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유학생 유치로 학령인구 감소 위기 극복…아시아부터 서구까지 개방할 때”

“대학구조개혁은 독립기구가 해야” 대학의 자율성 강조
“초·중·고·대학까지 정규 교육과정의 디지털 혁신 시급”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2014년, 대학들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센 도전기를 맞고 있다. 대학구조개혁 관련 법이 통과되고 본격적으로 평가와 정원감축이 시작되면 대학사회가 180도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학의 세계화와 MOOC바람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처럼 중차대한 시기에 황우여 장관이 ‘대한민국 교육’이라는 배의 키를 잡았다.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면 사회부총리까지 맡게 된다. 본지는 창간 26주년을 맞아 황우여 장관을 만나, 그가 그리고 있는 고등교육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 황우여 교육부 장관

-지난 8월 취임 후 약 2개월이 지났다. 그간 소회가 어떤가?
“두 달 간 매우 바쁘게 지냈다. 교육부 정책의 큰 방향을 설정했다고 해야 할까. 기본적인 정책들을 위주로 처리하면서 국정감사 등 부처 현안에 집중했다. 국회 교육 상임위 활동으로 교육 문제에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장관으로서 바라보니 여전히 현안이 산적해있다고 느껴진다.”

-고등교육 분야 초미의 관심사인 대학구조개혁은 누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여전히 의견이 나뉜다.
“인위적인 대학구조개혁은 여러 가지 우려되는 면이 있다. 그래서 (정부가) 기본적인 틀을 짜되 대학사회와의 소통, 공동작업을 통해 그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그리스 신화 속 이야기)’처럼, 침대에 맞지 않으면 마구 자르듯 하는 정량평가 중심의 구조개혁은 최악이다. 정성평가를 통해 학교 자체의 특성 상황을 잘 반영해야 한다는 얘기다.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은 올해 끝나니까, 앞으로는 대학과 충분히 호흡하면서 대학들이 과연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논의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지역의 특성도 간과할 수 없다. 구조개혁 관련 입법도 시급하다.”

-야당에서는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대학구조개혁법’ 폐기와 대안입법을 검토하고 있는데.
“대학구조개혁이 양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다면 부작용도, 그에 대한 비판도 많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질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구조개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요하다면 국회에서 보완입법이나 의원 입법 등 자유로운 논의가 진행될 것이고 정부도 이를 감안해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겠다.”

-대학협의체 평가인증 시스템을 활용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아주 중요한 지적을 하셨다. 평가기준 못지않게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도 중요하다. 현재 국가기관으로 독립된 평가원을 만들자는 제안이 있다. 대학협의체들이 여러 대학들을 돌보고 있으니 그 선에서 한층 강화된 독립기구 만들자는 말도, 교육부가 주도하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주관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 있을 수 있고 그야말로 ‘관치’라는 지적이 나오기 마련이다. 대학은 자유가 가장 중요하지 않나. ‘대학 자율성’이라는 헌법 가치를 기반으로 평가 기구와 절차, 지원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독립된 기구가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산하에 두는 게 제일 무난하지 않겠느냐고 여러 곳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입법 과정에서 논의될 것으로 본다. 대학들이 워낙 다양하고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대학 하나하나를 유기체로 봐야 한다. 스스로 역사성도 있으니 그런(Top-down 방식) 것은 신중해야 한다.”

▲ 황우여 교육부 장관

-최근 ‘유학생 유치’라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독일과 아세안 지역을 순방했다.
“시간이 따로 없어 추석 때 다녀왔다. 이제는 대학이 단순한 국제화 말고, 하나로 움직이는 시대가 왔다. 서구에서는 이미 학점제, 학기제 등으로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 이제는 고등교육 분야도 상호간 교류의 문을 상당한 수준으로 열어야 할 때이다. 여기서 한국이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아시아 내에서 한국대학은 어떤 위치이며, 나아가 서구 대학과는 어떻게 교류할 것인가. 우리 학생들도 전 세계를 무대로 공부하고, 또 전 세계 학생들도 한국에 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대학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순방에서도 그 논의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압축적으로 단기간에 달성했기 때문에 한국이 아시아 국가들과 공유하고 또 기여해야 할 학문적 자산과 가치가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우리 대학들도 시설과 인적자원, 학문적 기반을 넓힐 수 있을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일본은 1980년대에 ‘유학생 10만 명 시대’라고 슬로건을 걸고 유치정책을 편 결과 성공을 거뒀는데.
“아주 좋은 생각이다. 대학이 막 쓰러지고 문 닫는 추세를 방관하고 가속화 하는 것은 교육부가 할 일이 아니다. ‘어떻게 활용하고 극복하느냐’를 고민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국가 아젠다로 삼으면 힘을 받을 것이다. 교육부에서도 조용히, 나름 노력해왔다. 대학에서도 방향을 잡고 피나는 몸부림을 치고 있다. 벌써 8만 명의 유학생을 유치했다는 사실이 그 점을 말해준다. 정부는 도와드리는 것이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과 사내대학, 폴리텍의 직업교육 기능이 겹친다는 지적이 있는데 정리해야 하지 않나.
“정부에서 주도하거나 인위적으로 하게 되면 부작용이 나기 쉽다. 다만 장관으로서는 중복으로 투자되는 부분을 눈여겨보게 된다. 엄밀히 생각해보면 각 대학에서 ‘학생들이 직업을 갖기까지’를 책임영역이라고 감안할 때 자연히 정리될 수 있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경제활동의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사명감과 소명감이 구현된 ‘인생’ 그 자체 아니겠나? (국민들이) 적합한 직업을 갖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자, 교육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다. 어느 단계까지 구상하고 있느냐 하면, 대학 입학과 동시에 이미 취업하는 영역을 넓혀나가자는 것이다. IT 분야를 택했다면 IT 회사 취업을 매칭하는 식이다. 일과 학습을 병행하게 되면 학생은 공부 목적이 분명해지고, 필요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학습기간도 단축될 것이다. 대학은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고, 기업들은 대학에서 딱 맞는 인재를 길러준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대학 본연의 기능인 교육과 연구가 결국 학생들의 직업으로 수렴된다는 데 공감한다.
“옛날에 천시하던 직업 개념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학문, 즉 공부만 한다는 게 곧 이슬만 먹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지 않나? 학문과 연구를 통해 교수가 되고 연구원이 되는 것도 직업을 갖는것이다.  다만 필요한 인력수요가 있는데 10배 이상을 무조건 양산하는 현 상황은 학생의 눈과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옳지 않다는 얘기다. 각 분야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그 사람들에게 집중해야지, 가르치고 싶은 것만 가르치겠다는 무책임을 ‘대학은 상아탑’이라는 말로 포장한다면 학생들은 어떻게 하나. 학생 입장에서는 무엇을 공부해야 취업이 되는지 스스로 상상 속에서 수수께끼(guessing game)를 하고 있다. 대학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전문대학 수가 137개교나 되는데 반해 단일 과가 담당하고 있고, 업무 연속성도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중요한 말씀이다. 교육부 규모가 600명이 채 안 되고, 그나마도 파견을 받아 일을 해나가고 있다. 큰 영역의 일을 소수의 인원이 담당하다보니 아무래도 불안감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워낙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팀의 축적된 역량을 활용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본다. 대신 그만큼 유관대학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연속성을 유지하겠다. 각 공무원들의 업무적합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인사에 신중하게 임하려 한다. 전문대학에선 그런 요구가 많으니 우리도 잘 생각해보겠다.”

-MOOC 등 세계적으로 온라인 고등교육이 중요해지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사이버대 예산은 삭감됐다.
“기획재정부의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삭감됐다. 그 동안 폐단도 드러났기 때문에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K-MOOC는 별도 예산을 두고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교육의 디지털화는 아주 급하다. 우리가 IT강국이라고 해놓고 정작 인프라가 미비한 학교와 대학들이 태반이다. 이제는 대학의 기능이 단순 지식 전달에 그쳐서는 안 된다. 10~20년 뒤 직업세계가 완전히 바뀔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지식을 융-복합으로 다루는 방법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방법을, 올바른 인성을 가르치는 쪽으로 교육의 중심이 옮겨져야 한다. 스마트교육을 별도 교육과정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정규교육과정 내에서, 교육 자체가 디지털로 전환해야 할 때다.”

-마지막으로 창간 26주년을 맞은 본지에 한 말씀.
“창간 26주년을 축하드린다. 한국대학신문은 창간 이래 대학 현장의 의견을 전달하면서도, 다양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등 우리 대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고등교육이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도 한국대학신문이 다양한 기획과 분석을 통해 대학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안해주시기 기대한다. 창의성과 혁신적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서는 대학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을 운영하는 분들과, 교직원, 학생들께서도 이러한 사명을 마음에 새기고 우리 사회의 장래를 위해 귀한 책임을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 황우여 교육부 장관(오른쪽)이 박성태 본지 발행인과 환담하고 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1947년 인천 출생. 제물포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지법 판사로 법조인 생활을 시작했으며 서울 민사지법 부장판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부장 등을 거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인연을 맺으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15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첫 입성한 이후 다음 총선부터 인천 연수구에 출마해 내리 5선을 지냈다. 2년 임기의 새누리당 대표를 지냈으며, 지난 8월 교육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대담: 박성태 본지 발행인, 정리: 이연희 기자, 사진: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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