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전 수원대 교수)

박근혜 대통령이 연초에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을 화두처럼 사용하자 사회 곳곳에서 비정상적인 구조를 밝혀내고 이를 정상화하자는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사회 각 분야의 정상화 과정에서 오랫동안 들어왔던 모피아라는 말 외에도 건설마피아, 원전마피아, 철피아, 교피아 등의 말이 등장했다.

출생률 저하에 따르는 대학 신입생의 감소는 이미 10년 전부터 예견된 현상이었다. 대학사회에도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대학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전체 사립대학 자산은 2003년 37조원에서 2013년 49조원으로 약 12조원(31.9%) 증가했다. 새정치연합 유은혜 의원이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현재 국내 사립대학의 적립금 총액은 9조원이 넘는다. 작년에 적립금을 500억원 이상 보유한 사립대 45개교를 대상으로 적립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28개교(62%)에서 적립금이 증가했다. 우리나라 사립대학들은 학생들에게서 등록금을 받아서는 쓰지 않고 모아두기만 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최근 언론에 사립대학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보도되고 있다. 상지대, 수원대, 서남대 등 곳곳에서 재단의 비리와 관련되어 총장이 고발되고 교수들이 파면당하고 학생들이 시위를 하고 등등 대학구조조정과 맞물려 바람 잘 날 없다.

최근에 사학비리로 인한 대학교육의 위기를 초래한 일차적인 주범은 노무현 정부 말기의 사립학교법 개악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재단이사회에 개방이사를 도입하는 사학법개정을 추진했으나 당시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를 비롯한 종교계까지 사학법 개정 요구에 동참하면서 사학법은 2년 만인 2007년에 개악되고 말았다. 개악된 사립학교법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은 재단이사회에서 친족을 총장으로 임명할 수 있게 하여 족벌경영의 길을 열어줬다.

한편으로, 1993년 김영삼 정부에서 사학비리 제1호라고 부르던 상지대의 김문기 총장이 쫒겨나고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던 상지대가 2004년 소송을 제기하자 대법원은 기존의 판례를 뒤엎고 “쫒겨난 구재단 이사에게도 소송권이 있다”고 김문기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후 신‧구 재단 분쟁 해결을 위한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탄생했고 분규 대학에서 정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상지대의 김문기씨가 총장에서 쫒겨난 지 21년 만인 2014년 8월에 총장직을 되찾을 수 있게 한 가장 큰 원인은 구재단에 정이사 과반수의 추천권을 준 사분위의 결정 때문이었다.

사학비리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여 족벌경영을 불가능하게 법 조항에 명시하고, 학교의 경영을 보다 투명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교육부는 사분위를 폐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사학비리를 척결할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사학비리가 한번이라도 적발되면 엄벌에 처하고 즉시 관선이사를 파견하여 비리관련자를 모두 추방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사립학교 재단과 교육부와의 관계는 의외로 견고하며 서로 상부상조관계에 있다고 추측된다. 교육부의 고위관리들은 퇴임 후에 전국의 수많은 사립학교에 총장, 부총장, 이사, 명예교수, 겸임교수 등으로 취업하여 사립대학들의 대 교육부 로비창구를 맡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 퇴임 관리들이 사립학교에 재취업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 교피아가 사라질 때에 사립학교가 살고, 대한민국 교육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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