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대학퇴출용 등급매기기, 교육부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대학 구조조정 즉각 중단하라”

지난 11일 한밭대 문화예술관에서 격렬한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이날 행사는 ‘대학구조개혁 평가방안 마련을 위한 2차 공청회’였다. 공청회는 전국 대학의 기획처장을 비롯해 대학관계자 9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반동안 진행됐지만 이날 가장 큰 호응을 얻은 발언은 아이러니하게도 “구조조정을 즉각 중단하라”는 목소리였다.

이 말은 전국교수노동조합 등이 꾸린 ‘대학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국 대학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공청회 개회에 앞서 단상에 올라 “교육부가 정원 감축만 압박하며 재정 지원과 연계한 대학 평가를 강행하고 있지만 오히려 고등교육 질 제고는 요원해지고 피해는 학생 등 구성원한테 돌아오고 있다”며 외친 우려의 목소리였다. 대학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부의 일방통행이 고등교육을 망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공청회에서 한 대학 기획처장은 “정부의 대학평가에 대학의 운명이 좌우되는데 매번 지표를 평가직전에야 알려줘 참으로 곤란하다”며 “이번 평가도 교육부는 절대평가를 한다고 하지만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상대평가 아니냐”고 말해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교육부의 일방통행은 공청회 개최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번 공청회 개최를 알리는 공문을 하루 전에야 받았다는 대학가의 볼멘소리가 속속 들리고 있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행정청은 공청회 개최 14일 전까지 주요 일정 등의 사항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해야 한다. 지난 9월 30일 열린 1차 공청회도 마찬가지였다. 대학들은 개최를 5일여 앞두고 통지를 받았다. 그마저도 주말이 껴 있어 워킹데이는 이틀에 불과해 일정 조율이 힘들었다는 전언이다. 공청회에서 공대위가 외친 “교육부가 대학교육의 질을 위한 평가를 진행한다면서도 막상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도 반영하지 않은 채 교육부 일정에 맞춰 공청회라는 요식행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니 혜안을 갖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교육부가 대학의 위기를 대하는 태세는 그렇지 못해보인다. 교육부의 오락가락하는 대학평가 지표와 더불어 일방적인 ‘갑(甲) 질’은 대학가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정부주도 대학구조조정을 고통스럽지만 대학들로서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했다면 교육부는 최소한 평가지표 등에 대해 대학과의 합의를 이뤄가며 강행을 해도 했어야 했다.

“교육부가 정말 대학들로부터 신뢰를 많이 잃었군요”. 공청회에서 교육부가 멋쩍은 듯 던진 이 말이 부디 반성의 의미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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