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후 인천재능대학 부총장

우리나라 직업교육은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여러 곳에 흩어져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다양한 직업교육 주체들을 하나로 묶어 일원화된 체제를 구축하면 직업교육의 시너지는 더욱 커질 것이다. 정부에서 올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국가자격체계(NQF)를 구축하려는 목적도 바로 직업교육 효율성의 극대화에 있다.

그 과정에서 박근혜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의 중심축 혹은 산재된 직업교육을 매개하도록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전문대학이 지난 1979년 이후 540만 명의 산업인력을 배출하며 국가산업의 근간을 만들어 왔고 국가를 대신해 기간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해 공급함으로써 국가 경쟁력 배가에 힘써온 점을 인정한 것이다. 산업현장과 직업교육 간의 간극으로 인해 현장과 교육의 미스매치가 문제로 드러나기도 했지만, 전문대학은 긴밀한 산학협력과 현장중심 교육의 강화로 그 거리를 좁히려고 부단히 노력해왔다.

최근에는 교육과 실무가 연계되도록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하여 국자자격체계(NQF)를 선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능력중심사회를 열기 위해 세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또한 전문대학은 직업교육의 중심 주체로서 학교교육, 직업훈련, 평생학습제도, 자격제도 등을 현장 중심으로 개편하고 평생학습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능력중심사회를 선도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모든 힘과 지혜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관련 고등교육법이 아직도 계류 중이고, 전문대학의 목표였던 산학협력, 평생직업교육, 취업교육 관련 정책과 사업 등에서 여전히 4년제 일반대학의 역할에 더 큰 방점이 찍히고 있다. 최근 의욕적으로 진행하는 선취업 후학습 형태의 일학습병행제 역시 일반대학에 비해 전문대학의 역할 영역 축소가 우려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은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의 ‘전문대학 10년의 변화와 박근혜 정부의 전문대학 정책 진단’ 자료집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전문대학 학과 설치가 2004학년도 43개교 80개 학과에서, 2015학년 108개교 303개 학과로 증가했다고 한다. 10년 전만 해도 물리치료과나 치위생과, 임상병리과 등 대표적인 전문대학 학과가 4년제 대학에 개설되어 대학 수로는 2배 이상, 학과 수로는 4배 가량 대폭 증가한 것이다. 이는 전문대학이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서 정체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반대학과 특성화고교 사이, 폴리텍 대학과 각종 평생학습기관과 직업훈련기관 사이,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사이에 끼어있는 전문대학이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란 현실적으로 정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전문대학은 그동안 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묵묵히 수행해 왔다. 산업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전문 인력을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공급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거듭해 왔다. 이제 국가적 차원에서 향후 산업인력의 수요구조를 면밀히 분석하여 전문대학을 포함한 고등직업교육 전반에 대한 비전과 방향설정을 보다 확실히 하고, 그에 따른 위상과 역할을 재규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전문대학의 정체성 확보 방안을 제시하고 재정지원 확대와 지원방식에 대한 개선 방안이 순차적으로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사회부총리를 겸하고 있는 만큼, 이 시점에서 어지럽게 산재해 있는 여러 직업교육기관을 큰 틀에서 묶어 효율적으로 시스템화할 것을 요청한다. 고등교육법도 올해 안에 통과되어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서 전문대학의 위상도 명확히 하고 혼재된 직업교육 주체도 일원화함으로써 직업교육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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