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교육개혁에서 이루지못한 3가지... 새 개혁에선 적극 다뤄야

"대학은 브레인 집단…구조개혁도 스스로 하는 것이 원칙"

▲ 이명현 전 교육부 장관(37대)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정치가들은 교육을 갖고 표 장난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럼 나라는 망합니다.”

1995년 5.31 교육개혁이 내년이면 20년을 맞는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지난 8월 취임사로 “5.31 교육개혁을 재조명하면서 지켜야 할 교육의 기본적 가치는 유지하고, 새로운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교육의 새로운 틀을 모색할 때”라고 말했다. ‘백년대계’ 교육의 장기 비전을 짜야 한다는 중대한 과제를 받아든 황 장관의 심중이 복잡해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경험의 지혜가 담긴 조언이 필요한 법. 5.31 당시 교육개혁위원회 상임위원을 맡았고 5.31 교육개혁 연구를 계획 중인 이명현 전 교육부 장관(37대)은 “후배 장관에게 이래라 저래라 조언하기가 쉽지는 않다”면서도 “지난 5.31 개혁에서 미처 해내지 못한 세 가지 과제가 무엇인지 제시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5.31 교육개혁의 목표는 기성세대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화 시대의 지식정보사회에서 중심국가로 설 수 있도록 그에 맞는 인재를 키우자는 것”이라며 “5.31 개혁이 새로운 문명에 100% 맞는 최선의 교육개혁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입을 열었다.

“지금처럼 급속하게 바뀌는 시대에서 새로운 문명에 완전히 맞는 개혁이라고 주장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가 신도 아닌데 그럴 수도 없고. 다만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그 사회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에 목표를 두고 만들었다는 점이  5.31 교육개혁의 근본이라는 것이죠.”

그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교육이 정치권의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상황이다. 이 전 장관은 “최근에는 교육이슈가 백년대계는 커녕 정치권에서 권력을 잡기 위해 그때 그때 교육을 이용하는 ‘일년소계’와 같은 양상이 많다”며 “그런 식으로 (교육개혁) 작업을 해서는 한국의 장래를 위태롭게 만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5.31교육개혁에 대한 보완작업도, 당시 다루지 못했던 것들을 새로운 장기 교육개혁에 수정 반영하는 작업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그 중 하나로 사립학교 개혁을 들었다. 사립학교법 개혁을 비롯해 중등교육까지는 국공립 중심으로 전환하고, 사립대가 압도적으로 많은 대학가도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신 설립자에게는 일정 대우를 해주는 식의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사학비율이 왜 눈에 띄게 높은가 하면, 산업사회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정부가 돈이 없다보니 민간에 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모든 사학들이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학교가 ‘망하지 않는 기업’이라는 마인드로 만들다보니 국가의 설립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정치부패가 많이 생겨났죠. 이걸 정리하기 위해 사립학교법을 개혁했어야 했는데 당시 정치적 상황 때문에 실패했어요.”

이명현 전 장관은 반값 등록금은 장기적으로 대학을 ‘학원’으로 만드는 길이라며 “대학에 투자되는 비용이 나라의 장래를 결정 짓는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등록금 인상을 제한하기 보다는 장학금과 기부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또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와 같이 ICT 정보통신장치를 이용한 고등교육 혁명을 통해 교육원가를 절감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세계적인 일류대학을 키워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대학구조개혁에 대해서는 “정부가 큰 틀을 제시하되 대학 스스로 개혁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치가 성행하면 대학의 질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유리천장’이 작용한다고 본 것이다.

“공산주의를 택했던 국가들이 왜 어느 순간 돌아섰습니까. 자력을 기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잘 몰랐던 것이죠. 정부에도 우수한 인재들이 많지만 대학은 그야말로 ‘브레인’만 모아놓은 집단입니다. 그들의 개혁은 스스로 해야 합니다. 정부를 비롯한 구조개혁위원회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작업은 대학들이 해나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두 번째 과제는 ‘교육자치’다. 이명현 전 장관은 교육감 선거제는 폐지하고 각 지자체 장이 임명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치 이슈로 떠오른 교육감 직선제 폐지 논란보다는 교육 전문가가 교육감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게 골자다. 그는 “선거란 정치조직과 자금이 필요한데, 지금처럼 교육감을 선거로 뽑을 경우 교육전문가가 도에서 교육감을 하기란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교사양성시스템’을 꼽았다. 4년제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을 졸업한 뒤 임용고시를 거쳐야 하는 현재 교사양성시스템으로는 정보화시대에 역량을 발휘할 교사를 길러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식정보사회의 큰 특징은 대다수가 고등교육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요즘에는 학생들의 부모님도 대졸자가 많다보니 교사에 대한 존경심까지 사라지고 있다, 난 그렇게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은 적어도 전문대학원 수준의 특별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자격이 아닌 승진에 필요한 학위를 따는 교육대학원 체제로는 부족하죠. 국비를 들여서라도 최소 2~4년간 한 개 이상 전공을 공부하고, 인성교육 훈련을 받은 전문 교사들을 길러내야 합니다.”

그는 “사범대학은 졸업생은 많아도 임용고시를 통과하기도 어렵고, 일자리도 부족해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다”며 중고교 교원수급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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