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임금으로 봐야 … 교비로 지급 가능. 사학법 위반 아니다"

숭실대에 이어 한신대 노조 소송서도 감사결과  뒤짚어
직원단체 "환수조치 철회해야" 교육부 "다툴 여지 있다" 

[한국대학신문 이재익·차현아·이재 기자] 사립학교교직원연금 개인부담금 환수 소송에서 대학이 또 패소했다. 법원이 교육부의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감사결과를 뒤집은 판결을 낸 것은 지난달 25일 숭실대 소송 이후 두 번째다. 대학가에선 '예견된 판결'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교직원 단체 쪽에서는 교육부의 환수조치 철회를 강력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며 여전히 방법상의 문제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수원지방법원 김용한 판사는 지난 14일 한신대 노동조합이 학교법인 한신학원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2235만 896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 판사는 “개인부담금은 2005년과 2010년 단체협약을 통해 임금인상분의 지급을 피고인 한신학원이 지급한 것으로 근로의 임금의 성격을 가지므로 근로자인 원고의 동의 없이 환수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 한신학원이 환수의 근거로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사립학교법령상 교비회계에서의 세출이 허용되는 학교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에 해당하므로 해당 단협이 사학법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결은 숭실대 판결처럼 지난해 7월 교육부가 사립대 44곳이 교직원의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2080억원을 단체협약 등을 통해 수당의 형태로 교비회계 등에서 대납했다는 감사결과를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3일 이들 대학에 △개인부담금 지급 중단 △관련자 징계 △기관경고 처분 등을 내렸다. 당시 교육부는 “이번 조치에 따라 교비회계에서 연간 270여억원의 예산을 절감해 대학재정의 건전성을 제고하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일부 경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 닷새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실상 2080억원에 대한 환수를 지시하면서 각 대학에 자율적인 환수계획을 제출하라는 공문이 하달됐다. 일부 대학은 자율적인 환수가 어려워지자 교직원 임금에서 환수해당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환수를 진행했다.

판결을 두고 대학가에서는 예견된 패소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부터 일부 변호사와 노무관계자들은 교육부의 감사결과와 달리 대학이 교직원의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에 상당한 금액을 보전한 것은 임금인상으로 보이기 때문에 환수가 불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한신대 소송을 담당했던 법무법인 효원 측도 소송의 중점을 개인부담금을 교비로 대납한 수당이 임금의 성격에 해당하는지 유무로 봤다. 효원 관계자는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의 보조금이 임금의 성격이 맞느냐가 가장 중점이라 할 수 있다. 임금은 교비회계에서 지출토록 되어있다. 이번 판결을 보면 교육부 지침이 법령을 잘못 적용시킨 것이다.”라고 말했다.

근거는 사학법 시행령과 사학기관 재무ㆍ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을 들었다.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교비회계와 부속병원회계의 세입세출)를 보면 제2항제1호에 교비회계의 세출 중 학교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및 물건비 경비를 명시했다. 사학기관 재무ㆍ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 제17조 별표1인 자금계산서 계정과목 명세표를 보면 직원보수에 있어 직원법정부담금은 학교회계와 법인회계 모두 적용된다고 명시됐다. 직원법정부담금은 직원 연금부담금 및 의료보험부담금 등을 포함한다.

법원이 연이어 두 차례나 교육부의 감사결과를 뒤집는 판결을 내놓자 교직원 단체들은 교육부에 사과요구와 환수조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립대연맹은 27일 교육부에 공문을 발송해 감사결과의 오류시정과 그에 따른 행정지시를 거둬들일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각 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는 환수조치를 대학 스스로 철회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지난해 유보됐던 정부의 대학재정지원금 지급도 요구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대학 중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을 대납한 것으로 지적했던 대학에 사업비 10%를 축소해 지급한 바 있다. 감사결과의 부당성이 인정된 상황에서 이 조치는 철회돼야 한다는 것이 사립대연맹의 주장이다.

대학노조도 최근 성명서를 발표하고 연이은 항소로 인해 대학과 노조간 소송기간이 늘어나는 것을 미리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국 정책실장은 “교육부의 잘못된 감사결과로 초래된 사태다. 교육부가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소송이 길어지면 환수금액에 대한 기간이 늘어나 대학부담이 더 커진다. 소송비를 교비회계에서 지출하는 등의 추가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육부는 환수조치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비에서 나간 금액에 따라 보전 방안을 강구하라 했고 학교에서는 직원들의 봉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을 취한 것 같다. 그런 방식을 취하라고 감사처분을 한 것은 아니다. 보전을 하라고 처분한 것이다”고 말했다.

또 “관련법과 학교 정관 등을 참고해 감사처분을 내렸다. 소송을 통해 최종적으로 다룰 여지는 있는데 이는 본인 동의 없이 공제한 자체에 대한 방법론의 차이 같다. 보전 방식의 문제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부는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다. 숭실대와 한신대 모두 노조가 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이다. 이 때문에 소송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교육부는 대학에 항소를 지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어느 학교라도 부당하다고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법률적으로 대응할 텐데 민사 다툼이다보니 대응할 방법이 없다. 숭실대 판결 이후 항소 지도를 하고 항소가 이뤄졌다. 한신대 건은 아직 판결문을 보지 못해 살펴봐야겠다”고 말했다.

판결에 대해서도 교육적·사회적으로 맞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단협을 통해서 한 것이라도 등록금 인상의 요인이 되고 자치 교육의 환원에 결손이 발생되는 개인연금 부담금에 등록금을 사용하는 것이 정상적인가. 보수 규정이나 이사회 규정 등을 통해야 하는데 단순히 단협을 통하는 것은 교육적·사회적으로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교육부가 민사소송에 항소지도를 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데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학 감독기관으로서 가능한 행위이나 교육부의 잘못된 감사결과에 따른 소송인데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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