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기술이전 규제 완화-산학연 클러스터 구축으로 기술이전 촉진

연구중심대학들은 자체 R&BD 경쟁력·기술이전 실적 강화에 집중

2000년대 접어들면서 정부는 대학의 산학협력을 강조하며 그 성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03년에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국내 대학에 산학협력단이 설치되면서, 지난 10년간 대학은 산학협력의 주체로 기업과의 연결고리를 단단히 조이고 있다. 그러나 평가는 엇갈린다. 대학과 기업의 산학협력이 서로의 지속적인 성장을 돕고 나아가서는 국가발전을 위한 기본요건이 된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대학이 기업 또는 시장에 너무 가까이 접근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국내외 산학협력의 태동부터 현재, 나아가야 할 방향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 미국 코넬대

[미국=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교육부는 지난달 ‘황우여 1호 정책’이라고 불리는 ‘대학의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연간 150억 원씩 총 450억 원을 투입하는 이 사업은 대학이 보유한 창의적 자산을 사업화하는 후속 연구와 해외특허 설계 작업 등에 정부가 집중 지원하는 사업이다.

교육부는 이번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R&D와 기술이전의 우수사례로 미국을 내세웠다. 우리나라의 R&D 성과는 2012년 SCI급 논문이 4만7066편으로 세계 10위 수준이고, 기술개발 건수는 1만2482건에 달하지만 기술이전은 2431건에 불과하고 연간 기술이전 비율 역시 미국(38.0%)의 절반인 19.5%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국내 대학의 연구개발비도 5조5510억 원 규모로 상당한 수준이지만, 투입 비용 대비 기술료 수입은 580억 원에 그쳤다. 미국이 3.2%를 기록한 데 비해 3분의 1가량인 1.05%에 불과한 수치다.

이쯤해서 미국의 기술이전이 부흥하게 된 당시 경제적 상황과 제도 등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제조업 산업 대신 우주·항공 산업, IT산업, 바이오 의료산업 등과 같은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눈을 돌렸다. 실리콘밸리는 1980년대 침체된 미국 경기를 부흥시킬 만한 새로운 경제부흥 모델로 떠올랐다. 일찍이 1960~70년대 스탠포드대와 UC버클리대를 중심으로 창업기업체들이 생겨났고, 대학과의 기술이전 및 산학협력을 통해 재창업과 엔젤투자가 활성화되는 등 강력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선순환 구조를 이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감을 받아 1980년에 제정된 ‘바이-돌(Bayh-Dole)법’은 미국 대학들이 기술이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혁신의 황금거위’라고 불리는 이 법은 대학과 공공연구기관, 중소기업이 연방정부 자금을 받아 R&D 활동을 수행해 파생된 특허권을 연방정부가 아닌 각 연구기관이 소유할 수 있도록 특허 및 상표법을 개정한 것이다.

그러자 대학과 연구기관은 기술이전부서를 설치하고 상업적 이용 가능성이 높은 기술개발에 집중했다. 하버드대, 예일대, 스탠포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코넬대 등 미국의 주요 연구중심대학들을 비롯한 160여개 대학들이 미국기술관리자협회(Association of University Technology Managers, AUTM)에 가입돼 있다.

그 결과로 1980년부터 미국 대학으로부터 파생된 창업기업이 4000개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과 2007년 사이 미국 대학의 기술이전은 27만9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1870억 달러 상당의 GDP에 기여했다.

미국 연방 정부는 바이돌 법 이후에도 스트븐슨-와이들러 법(Stevenson-Wydler Act), 1986년 연방기술이전법(Federal Technology Transfer Act), 1989년 국가경쟁력기술이전법(National Competitiveness Technology Transfer Act) 등을 제정해 기술이전의 촉진을 지원했다.

미국에서는 기술이전과 사업화가 핵심적인 경제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연방정부와 주(州) 정부는 대학교수와 연구자, 졸업생 창업자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하고, 대학 내에 국내외로 유명한 기업을 직접 유치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주 정부 역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각종 산학협력 및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기술이전과 산학협력은 대학과 기업이 주도하는 상향식(Bottom-up) 방식이 유지된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미국 대학들은 장기적인 산학협력 비전을 세우고 자신 있는 연구 분야를 중심으로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 조직마다 직원들이 5년 이상, 길게는 15년 이상 꾸준히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연속성이 보장됨은 물론 전문성도 갖췄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 하다.

비전에는 △인재 양성 △연구 역량 발전 △경쟁력 있는 교수진 확보 △대학의 우수성 유지 등이 포함된다. 공통적으로는 ‘교육과 연구를 통한 사회참여 확대’ ‘지역사회에 기여’ ‘공공선 실현’ 등 대학의 공공성을 강조한다.

애초에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대학에 연구비를 지원할 때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미국 정부에는 연구비 집행 및 관리에 대한 표준매뉴얼이 없으며, 대학들이 연방의 연구비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주요 연방 산하기관인 미국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NSF)과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등이 갖고 있는 연구관리 매뉴얼을 각각 따라야 한다.

<현지 취재 지원: 전국대학연구·산학협력관리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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