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관(본지 논설위원/덕성여대 교수)

전국 대학을 5등급으로 나누고 차등적으로 재정지원 및 정원 감축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이 실행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달 30일 대학 구조개혁 평가 안을 발표하고 공청회를 가지는 자리에서 향후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한 평가 일정도 밝혔다. 이에 따르면 내년 8월까지 등급평가를 완료하고 정원감축 비율도 확정해 이듬해 신입생 모집부터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평가안에서 중요한 변화는 과거와는 달리 정량평가가 아니라 정성평가를 중심으로 하고, 등급별 비율을 정하지 않고 절대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학을 정량적인 지표로 비교해 점수별로 줄을 세우던 평가방식을 개선해 대학교육의 질을 실질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취지라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정성평가의 비중이 커짐으로써 주관성이 개입될 여지가 생기고 국가가 대학교육 현장의 자율성을 더욱 심각하게 훼손할 위험도 동시에 높아진다.

그 단적인 예가 졸업생 취업률에 대한 평가기준이다. 취업률 지표는 그동안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 등 대학평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왔고, 그 때문에 대학을 취업기관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 정부 들어와서 일반대 경우 취업률 지표의 반영비율을 20%에서 15%로 줄이고 인문 및 예체능계는 평가에 반영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다. 그러나 그같은 조치가 미봉책에 불과한 것은 여전히 대학들은 이 지표 관리에 목을 매고, 인문이나 예술영역은 취업과 무관한 것으로 취급돼 오히려 대학의 배려가 약화되는 문제를 야기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의 평가안에도 교육성과 항목에 취업률이 포함돼 있다. 다만 교육부는 취업률을 정량적으로만 보지 않고 ‘질적으로’ 평가하겠다고 한다. '지역여건 및 전공계열을 고려한 취업률의 적정성'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취업 통계만이 아니라 내용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가령 정규직 여부나 전공 연관성 정도를 살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취업에 대한 질 평가가 지금까지의 폐해의 개선이 아니라 악화로 귀결되리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취업률 지표를 높이기 위해서 그동안 각 대학들이 편법을 동원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인 대응은 졸업생들의 취업현황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교수들이나 조교 등 직원들이 졸업생들의 취업현황을 파악하는 데 아까운 시간을 들이고 이 과정에서 편법 취업 주선 등 비교육적인 일들이 빈발하기도 했다. 이것이 졸업생들의 큰 불만을 야기해 대학에서 전화가 왔다면 기피하는 분위기가 졸업생들 사이에 형성됐다는 것도 대학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교육부가 취업의 질까지 따지겠다니 이제 졸업생들은 출신대학으로부터 취업여부 뿐이 아니라 직장의 수준까지 조사받는 처지에 빠지게 될 것이고, 이는 반교육적일뿐더러 인권침해의 소지조차 있다. 더구나 취업의 전공연관성을 따지겠다고 하니 일반대의 경우 꼭 전공과 맞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소양을 토대로 자유롭게 직장을 선택해온 현실을 무시하는 소치다. 이것이야말로 탁상행정의 극치라고 할 것이다.

결국 이 모든 혼란은 애초 교육부가 사회 전체가 풀어야 할 취업문제를 대학에게 전가하면서 발생한 것인데 앞으로 정성평가가 도입되면 그 폐해는 더욱 극심해질 것이 예상된다. 일반대의 경우 대학평가에서 취업률 항목은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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