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종(문학평론가/ 한국대학신문 전 주필)

어느 나라나 그들의 가장 강력한 추진력과 찬란한 꿈은 대학에서 나온다. 최고의 지식과 기술과 창의력이 그곳에서 분출되기 때문이다.

광복 직후 책상 걸상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설립되기 시작한 한국의 대학들을 우리는 우골탑(牛骨塔)이라고도 했다. 전쟁마저 겪은 잿더미 속에서 남의 나라 구호품으로 겨우 연명하는 주제에 소 팔고 논 팔아서 자식들을 대학으로 보내던 만용(?)을 냉소적으로 표현하던 말이다. 우골탑 출신들이 산업 현장으로 뛰어 들면서 오늘의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온 것 아닌가.

이제 우리가 이만큼 배불러졌지만 정말 잘 사는 것이 뭐냐고 따지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가. 최근의 어느 통계로 보면 자살률 최고에 출산률 최하가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뒤처진 자에 대한 냉대와 무관심과 이로 인한 고독과 절망감이 죽음을 부추기고 아기를 낳아도 행복하게 기를 자신을 잃은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승자만 행복권을 독점하고 꼴찌를 내팽개치는 잔혹한 경쟁은 어릴 때부터 일류대 서열만을 향해 달리는 학교 교육에서 시작되고 그 연장선상의 구조물이 대한민국이다. 그러므로 자살률 최고,  출산율 최하의 우리 사회를 만든 주범은 우리의 교육 풍토라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니다.

100 여 년 전 독일 소년 한스(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밑에서>)는 과외 공부와 주입식 공부에 지쳐서 쓰러지고 마침내 강물에 몸을 던져 버린다. 이것은 작자 자신이 겪던 당대의 독일 현실이었다. 독일은 결국 이를 해결했는데 한국은 그로부터 100 여 년이 지난 지금 한스가 자살하던 그 때보다 훨씬 더 가혹한 교육 환경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은 마치 콜로세움의 검투사들처럼 저만 살아 남도록 강요되는 경쟁에 내몰리고 세상에 나가서도 이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 광기(狂氣)를 치유하고 세상을 바꾸는 지혜와 힘을 가진 자는 대한민국에 없는 것인가. 국회에도 행정부에도 이를 해결할 지혜와 의지를 바로 가진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었고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학도 저마다 살 길이 바쁘고 이해타산이 빠르다. 그러나 최고 지성인 집단이 대학인 이상 이 부끄러운 현실을 타개할 지혜는 대학에서 나와야 하고 이를 위한 횃불을 들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자리에 있는 것이 대학 전문 언론매체인 한국대학신문이 아니겠는가.

한국대학신문은 이 나라 전체 대학을 아우르는 교육정책, 연구, 행정 등을 두루 살피며 여론을 주도하고 각종 대학정보를 축적해 오늘에 이르렀다. 창간 이래 26년간 이렇게 대학 현장에 날마다 뛰어 들며 구석구석 보고 분석하고 가는 길을 살펴 온 매체는 아무 데도 없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국가 총체적인 문제까지 해결해 보러 나서겠다고 함에 있어서는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고 누구도 방해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한국대학신문이야 말로 이제 이 나라 최고 지성들의 지혜를 모으고 의지를 결집시켜 가며 행복한 나라를 위한 궁극적 철학적 이념의 횃불을 높이 치켜세울 수 있는 유일한 기구이자 매체다.

한국대학신문은 20년 전에 윤동주 시인의 옥사 현장인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를 답사하고 시비건립을 추진하며 대규모 추모제를 열었다. 그 때 눈물까지 흘리며 감동한 일본인들이 만든 윤동주의 모임이 교토와 도쿄 등으로 확산돼 지금은 해마다 윤동주의 기일과 3.1절, 8.15에도 그를 기리며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고 있다. 참된 이념의 횃불은 한번 번지면 이렇게 이국땅에서도 20년이 넘도록 더욱 뜨겁게 타오른다. 그 때처럼 한국대학신문이 우리의 일그러진 가치관을 뒤엎고 세상 한번 바꿔 보자고 도전장을 내밀며 횃불을 들고 온 세상에 불길이 번지게 하는 것도 해 볼만한 일이 아닐까.

한국대학신문은 이제는 더 넓은 세상을 향해서 큰 목소리를 내어도 좋을만큼 성장한 큰 나무다. 대학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슬픔과 행복까지도 고민하며 대학 최고의 지성들을 불러 모아 세상 혁신의 여론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자리까지 와 있다. 창간 26주년을 맞는 한국대학신문의 찬란한 업적을 치하하며 이제 더 큰 횃불을 들고 있는 한국대학신문의 당당한 모습을 그려 봐도 좋을 것 같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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