서도 학부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8개 정량지표로 평가하던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와 달리 정성평가를 병행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 평가를 통해 대학들은 최우수 등급부터 매우미흡까지 5개 등급으로 나뉘고, 그에 따라 강제로 정원을 감축하게 된다. 두 번 연속으로 매우미흡 등급에 분류될 경우 퇴출당하는 등 대학 존립 자체가 달린 평가인 만큼, 이날 공청회 질의시간에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건의와 질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정책연구진은 대학에서 다소 모호하다고 생각할 부분에 대한 추가설명을 곁들였으며, 각 대학 관계자들의 질의에 응답했다. 추후 서면으로 의견을 수렴해 답변하거나 편람에 반영하는 방식을 검토하기로 했다.

■교육과정 항목에 가장 높은 배점=평가지표 초안은 크게 대학의 발전계획과 교육여건, 교육과정 및 성과, 사회봉사 영역으로 나누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중장기발전계획 및 학생선발 △교원 및 직원 △교육 기본시설 및 지원시설 △재정/운영 시스템 △교육과정 △학사관리 △학생지원 △ 교육성과 △교육만족도 △사회기여도 등 10개 평가영역에 23개의 평가항목, 36개 평가지표를 담고 있다. 대학특성화 운영 현황은 별도 영역으로 평가한다.

정량적 지표가 반영되는 교육여건 영역에서는 장학지원 지표에서 대학정보공시의 ‘학생 1인당 장학금’을 평가할 경우 각 대학의 등록금 수준에 따른 노력여부까지 감안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 대학 관계자는 각 대학의 등록금 수익 대비 장학금 지급 비율을 반영할 것을 건의했다.

교육과정 항목 지표에는 가장 높은 배점이 돌아갈 전망이다. 4년제 대학은 교양교육에서 핵심역량 제고를 위한 교과목을 비롯해 최근 학문 흐름과 사회 수요를 반영한 전공교육 커리큘럼을 갖췄는지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전문대학은 대신 고등직업교육에 맞는 기초 교양교육과정을 편성했는지, 현장 중심 전공 교육과 현장실습을 충실하게 배치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뒀다.

교육성과 부문에서는 졸업생 취업률이 뜨거운 감자다. 대학 소재지와 여학생 비율, 예체능 등 각 대학의 특성을 반영해달라는 요구도 이 지표에서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책연구진은 단순 정량지표가 아니라 유지취업률이나 계열별 취업률을 반영하는 등 정성적인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다만 지금까지 취업률과 무관해 평가에서 제외됐던 신학교나 예체능계열 학교는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게 될 것인지는 미정이다.

교육만족도 부문은 단순 설문조사 방식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학이 학생과 학부모, 산업체로부터 교육만족도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체계를 갖췄는지, 실제 피드백을 통해 교육 질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지 여부를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학부교육 외에 연구, 산학협력, 국제화, 평생교육, 사회봉사 등 기존 대학평가에서 중요시 되던 분야는 모두 특성화 지표로 별도 평가하게 된다. 각 대학이 강점 분야를 설정해 내세워 입증하는 방식이다. 특성화 지표 가산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정이다.

▲ 공청회에 청중으로 참석한 대학 관계자가 질의하고 있다.

■인증평가 기준과 중복된 지표는 어떻게…=이번 평가 지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김준영),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승우) 산하 평가원의 대학기관평가인증 기준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공청회에서도 여러 중복된 평가인증 지표에 대한 결과를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반영해줄 것을 건의하는 여러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책연구진은 대교협, 전문대교협과 연계방안을 논의 중이라면서도, 인증평가와 겹치는 지표를 직접 평가에 반영하는 안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대학협의체의 자체적인 인증평가는 정부주도 평가보다 느슨하고 덜 객관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백성기 위원장은 “이번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두고 각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학령인구 미달 사태에 대비해 대학교육을 교육 수요자 중심으로 획기적으로 전환 개선하지 않으면 국가 미래 발전은 물론 경제에도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번 구조개혁 평가 지표는 기본여건을 갖추고, 대학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해 교육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공청회 자리에서는 이번 평가지표 정책연구를 두고 일었던 ‘밀실논의’ 논란에 대한 정책연구진의 해명도 나왔다. 김우승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산학협력단장은 “여러 유형의 대학에서 모인 연구진이 합숙과 토론을 통해 도출한 평가지표 초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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