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아웃리치' 서진규 희망연구소 소장,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교수 강연

[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 가발공장, 가정부, 한식당 웨이트리스, 미 육군 … 그리고 하버드대 박사학위.

삶의 역경을 희망으로 바꿔낸 이야기가 울려 퍼졌다. 지난달 30일 강원도 인제군 하늘내린센터 12사단 을지부대 소속 장병들을 대상으로 열린 열정락서에서 서진규 희망연구소 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서 소장은 이 자리에 참석한 700여 명의 장병에게 신문광고지를 보고 출발한 미국행에서 이뤄낸 자신의 열정과 꿈에 대해 전했다.

가난한 술 장사꾼의 딸로 태어난 서진규 소장. 서 소장의 희망은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의 한마디에서 피어났다. “진규는 크면 박사가 되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박사=성공’이라는 생각에 공부에 매진했다. ‘박사가 되라’는 이 말은 40여 년 뒤 서 소장이 진짜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그가 모든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명령이자 약속이 됐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부모님은 “시집이나 가서 평범하게 살라”고 했지만, 그렇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고교 졸업 후 가발공장 직공으로 취직했다. 가발공장에 들어가서도 삶은 다람쥐 쳇바퀴 같았다. ‘바닥도 이런 바닥이 없다’고 좌절했다. 그 때 미국에서 가정부를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봤다. 1971년 단돈 100달러만 쥐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불행이 끈덕지게 쫓아다니는 것 같았다. 100달러만 쥐고 미국으로 건너가 서툰 영어로 가정부, 한식당 웨이트리스를 전전했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 가정을 이뤘지만, 그는 매일 서 소장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를 피해 서 소장은 미군에 입대한다. 그러나 군대에서의 첫 출발도 쉽지 않았다.

“입대하기 한 달 전에 유산을 했다. 완전 만신창이 몸으로 윗몸 일으키기 한번을 못하고, 2~3분의 구보를 못 뛰었다. 교관이 와서 군인 자격이 없다며 쫓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군대는 그에게 마지막 선택지였다. 그는 곧 ‘내 앞의 벽은 곧 내가 열어야 할 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누구보다 성실히 군 생활에 임했다. 훈련병 200명 중에 결국 1등으로 졸업했다. 장교로 임관해, 소령까지 진급했다.

어릴 적 ‘박사가 되겠다’는 꿈을 그는 잊지 않았다. 군 생활 중에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고, 결국 1990년 나이 마흔둘에 하버드대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2006년에는 박사학위까지 거머쥐었다.

수많은 역경을 마주하면서 서 소장은 ‘나 자신이 나의 가장 큰 동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너는 큰 인물이 되어 수많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것’이라 끊임없이 자기 최면을 걸었던 것이 결국 실패를 극복하고 성공의 열매를 얻은 원동력이었다는 것.

서 소장은 장병들에게 인생은 한번 뿐이기에 자신을 믿고 결정하고 이를 따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왕에 태어난 삶이고, 이왕에 죽을 목숨이다. 스스로 정말 멋지게 살았다고 생각한다. 이왕이면 멋지게 당당하게 떠나라. 삶의 기회도 단 한 번뿐이다. 지금 여러분이 사는 이 삶은 연습 아니라 실전”이라고 강조했다. 단 한 번의 삶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선택할 것을 역설했다.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교수(정신과 전문의)는 최근 군 내부에서 발생하는 동료와 상하간 갈등의 원인을 짚었다. 그 원인을 그는 ‘관계의 단절’과 ‘공감 능력 부족’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원만치 못한 관계, 남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의 원인은 바로 나의 불안과 스트레스 때문”이라며 “내가 편하지 않고 힘들어 죽는 상황에 어떻게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겠는가, 우선 나부터 행복해져야 한다”는 처방책을 내놓았다.

신 교수는 내가 행복하면서 남을 잘 이해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스트레스를 안고 가되 어떤 스트레스에도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마음의 맷집’(회복탄력성)을 만들어야 한다”며 권투선수를 예로 들었다.

“권투선수 중에도 한두 대 맞고도 쓰러지는 선수도 있고 열대가 넘게 맞아도 벌떡벌떡 일어나는 맷집을 가진 선수도 있다. 비슷하게 우리에게도 회복탄력성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회복탄력성은 넘어졌다가 일어나면서 커지는 것이다. 이 맷집은 적절한 과정을 겪으며 성장해 나간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 그 뜻이다. 실패하고 일어설수록 튼튼해진다.”

이어 신 교수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시인의 감성’을 키우라고 조언했다. 그는 “시인의 가슴과 과학자의 머리가 함께하는 냉철하면서도 따스한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우리는 거꾸로 되었다”라며 “우리는 시인의 이성과 과학자의 감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고 관계를 맺는 훈련을 바탕으로 하기 위해서라도 시인의 감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군 복무 기간은 절대 허송세월이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조직생활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공감을 키우는 인생의 소중한 시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을 남겼다.

 ●‘지속적으로 행복하게 일하는 비법’
감정노동 직종인 사회복지사를 위한 열정락서 24일 개최

열정락서는 지난달 24일 대표적인 감정노동 직종인 사회복지사를 위한 무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열정락서는 삼성이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사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취지로 진행됐다.

전국의 사회복지사 1400여 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는 삼성의 리더십·조직문화 전문가인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박사(연구전문위원)가 ‘번아웃은 가라’라는 주제로 사회복지사의 사회적 의미를 강조하고 자부심 있게 일할 수 있는 솔루션을 소개했다.

류 박사는 수없이 감정을 참아야 하는 직업 성격상 사회복지사들이 육체적·정신적 탈진상태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자기 자신을 먼저 챙기지 않고 그저 베풀기만 하면 결국 소진된다고 말했다. 먼저 지치지 않으려면 사회복지사 스스로 ‘이기적 이타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류 박사는 △ 모든 짐을 혼자 다 지지 마라 △ 작은 보람을 찾아 자주 즐겨라 △ 마냥 착한 사람(호구)이 되지 말라 △ 상대를 칭찬하고 배려하면서 나의 ‘감정은행계좌’를 플러스로 만들라 △ 어제와 다른 방식으로 일하라 등 다섯 가지 방법론을 제시했다.

류 박사는 “위대한 인물과 사건 뒤에는 반드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위대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사회복지사가 바로 그런 존재”라며 “여러분의 섬김이 쌓이면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더 따뜻하고 건강한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김창옥 휴먼컴퍼니 대표는 혼자 업무하는 시간이 많은 사회복지사에게 ‘즐거운 소통’의 비결과 ‘힘들어도 가치 있는 직업’으로서 자존감을 형성하는 솔루션을 전했다.

김 대표는 “친구에게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너무 힘들어서 못 하겠다’라고 친구에게 말하면 문제가 객관화되면서 짐이 줄어든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가 오래 사는 것”이라며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절친이 별로 없고, 진실한 얘기를 하려면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한다. 여성집단의 강력한 힘은 술을 먹지 않아도 대화가 잘 통한다는 것이니 감정 노동을 통해 얻은 스트레스를 친구와의 솔직한 대화로 풀어라”고 조언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 따르면 사회복지사 규모는 2000년 이후 매년 25%씩 증가해 현재 전국적으로 70만 명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13년 사회복지사 16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에 달하는 48.5%가 그들의 전문성을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창옥 대표는 사회복지사 자신의 인정과 스트레스를 자신이 첫 번째로 보듬어 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트레스만 없애는 좋은 방법으로는 스킨십을 하면 온도가 조금씩 올라간다. 자기를 꼭 안아주고 쓰다듬어라. 힘들지만 열심히 온 자신에게 ‘괜찮니, 괜찮아’라고 하면서 스킨십을 하라”고 말했다.

삼성 열정락서는 올해 아웃리치(OUTREACH∙찾아가는 봉사활동)라는 슬로건을 도입했다. 기존 대학생 외에도 농산어촌 출신 중학생과 보육시설 청소년, 해외 유학생 등 사회 다양한 계층과 만나며 강연자들의 삶을 통한 희망과 열정, 꿈과 노력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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