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정윤희 기자] 인큐베이터(incubator)는 생명 부화기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여린 생명이 건강한 숨을 토해낼 때까지 최적의 안락한 공간을 제공해주는 보육 장치다.

신생기업은 대학 창업보육센터(Business Incubator; 이하 BI)에서 경쟁력이란 숨을 얻어간다. 참신한 아이디어 혹은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예비 창업자 혹은 창업초기 사업자들이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사업장을 얻고, 공동범용시설을 이용하고, 대학 교수에게 경영기술지도와 함께 정부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최근 BI를 전전하는 일명 ‘BI계 블랙 컨슈머'가 골치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악성을 뜻하는 블랙(black)과 소비자란 뜻의 컨슈머(consumer)를 합친 신조어에 BI가 붙었다.

이야기인즉슨 BI계 블랙 컨슈머는 A대학 BI에서 2~3년, B대학 BI에서 2~3년 또 다른 C대학 BI에서 2~3년 등 BI만을 지속적으로 전전하는 사업주를 지칭한다.

이들을 두고 일각에서는 “수많은 예비창업자들의 BI 입주 기회를 막고, 그들이 받아야 할 국가 지원금까지도 탈취하는 행위”라며 “이들이야말로 국가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또 “센터 간 블랙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또 다른 시각에서는 “그게 왜 문제가 되는 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지역대학의 창업보육센터 관계자는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업체는 사업주가 현재 가지고 있는 아이템과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대학 자체 선발과정을 거친 것”이라며 “입주자격이 있으므로 정정당당히 입주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설사 이곳을 여러번 이용해서 사업의 기초가 다져지고 결국에 성공한다면 그것이 더 좋은 성과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일명 ‘BI계 블랙 컨슈머’는 창업보육센터 관리 운영시스템의 ‘맹점’을 활용하고 있다. 맹점이란 창업보육센터 신청시 사업주가 사업계획서 상 이전 BI 전적을 기록하지 않으면 다른 BI에서는 전혀 그 전력을 알 길이 없다는 점이다.

BI를 이용하고자 신청하는 사업주와 BI를 떠나지 못하고 이 대학 저 대학을 맴도는 사업주. 이들 모두에게 ‘BI’란 결국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BI를 지속적으로 맴돌며 ‘보육’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업자를 ‘그러려니’ 받아주는 것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이들의 상황을 진단하고 다음 단계 발돋움을 위한 플랜을 적극적으로 논의해 대안을 마련해주는 것이 보육센터가 보다 많은 창업자들을 키워내는 방법이자 존재의 이유다.

학부시절 창업동아리를 통해 제품 연구ㆍ개발에 성공, 당당히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한 젊은 창업가가 지난 여름 들려준 포부가 아직도 생생하다.

“초기자본이 약한데 저렴한 임대료로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하지만 곧 매출 수직상승시켜서 여길 떠날 생각이다. 이게 주어진 또 새로운 목표다. 그래야 또 나와 같은 창업자들이 들어와 커 나갈 수 있는 기반을 잡게 될 게 아닌가. 지켜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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