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이 연일 대학구조개혁을 비판하지만 대학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대학가를 뒤덮은 사학비리의 그늘은 짙다. 최근 사학비리 당사자들의 대학복귀가 속속 이뤄지면서 대학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곱지 않다. 김문기 상지대 총장, 이인수 수원대 총장 등 ‘문제사학’의 총장들은 국정감사 직전 해외출장을 떠나면서 ‘기획출국’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여야 의원들은 김 총장과 이 총장의 증인 불출석문제를 두고 1시간여 동안 공방을 벌였다.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김소연 기자] 2004년 구조개혁 선도대학 지원사업 이후 대학구조개혁 정책 추진 10년이 지나고 있다. 10년간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대학가의 불신과 불만을 키웠다. 교육부와 대학 모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평가방식에는 좁힐 수 없는 이견차를 보여왔다. 대학가에선 '정부재정지원사업을 미끼로 한 교육부의 일방적 대학 줄세우기 정책'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며 대학구조개혁 정책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향후 대학구조개혁 정책의 새로운 방향과 신뢰구축 방안에 대해 3회에 걸쳐 심층 취재 보도한다. <편집자주>

“대학에 대한 사회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 집단으로 본다. 대학이 대학구조개혁 정책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대학이 스스로 윤리성과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교육부 대학구조개혁 정책이 일방적이라는 비판을 거스르는 주장이 대학 내부에서 나왔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과)는 지난달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토론회에 참가해 대학 스스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은 대학이 정부의 일방적인 대학구조개혁에 저항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 이 교수의 분석이다. 이 교수는 “교육부는 늘 대학에 일방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문제는 사회로부터의 신뢰를 받지 못한 대학이 이에 저항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수들의 잇단 논문표절과 연구비 횡령, 대학의 임용비리와 교비 횡령 등으로 대학 스스로의 윤리성이 무너진 때문이다.

대학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냉담하다.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이 대학 총장들을 모아놓고 “기획재정부나 국회에 예산을 받으러 가도 대학이 하는 역할이 뭐냐는 차가운 반응이 많아 애로가 크다”고 말할 정도다. 이 같은 불신을 극복하지 않으면 대학이 교육부의 하향식 정책에 저항할 방법은 없다.

■ 연구윤리, 학생 때 부터 윤리교육 확대해 관행 뿌리 뽑아야= 연구윤리는 대학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논문표절 논란을 대학이 그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방치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문제가 있는 논문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연구부정을 눈감아 준 대학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대학가에서는 2005년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뒤 연구윤리 의식이 높아졌다. 그러나 연구윤리 강화를 위해 최근 도입된 제도들이 모두 대학원생이나 신진 연구자들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문제다. 최근 논문표절 사태로 낙마한 김명수 전 교육부장관 후보자 등 80년대 이전 학위를 취득한 논문표절자들은 사실상 강화된 연구윤리규정에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6줄 이상 중복 시 표절’ 등 명확한 규정을 갖고도 표절인정에 긴 시간이 걸리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국민대는 지난 2012년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의 논문표절을 확인하고도 확정발표까지 1년 넘게 소요되면서 논문표절을 검증할 의지가 없다는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 대학배출 인재 전문성·인성·창의성 부족 극복해야= 대학이 사회와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8월 인사담당자 5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들의 업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3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밖에 인성에 해당하는 △대인관계 능력 25.5% △정신력 14.4% 등의 부족을 꼬집는 응답도 높았다. 교육수요자인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는 “대학별로 교육프로그램이 거의 비슷하고 학습자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교육을 공급자 편의에 따라 제공해온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전문성 부재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대학의 졸업학점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이덕환 교수는 “학부제로 융합학문을 시도하면서 전공이수학점은 과거보다 더 낮아졌다. 전공교육이 헐거워지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학부교육 선도대학(ACE) 육성사업을 통해 교육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학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태성 부산외국어대 교수협의회 의장은 “더 이상 대학은 안전지대가 아니다. 교수 스스로 발전을 위해 자기계발에도 나서고 평생교육 등 고등교육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전문적인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연세대는 교수에 대한 교육연구봉사업적 평가에서 점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가산점 평가를 하고 있다. 연봉격차가 최대 10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난다. 선우중호 전 서울대 총장은 “대학교육이 하나의 스펙으로 인식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해야 사회적 신뢰도 돌아온다”고 말했다.

■ 합리적 의사결정구조 확립돼야= 재정문제는 대학구조개혁을 둘러싼 핵심 이슈다. 대학의 재정을 둘러싼 사회와 대학의 온도차는 크다.

고액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책정과정이 불투명한 것은 대학이 나서서 풀어줘야 할 과제다. 대학마다 등록금이 천차만별이고 또 징수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입학금을 별도로 걷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윤관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입학금의 정의와 징수 사유, 산정 기준 등 법적 근거가 불투명하다”며 “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입학금 규모를 축소하고, 필요하지 않다면 궁극적으로는 입학금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문제 해결의 대안으로는 대학운영 거버넌스의 민주화가 꼽힌다. 교육부가 대학에 대한 하향식 의사결정구조를 갖고 있듯이 대학 내에서도 상향식 의사결정보다 하향식 의사결정구조가 일반적이다. 이병운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은 “대학의 의사결정구조가 투명해야 한다. 교수회나 대학평의원회 등 민주적인 운영기구가 자리잡아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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