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수원대 정문서 ‘수원대 정상화를 위한 길거리 특강’ 개최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수원대 교수협의회와 다산인권센터는 29일 수원대 정문 앞에서 ‘수원대 정상화를 위한 길거리특강’을 열었다. 이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문 앞에서 강연을 열고 이인수 총장의 퇴진과 교수 파면 철회 등을 학교에 강하게 요구했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는 박상규 오마이뉴스 기자(사학.95)와 다산인권센터에서 활동하는 안병주(환경공학.92)씨, 이상훈 교수협의회 대표가 각각 발언했다. 이들은 학교 비리를 폭로하다 명예훼손이라는 이유로 파면당한 교수들을 복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교육부 감사 결과 밝혀진 33개 비위 사실을 검찰이 제대로 조사하고 수원대 정상화를 위해 임시이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길거리특강 주최 측이 행사에 앞서 학교 직원들이 강연 진행을 방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특강 시작 30분 전부터 정문 앞에서 취업정보처 직원 및 근로학생들이 책상을 설치해놓고 취업 교육 관련 홍보자료를 배포했다.

▲ 수원대 측은 행사 전 학교 정문 앞에 책상을 비치했다. 이재익 교수와 다산인권센터 관계자들이 '신고된 집회를 방해하지 말라'며 학교 측에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차현아 기자)

이재익 교수는 “우리가 집회 신고를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취업정보처에서 미리 정문에 자리 잡아놓고 집회를 방해하려 한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취업정보처 직원과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취업정보처 관계자는 “학생 교육을 위해 취업 교육 과정 안내 홍보물을 나눠주는 것이 그렇게 잘못됐냐”며 행사 주최 측에 항의했다. 반발하는 과정에서 취업정보처 직원이 행사주최 측이 폭행해서 오른손에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학교 측은 강연장 맞은편에서 ‘의혹 제기로 떨어지는 취업률, 파면교수는 책임져라’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학교 관계자는 “총무과 소속 직원이다. 교수협의회가 집회를 벌이듯 저 분도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입장을 밝혔다.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박상규 기자는 ‘표절의 역사’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30년이 지나도 수원대 총장은 계속 이씨 가문이 맡고 있다. 2005년에 졸업하기 전에도, 그 후에도 수원대는 여전히 아픈 역사가 ‘표절’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여러분이 가만히 있으면 학교는 절대 좋아지지 않는다. 가만히 있는다고 삶이 안락해지지 않는다. 부당한 것에 대해 당당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결국 여러분의 삶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해직교수들이 돌아오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박 기자는 “SNS를 활용하거나 대자보를 쓰는 등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조금씩 시작해볼 것”을 조언했다.

두 번째 강연자인 안병주 다산인권센터 활동가의 강연은 ‘청춘, 희망은 어디에’를 주제로 삼았다. 안병주 활동가는 “학내에 흔한 대자보 하나 보이지 않는다. 물론 취업준비도 중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과서 속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수원대에서 내 권리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 않다면 왜 그런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게 청춘이다”라고 강조했다.

▲ 수원대 환경공학과 92학번 출신인 안병주 다산인권센터 활동가가 '청춘, 희망은 어디에'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차현아 기자)

강연 마지막은 해직교수들이 맡았다. ‘이 길을 선택한 이유’라는 주제로 이상훈, 배재흠, 이재익, 장경욱, 손병돈 교수들이 돌아가며 투쟁에 나서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상훈 교수는 “조금만 참으면 정년퇴임을 맞을 수 있었다. ‘차마’라는 말 때문에 이렇게 나섰다. 같이 근무하는 교수들이 고통을 당하고 학생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데 '차마'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 많은 교수들도 함께 힘을 모아 우리를 도와주고 있는 상황이다. 소송이 걸려있지만 이길 것이다. 싸움이 두렵지 않다”고 발언했다.

이날 수원대 학생회 차원의 움직임은 없었다. 강연 초반에는 지나가던 학생들 몇몇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현장에 함께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임정근(정보보호학.10)씨는 “주변의 친구들은 대체로 학교에 강하게 반발하는 쪽보다는 자조하고 외면하는 쪽을 택한다.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도 총장이 학교를 다 쥐고 있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 섣불리 나섰다가 오히려 피해 입을까봐 걱정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수원대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실제로 강연이 진행될수록 함께하는 학생들의 수는 약 50명까지 늘어났다. 김민아(언론정보학.12)씨는 “지금까지 드러난 수원대의 상황은 학생들도 충분히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도 관심을 갖고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의견을 밝혔다.

▲ 강연 현장 앞 나무에 학생들이 해직 교수를 지지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하나 둘 걸었다. (사진=차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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