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 산업 취약한 지역 소재 대학 "하고 싶어도 못해" 난감

[한국대학신문 신나리·차현아 기자] 2000년대 접어들면서 정부는 대학의 산학협력을 강조하며  그 성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03년에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국내 대학에 산학협력단이 설치되면서, 지난 10년간 대학은 산학협력의 주체로 기업과의 연결고리를 단단히 조이고 있다. 그러나 평가는 엇갈린다. 대학과 기업의 산학협력이 서로의 지속적인 성장을 돕고  나아가서는 국가발전을 위한 기본요건이 된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대학이 기업 또는 시장에 너무 가까이 접근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국내외 산학협력의 태동부터 현재, 나아가야 할 방향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그나마 있던 대기업마저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다. 협력업체는 대기업 이전에 타격을 받아 심각한 상황이다. 대학이 어디를 바라보고 산학협력을 할 수 있겠나.”

호남·강원지역의 소재 대학이 산학협력 할 기업이 없다고 한숨이다. 이 지역의 기반 산업은 수도권, 충청권, 영남권의 산업과는 상황이 다르다. 공단이 많은 구미나 조선산업 기반이 탄탄한 울산과 거제 중심의 동남권에 비교 해봐도 그렇다. 삼성전자가 최근 가전산업의 기반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이에 200여 개의 협력업체는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협력업체의 위기는 대학의 위기와도 맞닿아있다. 산학협력을 할 여력이 없는 산업체들은 대학이 내민 기술개발이나 인력양성 계획의 손을 잡을 기력이 없다. 10여 명 내외로 뽑던 신입사원도 한두 명에 그쳤다. 대학은 매년 졸업생을 배출하지만 지역 산업체에 취업문이 더 좁아졌다. 지역기반 산업이 열악한 지역대학의 어려움은 산학협력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호남의 한 사립대 산학협력단장은 “호남은 산업자체가 어렵다. 없다고 봐야한다. 삼성전자와 기아가 지역 기반 산업이었는데 최근에는 그마저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소기, 세탁기 등 광주에서 생산되던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은 현재 모두 베트남으로 생산지를 옮긴 상태다. 냉장고도 프리미엄 생산 말고는 다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베트남에 여의도 공원 2배에 달하는 대규모 가전 공장을 새로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화 관광 분야를 산학협력으로 발전시키려 했던 호남권의 또다른  대학 산학협력단장도 영세 산업체와의 산학협력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단장은 “인력양성을 위주로 한 산학협력을 추진했지만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일단 사업체가 없다. 관광지나 문화 유적 등으로 지역이 유명하다해도 사업체는 여전히 영세하고 어렵다. 이런 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인원도 많지 않고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도 한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대학은 현재 문화관광 대신 다른 영역에서 산학협력 대상을 찾고 있다.

강원 지역 대학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영세 기업이 많은 강원도에서는 대학이 기술특허를 보유하고 이를 기업에 이전하려고 해도 기술이전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현실화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강원 지역의 모 대학 산학협력단장은 “부산이나 지역기반 산업이 잘 되어 있는 곳의 대학은 기술이전을 하며 몇 억 단위의 수익료를 얻고 있다. 강원도 내 대학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학내에서 기술특허를 보유한 걸 기업에 이전하다보면 변리사 비용이라든가 특허 등록으로 인한 비용이 생긴다. 하지만 이 지역 기업이 워낙 영세하다보니 당장 1000만 원의 비용도 부담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정부주도의 산학협력 정책에서 이러한 지역 산업의 상황을 고려한 조치는 찾아보기 힘들다. 교육부의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LINC사업은 올해 지난 1단계 사업에 참여한 51개 4년제 대학과 29개 전문대학에 대한 단계평가와 신규 참여를 신청한 43개 대학과 33개 전문대학에 대해 선정평가, 비교평가를 진행했다. 각 대학의 사업단은 사업성과에 대해 연차평가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사업비를 지원받지만 지역 기반 산업에 대한 고려나 기준은 없다.

산업기반이 허약한 지역의 대학은 지역기반 산업의 융성책이나 지원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학협력이 대학 스스로의 노력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정부가 나서서 지역 산업을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산업이 자리를 잡고 수요가 활성화 되는 것이야말로 산학협력 정책의 본질이라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국립대 산학협력 단장은 결국 지역기반 산업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장은 “산학협력의 본질, 핵심이 무엇이냐. 대학과 중소기업체가 손잡고 윈윈하라는 것 아니냐. 그렇다면 대학 주위에 역량이 많은 업체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만약 없다면, 산업 기반을 다지는 정책을 국가차원에서 펼치는 것이 우선이다”라며 “교육부가 LINC 사업 정책을 진행할 때도 지역마다 산업체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남지역의 한 사립대 산학협력 단장은 지역기반 산업을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성토했다. 교육부뿐만이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등 산업체와 관련된 정부부처가 적극 협력해 지역 산업체의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단장은 “산업체는 교육부나 대학의 목소리보다 관련 부서인 중기청이나 산자부의 목소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려면 다른 정부부처의 협력이 필요하다. 지역기반 산업에 대한 지원책 역시 산자부의 소관이니 이 점을 고려해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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