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초기 교수도 직원도 ‘사학연금’ 못 받아 …‘뉴 프런티어’ 정신 빛났다

인터넷발달 이어 스마트폰 개발로 ‘모바일’교육도 선도
정부지원 부족 · 규제 강화 움직임 등은 풀어야 할 숙제
사이버대학가 “교육부 전담부서 신설 시급” 목소리 커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온라인 강의가 시대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지식기반사회에서 평생교육에 대한 요구가 증폭되면서 사이버교육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이뤄진다는 이점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으며 양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런 움직임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들이 오프라인교육에서 온라인교육으로 옮겨가면서 시작됐다. 사이버대학이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다. 그마저도 현재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교육해야 할 교수들의 대부분이 오프라인교육 중심세대이기 때문에 온-오프라인 교육방식의 과도기적 시기에 머무르고 있지만, 디지털 원주민이 교육공급세대로 자리를 바꾸는 시기가 도래하면 과거의 오프라인교육시스템은 대부분 사라질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예측도 나온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저서 ‘제3의 물결’에서 기존 교육체제의 붕괴를 예측하고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과 국가·단체는 생존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일찍이 예견했다. 그는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교육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이버대학이 미래교육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그의 예측이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 “이렇게 클 줄 몰랐다” = 그 시작은 어디일까. 사이버대학의 효시는 미국에서 찾을 수 있다. 존스국제대학교(Jones International University, 미국 콜로라도주 센테니얼에 위치)가 1995년 출범해 1998년 3월에 세계최초로 정규 인터넷 기반의 고등교육기관으로 인가를 받았다. 이후 온라인교육은 고등교육·재교육·기업교육을 위한 효과적인 새 교육방법으로서 국내외로 급속히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서 수업 이수 시 학점을 인정해주는 사이버대학이 생긴 것은 지난 2000년 2월 평생교육법이 발효되면서 부터다. 사이버대학에서도 학력과 학위를 인정하기로 하고 대학설립 자격요건 등의 기준을 세워 사이버대학에 설립 인가를 내준 것이다. 이듬해 교육부는 9개 대학에 6000여명의 정원을 허가해 준데 이어 2002년도에는 15개 대학에 1만 6000여명으로 정원은 확대됐다.

그러나 당시에도 지금 사이버대학의 모습을 예견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은 2001년 대구사이버대(前 새길디지털대)의 초대 총장 선임당시를 회상하며 “당시 사이버대학(디지털대학)은 한국사회에서 생소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고, 위험도가 높은 일종의 벤처산업”이었다고 저서 ‘사이버대학교와 함께한 나의 삶’을 통해 밝혔다. 서울 주요 대학의 법인이 설립한 한 사이버대 관계자는 “당시 대부분의 보직교수들이 사이버대학의 설립을 반대했다”며 “결국 개교 첫 해에는 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고 사이버대 단일 건물도 받지 못해 결국 오프라인 대학 내 건물 일부를 빌려 시작했다”고 말했다.

학위와 학력을 인정해주는 일종의 대학으로 인정받으며 출범했지만 교직원들은 2007년 전까지 ‘사학연금’도 보장받지 못했다. 2001년 사이버대학 출범 당시에는 평생교육법 상 ‘평생교육기관’으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사학연금은 사립학교 교직원들도 국공립학교 교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처우에 대한 형평성을 유지하고 교직생활의 안정을 기할 목적으로 1975년에 도입됐다. 2007년 고등교육법이 개정되며 사이버대학이 고등교육법상 대학으로 운영되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교직원들은 사학연금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었다.

■ 새로운 교육의 물결 속 '기로' =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가 온라인교육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고, 국내 사이버대학은 그간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며 평생교육을 실현했다. 최초 설립 당시 ‘미지’의 교육기관이었던 사이버대학은 이제 직장인들을 비롯해 20대 젊은이들에게도 각광받는 교육기관으로 세를 넓히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01학년도 9개 대학 6000여 명의 학생으로 시작한 사이버대학은 2013학년도 21개 대학 10만 7000여 명으로 급성장했다. 12년만에 재학생이 무려 18배 가량 증가했다. 정원외 재학생이 12만 7000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사이버대 재학생 증가율은 더 높아진다.

현재 고등교육법에 근거한 사이버대학은 △건양사이버대 △경희사이버대 △고려사이버대 △국제사이버대 △글로벌사이버대 △대구사이버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부산디지털대 △사이버한국외국어대 △서울디지털대 △서울사이버대 △세종사이버대 △열린사이버대 △원광디지털대 △화신사이버대 △숭실사이버대 △한양사이버대 △영진사이버대학(전문학사과정) △한국복지사이버대학(전문학사과정) 등 총 19개교가 있다. 세계사이버대학과 영남사이버대는 평생교육법에 근거한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로 운영 중이다.

이들 사이버대학은 학습수요자들의 증가와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양질의 콘텐츠 개발과 새로운 콘텐츠 제공 활로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당초 물리적 공간에서 벗어나 시·공간적으로 유연한 학습환경 ‘인터넷 학습’이라는 이점으로 각광 받기 시작한 사이버대학은 2009년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모바일’에도 눈을 돌렸다. 인터넷을 대신해 동영상 강의 다운로드, 출결관리, 진도체크, 수강등록, 성적/학적 열람 등의 자유롭고 유연한 학습환경을 스마트폰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원격교육과 오프라인 교육의 장점을 결합한 교육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다. 온라인을 통해 이론 교육을 실시한 뒤 오프라인으로 실습·토론·현장학습 등을 진행 중인 사이버대학이 늘고 있는 추세다.

해외동포를 위한 교육서비스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국 21개 사이버대학의 협의체인 한국원격대학협의회는 해외동표 교육의 장애요인을 분석한 뒤 사이버대학의 교육콘텐츠를 소개할 예정이다. 대규모 무료 온라인 공개강좌 ‘무크(MOOC)’의 세계적 흐름에 발맞춘 사이버대학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경희사이버대가 경희대와 손잡고 각 문화권 맞춤형 공유교육 모델로 ‘경희 MOOC 2.0’프로젝트를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사이버대학의 사회적 역할이 커짐에 따라 미래대학으로서의 발전을 위한 제언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 사이버대학이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로서의 관계를 구축하고 자체 노력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오픈유니버시티의 사례처럼 모바일 교육 서비스를 주도하는 조직 구성을 통해 사이버교육을 연구·공유하고 국가차원의 교육제도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사이버대학 발전 ‘발목 잡는’ 규제들

미래교육에서 사이버대학이 차지하는 실효성과 가능성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교육개혁과 미래교육의 대안으로 사이버대학을 인식하고 심도있는 정책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현재 개선이 필요한  사이버대학 관련 법·제도 등이 산재해 있다. 사이버대 관계자들은 가장 큰 문제로 ‘정부의 낮은 관심’을 꼽는다.

지난해 9월 발표된 논문 ‘사이버대학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도출을 위한 탐색적 연구’에서 엄진섭 연구자는 “정부의 사이버대학에 대한 미미한 예산 지원 등 관심 부족 현상은 사이버대학을 단지 보충적 교육기관으로 인식한 결과”라고 밝혔다. 고등교육기관으로 그 역할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사이버대학의 정부 지원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평생교육실현이라는 설립목적으로 태생한 사이버대학이 교육부의 각종 ‘평생교육지원’사업에서는 제외되고 있는 것도 아이러니다. 이 역시 사이버대학에 대한 정부의 인식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다.

사이버대학 전임교원 확보기준을 강화하고 시간제등록생 선발 규모를 축소하려는 교육부의 움직임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사이버대학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라는 지적이다. 김영철 원대협 사무국장은 “사이버대학의 시간제등록생 정원을 축소하면 평생교육 수요자들의 학습기회를 제한하고 이들을 부실운영 학점은행기관으로 내몰 수 있다”고 말했다. 등록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이버대로서는 재정수입의 급격한 감소로 대학 존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사이버대의 전임교원 확보 기준을 학생수 200명당 1명에서 100명 당 1명으로 강화 움직임도 보였다. 오봉옥 서울디지털대 부총장도 “현재 우리나라 방송통신대학 전임교원 1인당 학생 1200명이고 주요 해외 원격대학의 전임교원 1인당 학생수 역시 평균 500명을 상회한다”며 “교과목당 수강생수는 교육의 효과와 관련성이 있으나 전임교원 수의 관련성은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의 해외 사례나 방통대 사례만 봐도 현재 사이버대 전임교원 기준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사이버대학에 대한 인식 부재는 전담부서의 부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사이버대학을 담당하는 교육부 관련 부서는 교육정보통계국 산하 이러닝과다. 하지만 담당인원이 3~4명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인사이동이 잦아 업무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들이 쏟아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육부 내 원격대학을 담당하는 부서 신설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김영철 사무국장은 “사이버대학의 엄격한 설립심사만이 국가의 역할은 아니다. 미래교육을 위한 고등교육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의 제대로된 고민과 질적 관리, 지원이 시급하다”며 “고등교육법상 원격대학으로 운영 중인 사이버대학과 방송통신대학을 아우르는 담당 부서를 신설해 체계적으로 감독하고 지원하며 발전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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