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 준비 아직 미흡… 언어 장벽 ‘과제’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지난 29일 본지가 개최한 특별기획 ‘대학이 사라진다’ 전문가 좌담회에서 무엇보다 MOOC(Massive Online Open Cource)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MOOC로 인해 대학에 변화의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라 예측하면서 이에 대한 정부와 대학의 대응은 아직 미흡함을 지적했다.

또 한편으로는 지식 습득의 기회를 확대하는 MOOC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며 이를 국내 대학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MOOC가 가져올 미래 ‘위기 vs 기회’= 전문가들은 MOOC가 기존 대학 체제를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 진단하는 한편 교육 저변 확대에 혁신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초등학생 때 코세라에서 강의를 다 들은 학생에게 뭘 가르치겠나. 무료로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며 “무학년제가 아닌 무학교제가 될 것”이라 예측했다. MOOC로 인해 기존 대학이 역할을 상당 부분 잃게 될 것이란 얘기다.

이성우 전 국민대 총장은 고등교육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라고 파악했다. 이성우 전 총장은 “우리나라는 IT기술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지금 고등교육이 온라인으로 유통되고 있는 시대의 흐름은 우리나라에 둘도 없는 기회”라며 “이를 잘 활용한다면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빨리 확보 할 수 있다. 정부의 대책과 준비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발언했다.

MOOC를 학부 교육에 선도적으로 도입한 김형률 숙명여대 디지털휴마니티즈센터 소장은 "MOOC 수업에 관련된 최고의 질의 강의를 큐레이팅(정보를 알기 쉽게 정리)해 제공하는 '지식 큐레이팅' 분야는 우리가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MOOC를 ‘교육 복지’ 실현의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어윤일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는 개발도상국에 교육 기회 확대를 골자로 하는 MOOC 2.0모델을 소개하며 “MOOC 2.0은 새로운 교육 복지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라 밝혔다.

언어의 장벽 못 넘는 MOOC 열풍 = 세계의 고등교육에는 MOOC바람이 불고 있는데 아직 국내에서는 그 확산이 느리고, 이에 대한 대처도 느린 상황이라는 데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일차적으로 언어의 장벽이 문제로 제기됐다.

김형률 숙명여대 디지털휴마니티즈센터 소장은 “국내에선 영어로 표현된 전 세계 지식정보를 큐레이팅해 교육에 사용하려는 시도가 전무 하다”고 지적했다.

이성우 전 국민대 총장도 “MOOC가 영어로 설강돼 국내 학생들은 그 영향을 피부로 못 느끼고 있다”며 “학생들의 접근성을 고려해 강의를 한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글과 영어를 병기한 K-MOOC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석수 교육부 대학지원실장은 “한글과 영어 모두 개발하려 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플랫폼 구축하고 하반기 시범운행 할 것”이라 전했다.

전문가들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 = 대학들이 무조건 MOOC에 대한 준비를 서두르기보다 목표를 먼저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길용수 한국대학경영연구소장은 “온라인대중공개강의를 통해서 대학이 추구하는 목적을 선택해야 한다. 대학의 사회적 책임의 측면, 세계적 대학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학의 브랜드 가치 제고, 교육과정의 다양화 측면 등 대학이 온라인공개강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먼저 정해야 한다”며 “그냥 모양새를 갖추는 수준에서 다른 대학의 형태를 모방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당부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MOOC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춘배 인하대 총장은 “교육에서는 교육 뒤 평가를 해야 한다. 학점 등 사회적인 약속이 지켜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며 “교육은 단순히 가르치는 것만이 아니라 각 요소가 있는데 그 요소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새 교육도 자리 잡기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김형률 숙명여대 디지털휴마니티즈센터 소장도 “무료로 공유되는 세계명문대학들의 MOOC를 국내 대학생들이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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