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남(신성대학 교수)

교육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은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이 국가와 사회발전의 근본이자 초석으로 백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말이다. 한 나라의 교육제도는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데 교육의 결과가 현실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최근 젊은이들이 취직 후 1년 이내 퇴사관련 통계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전국 405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4년 대졸 신입 사원의 1년 내 회사 퇴사율이 25.2%라고 발표했다. 이는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미래 세대들의 불안한 현실을 반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대학 입학 당시부터 수년을 준비해 어렵게 취업을 하고도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퇴사하는 것일까? 대학교육의 현실을 보면 그 원인을 조금은 알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학령인구감소에 따라 구조조정을 통해 길을 모색하며 내홍을 겪고 있다. 특히 취업통계 위주로 대학평가에 반영하다보니 그 과정에서 취업이 잘되는 학과위주로 학과개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장기적으로는 국가적인 차원의 ‘제살 파먹기’로 밖에 볼 수 없다. 최근 3년간 순수 인문계열 학과 역시 취업을 고려하여 아예 폐지 또는 응용인문학으로 통폐합하는 현상은 순수 인문학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곧 우리나라의 국제 경쟁력 약화로 그 미래는 더욱 암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윤리적인 문제와도 밀접하게 관련하여 각 학문 영역에 윤리성을 부여하므로 인문학이 배재된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와 배려 등의 감정 없이 오직 기술만이 남게 될 것으로 그 우려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최근 ‘전문대학 정책 진단’ 자료집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이 기존 전문대학에 설치되었던 학과개설은 10년 전에 비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즉, 4년제 대학은 2년제 대학에서 운영하던 일부 취업이 잘되는 의료 및 보건계열 학과를 대거 유치했다. 이것은 4년제 대학의 ‘학문탐구’라는 존재이유를 도외시하게 되어 결국 국제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며 전문대학은 4년제 대학과의 학과 유치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

이제라도 4년제 대학은 임시방편으로 취업만을 고려하여 학과 개편을 할 것이 아니라 대학 특성을 고려한 혁신적인 학과 개편, 커리큘럼 개편이 필요하다. 한 예로 미국의 세인트존스 대학은 1937년 서양 고전 100권으로 교과과정을 혁신적으로 바꾼바 있다. 학과나 전공이 아예 없고 4년간 고전 100권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 이 대학 교육콘텐츠의 전부다. 주목할 점은 세인트존스 대학 신입생 중 고교 성적이 상위 10%안에 들었던 학생은 10% 내외였으나 이 대학을 졸업한 이들 중 많은 학자와 사상가들이 배출되는 등 미국의 명문대 벨트인 이른바 아이비리그를 능가하는 결과를 내어 대학 혁신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우리도 대학들이 각각의 특성을 살리도록 도와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법과 제도로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으로써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의 꿈이 오로지 취업밖에 없을까? 우리 젊은이들이 받는 대학교육의 목표가 오로지 취업이라면 일부이지만 원치 않는 목표달성을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대학졸업 후 대기업에 취업하고 나서도 적성에도 맞지 않는 직장생활에 좌절하는 것을 보며, 다시 교육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생각하게 된다. 부디 우리나라의 대학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100년 앞을 내다보며 인재를 양성하는 최고의 교육기관이 되길 마음 깊이 염원해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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