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

취업·연애·탈모의 총체적 난국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앙대병원 김범준 교수

한 때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가 한창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그 후 취업과 결혼, 출산 중 한 가지 이상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3포 세대' 라는 말이 각종 매스컴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제는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해야 하는 '5포 세대'라 말한다.

 

불안정한 일자리, 학자금 대출상환, 기약 없는 취업준비 등 과도한 삶의 비용은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치부하기엔 버겁기만 하다. 특히 남성들은 사회에서 기대하는 남성으로서의 역할이 크다 보니 젊은 나이부터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런 남성들의 사회적 스트레스가 정신적인 부분뿐 아니라 외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쳐 그들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남성들의 사회적 스트레스는 탈모 유발에 영향을 미쳐 젊은 남성들을 총체적 난국으로 몰아넣고 있다. 스트레스는 다양한 신체질환의 원인이나 악화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피부와 모낭은 스트레스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 중에서도 모낭은 스트레스가 주어지면 손상 또는 세포 사멸, 염증 등이 유발되어 모발 성장이 억제되고 탈모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androgen)도 젊은 남성들의 탈모를 유발한다. 지난 5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탈모증관련 자료에 따르면 20~30대에서는 남성 진료인원이 많고, 50대 이상에서는 여성 진료인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연령의 차이는 남성 호르몬에 의해 발생하는 '남성형 탈모'20~30대 남성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취업, 경제적 불안정성 등의 이유로 조급함을 느끼더라도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원인이 남성 호르몬이라면 피부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남성 호르몬을 조절하는 약물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남성호르몬의 대사를 조절해 탈모를 치료하는 약제에는 '두타스테리드' 성분과 '피나스테리드' 성분 2가지가 있다. 두 약제 모두 남성형 탈모를 유발하는 5알파환원효소의 활성을 억제하는데, 흔히 두타스테리드 성분은 5알파환원효소 1, 2형을 모두 억제하고 피나스테리드 성분은 5알파환원효소 2형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젊은 남성들은 경구용 치료제를 처방하면 남성 기능이 저하될 것을 걱정하지만, 5알파환원효소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과 남성 기능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경구용 치료제 외 미녹시딜 성분의 바르는 약을 사용하는 선택도 있다. 혈관확장 작용이 있어 고혈압 치료제로 처음 개발되었던 미녹시딜은 부작용으로 다모증이 생기면서 발모제로 개발된 약제이다. 기전은 아직 불명확하나 혈관 확장 작용을 통해 모낭세포의 증식이 유도되어 모발 성장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약물치료만으로 개선이 어려운 경우 모발이식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모발이식이 진행하는 탈모를 막아주지는 못하기 때문에 젊은 나이에 모발이식을 시행한 경우 탈모가 진행되어 모발이식한 부위만 머리가 남을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M자형 탈모를 가진 젊은 환자들이 탈모된 부위에만 모발이식을 해달라고 하는데, 이 부위에만 이식을 하면 몇 년 후 더 진행되어 M자 부위에만 모발이 섬처럼 남아있게 된다.

두피를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는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지성 타입의 경우 하루에 한번, 건성 타입의 경우 일주일에 3~4회 정도 샴푸하는 것이 적당하며9,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할 때는 최소한 20cm 거리를 두고 저온부터 사용하는 것이 좋다. 머리를 빗을 때는 정전기를 일으키는 플라스틱 재질보다는 나무나 고무 재질의 빗을 사용하는 것이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한 취업포털사이트에서 진행했던 설문조사에 따르면 첫 만남에 호감도를 떨어뜨리는 남성의 외모조건 1위가 탈모라고 한다.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탈모를 유발하고, 탈모가 다시 취업과 연애를 어렵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꼴이다. 청춘이라도 아프면 치료를 해야 한다. 젊을 때 올바른 치료를 시작하면 회복 속도는 더 빠른 법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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