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치권-교육청 갈등 심화…고등교육 현안 연내 해결 '난망'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올해가 불과 2개월 남은 가운데 대학구조개혁, 기성회비 등 촌각을 다투는 고등교육 현안이 또다시 뒤로 밀리고 있다. 연내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대학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엄청난 파장을 예고했던 시간강사법 시행이 역사교과서 논란으로 연말에야 아슬아슬하게 유예가 결정된 데 이어, 올해는 교육부와 교육감들의 누리과정 예산 책임에 여야의 시선이 온통 쏠려있는 상황이다.

지난 24일 교육부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3~5세의 영유아 대상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은 정치권 갈등으로 비화돼 더 격렬해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전국 시도교육감과 시도의회 교육위원장이 누리과정 예산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발단은 지난달 정부가 확대 실시될 누리과정 예산을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하지 않으면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편성하라는 것인데, 교육감들은 지난달 18일 “정부가 누리과정을 졸속으로 확대하며 막대한 예산을 교육청에 떠넘겨 부도를 면할 수 없다”며 성명을 내고 누리과정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8일 “교육감들이 어린이를 볼모로 잡고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며 맞섰다. 이날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도 누리과정은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15일에는 황우여 교육부장관도 최 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누리과정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지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못 박았다. 야당은 16일 교육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도 황 장관의 긴급현안 질의를 위한 출석을 요구하며 논란을 키웠고, 23일에는 전국 17개 시·도의회 교육위원장까지 “정부가 삭감된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 예산에 반영하지 않은 채) 이대로 확정한다면, 시도의회도 예산을 배정하지 않겠다”고 교육감들을 거들고 나섰다.

오는 27일 교육부 종합감사에서도 이 논란이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사실상 이 논란이 연말까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등교육 분야에서 여야의 토론과 보완이 필요했던 대학구조개혁 관련 법안과 기성회비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은 자연히 ‘묻히는’ 분위기다.

교문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누리과정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고, 정부의 일방적인 행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제1현안임이 분명하다”며 “대학구조개혁과 기성회비 관련 법안도 중요성을 알고는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국회에서 연내 해결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처럼 논의가 지지부진하는 동안 국립대 기성회비 문제는 시한폭탄이 돼가고 있다. 기존 기성회비는 정부 예산안에 수업료로 전환·편성됐지만, 관련 법 개정이나 입법 없이는 내년 1월 대법원 판결에서 국립대 기성회가 전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패소할 경우 국립대들은 기성회비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학구조개혁 역시 ‘선(先) 평가 후(後) 입법’ 형식이 될 전망이다. 교육부에서는 11월 중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의 세부편람을 내고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 사립대 총장은 “시간이 촉박해 세부편람 확정 작업이나 평가가 늦어질 가능성도 높기는 하다”면서도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구조개혁법안 통과든 야당이 준비 중인 대안입법이든 연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평가를 먼저 실시한 뒤 이를 활용한 구조개혁은 사후 이뤄지게 될 수도 있다. 법안 통과 후 평가 세부지표가 확정돼야 후폭풍을 줄일 수 있을 것인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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