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되는 정책에 주무부처는 따로따로

[한국대학신문 신나리‧정윤희 기자] 창조경제’가 국정기조로 떠오르며 각 부처마다 ‘창업’ 지원책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서부터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업과 관련된 정책과 제도는 10가지가 넘는다. 이 중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창업지원책이 중복되는 경우가 있어 창업지원책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책의 주무부처가 다른 탓에 비슷한 사업에 각 부처의 예산이 사실상 중복 투자되는 셈이다.

중복된 창업지원책, 주무부처도 여럿 = 현재 창업지원과 관련해 가장 다양한 지원책을 펴고 있는 것은 중기청이다. 중기청은 △ 창업선도대학 육성 △ 청년전용 창업자금 △ 엔젤투자 매칭펀드 △ 창업보육센터 지원 등의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창업선도대학과 창업보육센터는 모두 대학에서 담당하는 사업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두 사업의 주관부서도 같고 유사성이 상당한데, 다른 정책으로 양분돼 진행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올해에만 508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창업선도대학은 우수한 창업지원인프라를 보유한 대학을 선정, 학생과 예비창업자의 성공적인 창업사업화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선정된 21개 대학은 예비 창업자에게 최대 7천만 원(총 사업비의 70%)까지 지원할 수 있다. 사관학교식 선도대학의 경우에는 창업준비공간을 무상 제공하고 전용교육과 전문멘토링을 지원한다.

창업보육센터의 시작은 1998년이다. 사업화 능력이 미흡한 예비 신규창업자 등에게 입주공간을 제공하고 경영, 기술, 마케팅 등에 대한 집중적인 보육을 통해 중소 벤처기업의 창업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전국 대학 중 약 280 곳에 창업보육센터가 있다. 중기청은 올해 247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창업보육센터가 예비 창업자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며 3년간 이들을 보육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면, 창업선도대학은 ‘1년 안에’ 창업자를 육성하는데 집중한다. 대표적인 주 업무는 다르지만, △창업 전용공간 제공과 네트워크 공간 구축 △기술과 경영관련 멘토링 지도 △입소형 창업자 교육 등이 두 사업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이루어진다.

전문가들은 ‘원스톱 체계’가 아닌 ‘투 트랙’ 으로 창업 정책이 운영되는 것이 창업에 과연 도움이 될지 의문을 제기했다. 충남지역의 한 사립대 산학협력단장은 “현재 대학에서 관할하는 창업 정책 중에 15년이 넘게 운영된 창업보육센터와 2년 차 진행 중인 창업선도대학이 있다. 창업선도대학이 1년 안에 창업을 가속화하는데 집중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충분히 보육센터에서 수용 가능한 제도라고 본다”며 “창업이라는 하나의 아이템을 두 가지 트랙으로 운영하는 것이 창업 활성화에 과연 도움이 될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은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된 학교에서도 나온다.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된 지역의 한 사립대 창업지원단 관계자는 두 정책의 유사성이 상당하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창업선도대학과 창업보육센터 정책이 유사하고 중복성이 있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창업이라는 한 가지 소스를 가지고 두 가지 지원책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LINC 사업에도 ‘창업’관련 지원책은 상당하다. LINC 사업은 대학이 지역(산업)과 긴밀히 협력해 다양한 산학협력 선도모델을 창출․확산하고 산업체 수요에 맞는 우수인재 양성과 기술지원 등을 추진하기 위해 진행되는 정책이다. 대부분의 LINC 사업단은 창업 경진대회부터 창업 교육과 강좌, 창업 멘토링 등 창업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들 프로그램은 창업선도대학과 창업보육센터에도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대학에서 진행하는 ‘창업지원책’이 중복되는 이유로는 각 정책을 진행하는 주체가 다르다는 점도 한 몫 한다. 창업선도대학과 창업보육센터를 주관하는 것은 중기청이고 LINC 사업단은 교육부 주관사업이다. 대학내에서 주관하는 부서도 각기 다르다. 창업선도대학은 총장직속의 별도 조직이고 창업보육센터와 LINC 사업단은 모두 산학협력단 소속이다. 정부의 주무부처는 물론이고 대학 내 창업 담당 부서도 일치되지 않은 것이다.

예비 창업자들 역시 대학 내 창업 프로그램은 여럿이지만 중복적인 프로그램이 대다수라고 평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재학하며 창업을 꿈꾸는 한 대학생은 “정부정책부터 학내 프로그램까지 온통 창업 열풍이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들 속에 중복되고 반복되는 것들이 많다”라며 “창업을 활성화 시키려면 중복된 정책을 없애고 창업의 원스톱 체계를 꾸리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창업보육센터 ‘재산세’ 문제  부처마다 해석달라 소송까지 = 정부부처마다 창업관련사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다보니 타 기관 창업사업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부처 간 갈등이 빚어진 일이 발생하고 있다.

전국의 280여개 포진돼 있는 창업보육센터의 ‘재산세’ 문제가 대표적이다. 경기과학기술대학은 지난 2011년 대학 내 창업보육센터 최초로 시흥시의 지방세 과세 예고 통지서를 받았다. 이후 재산세 부과 부당성에 관한 민원을 제기하고 조세심판원 과세적부심사 요청, 행정소송도 제기했지만 법원은 끝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연세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대문구청장은 지난해 9월, 연세대 창업보육시설에 대해 5000여만 원에 달하는 재산세 등을 청구했다. 연세대는 재산세를 납부할 이유가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재산세를 둘러싼 소송은 창업보육센터에 대한 정부부처 간 유권 해석이 달라 벌어진 일이다. 지금까지 창업보육센터는 대학의 고유목적 사업으로 판단돼 재산세 면세를 받아왔다. 하지만 안행부와 조세심판원은 창업보육센터가 대학의 고유목적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며 ‘과세’를 주장한다. 창업보육센터의 입주자격이 학생ㆍ교직원에 한정되지 않고 예비창업자(입주업체)에게까지 개방돼 있으므로 대학의 고유 목적인 학생과 교직원의 교육, 연구 활동에 직접 사용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

반면, 교육부와 중기청은 창업보육센터가 대학의 고유목적 사업이기에 면세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의한 법률(이하 산촉법)’ 시행령 제20조에서도 창업보육센터가 산학협력단의 업무로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세특례제한법 제42조 3항에 의거해 산학협력단 소속 창업보육센터 건물에 대한 면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1998년부터 운영 된 ‘창업보육센터’에 관한 ‘정의’에 부처마다 달라 속이 타는 건 센터 관계자다. 한 지역대학 내 창업보육센터 관계자는 ‘창업 활성화’에 전념하기도 모자란 시간에 ‘소송’에 골머리를 앓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재산세 문제 때문에 창업에 온 신경을 쏟아야 할 보육센터가 지자체와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부처 간의 불통이 결국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월 15일 정부는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고, 이를 10월 정기국회에 제출을 앞두고 있다. 취약계층, 민생경제와 관련된 분야는 기존 수준으로 감면을 재설계하고 면제규정의 과다, 관행적 감면 연장 등의 비정상적 문제들을 정상화한다는 조치다.

문제는 기존의 창업ㆍ벤처기업이 면세받던 것들의 상당수가 과세로 방향이 조정된 것. 이는 창업 기업에게 세금에 대한 부담이 지워지는 동시에 지난 3월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당시 대학 내 창업보육센터를 학교 시설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면세를 하겠다는 것과도 대치되는 정책이다.

이에 대해 계형산 전국창업보육협의회장은 “창업보육센터에 대한 과세가 계속된다면 국정기조에도 역행하는 모양새로도 비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보육센터의 해석을 두고 논란이 불거진 재산세 문제는 대학에서 운영하는 다른 모든 사업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김태일 한밭대 기술사업화센터장은 “창업보육센터의 재산세 문제뿐 아니라 대학이 영업활동하는 모든 분야에 과세 문제가 포함된다“면서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를 운영하는 경우에도 공공기술이 사업화 되기도 전에 과제 부담이 지워진다. 결국 ‘재산세’ 문제를 시작으로 더 넓은 범위에서 부처 간 이해를 모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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