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 9월30일 대전 한밭대학교에서 연구초안단계라며 새로운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를 발표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그동안 평가지표 산정을 밀실에서 협의했다는 논란과 함께 화요일 개최될 공청회를 그 전주 금요일 퇴근 무렵 공문을 보내 공청회가 열린다는 사실도 제대로 모르는 대학들이 많았던 이번 공청회는 뒷말이 무성하다.

대학관계자들은 황우여 교육부 장관까지 구조개혁 평가방식의 근본적 개선을 언급한 상황에서 굳이 지난 정부의 평가방식을 형식만 조금 바꿔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교육부 처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정책의 일관성은 중요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시행한 대학구조개혁 평가가 ‘대학 줄 세우기’와 ‘대학 황폐화’라는 많은 문제점을 노정했는데 그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발상은 ‘권위주의 행정’의 표본이라는 지적이다. 대학의 자율성 확보를 그렇게 외쳤는데도 ‘소귀에 경 읽기’라는 대학사회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다.

대학관계자들은 교육부가 지난해 10월 대학구조개혁 기본계획 초안을 몇 차례 공청회를 거치긴 했어도 그대로 확정 발표한 바와 같이 이번 발표 연구 안을 사실상 교육부 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안에 전 대학이 자체 평가를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중에 전 대학에 대한 현장평가를 거쳐 1단계 평가를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구조개혁의 필요성과 정원축소 목표에 대학사회가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큰 갈등 없이 어려운 일을 추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갈등과 이견이 커지고 있어 안타까운 일이다. 대학사회는 아무리 얘기해도 교육부가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하는 반면에 교육부는 공청회 등을 통하여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정책 추진의 책임을 지고 있는 당국과 구조개혁을 반기지 않는 대학 간에는 기본적으로 갈등과 의견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 간극은 너무 큰 것 같다.

대학사회가 기본적으로 교육부의 구조개혁 필요성과 목표에 공감한 것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현재의 정원대로라면 수도권에 있느냐 지방에 있느냐에 따라 대학의 생존이 결정되고, 고등교육의 수도권 집중화가 갈수록 심화되어 지방은 황폐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에 맞는 고등교육정책을 제시하고 거기에 따라 정원감축 등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지원 등을 해달라는 것이다.  이는 해법을 찾기에 쉽지 않은 과업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로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해 모든 대학을 하나의 잣대, 즉 평가지표로써 5등급으로 나눠 등급에 따라 정원을 차등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난 정부의 3등급 모형을 5등급으로 수정한 것에 불과하다. 당연히 지방대학 죽이기니 정부에 의한 대학 서열화니 대학의 질보다도 단순한 정원 감축이니 하며 온갖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단순한 정원 감축이 아니고 대학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정량과 정성평가를 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등장한다. 대학의 질은 정부가 평가해서 높아지지 않는다.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될 때 대학의 질은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대학이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며, 개인과 국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대학이고 어느 대학이 그렇지 못한 대학인지를 정부가 등급을 매겨 가려준다는 기본방향 자체가 넌센스인 것이다. 정부가 대학의 질을 평가하여 등급을 매기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대학인증평가라고 하여 대학이나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기본적인 평가를 할 뿐이다. 그러한 기본 위에 각 대학의 질은 치열한 대학 간 경쟁에 의해 결정된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단계별로 대학정원을 줄이겠다는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유지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대학사회가 구조개혁의 필요성과 목표에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정말 대학사회와 열린 마음으로 심도있게 협의하여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이 필요한 때다. 지금까지는 구조개혁을 매개로 정부가 대학평가를 통한 대학재정지원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왔다. 대학가에는 ‘교육부 공무원들에게 둘러싸인 황우여장관’ 이라는 말이 떠돈다. 장관이 몇 차례 구조개혁방식에 대해 잘 살펴보고 신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도 대학을 평가라는 그물에 가두려는 시도를 계속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사회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신장시키면서 구조개혁을 위한 필요한 최소한의 평가 틀을 정부와 대학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내기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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