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올해도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수능시험이 치러졌고, 여느 때라면 대학들이 정시 준비에만 전념했겠지만 올해는 다르다. 교육부가 그들의 계획대로 구조개혁평가를 연내에 실시하겠다고 나서자 대학들은 대책마련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11일 개최한 2차 공청회에서 1차 때 정책연구진이 내놓았던 38개의 지표를 1단계 11개(60점), 2단계 6개(40점)로 대폭 간소화한 대학구조개혁 세부편람을 공개했다. 전문대학은 14개 지표로 일괄평가하기로 하고 기관평가인증을 획득하지 못한 대학은 자동으로 하위 그룹에 분류한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개혁안은 대학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대학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38개의 지표로 200개가 넘는 대학들을 정성 현장 평가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지적에 현실적으로 지표를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달 말에 구조개혁 평가 세부편람을 확정한 후 곧바로 평가에 착수할 방침이다. 대학가에서는 교육부가 올 하반기에 어떻게든 평가에 착수하기 위해 평가지표 확정 일정을 무리하게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대학과 대학협의체의 요구사항을 폭 넓게 반영했다며 반발이나 논란의 소지를 줄이려 하고 있지만 대학가는 교육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추진에 볼멘소리다.

 교육부가 대학협의체와 협의해 세부편람을 마련했다고 하자 공은 오히려 대교협, 전문대교협 등 대학협의체로 넘어갔다. 실제로 공청회 이후 대학협의체에는 “교육부 평가안에 동의한 것이 맞느냐”는 분노 섞인 문의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교협은 ‘단계별 평가방식’, 전문대교협은 ‘일괄평가 및 전문대 특성에 맞는 지표 투입’이라는 큰 틀 외에는 반영된 것이 없다며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이고 있다. 일부 관계자는 ‘협의체가 대학구조개혁 평가의 덤터기를 쓰게 생겼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렇게 번갯불 콩 구워먹듯 구조개혁을 밀어붙이는 순간에도 평가를 유효하게 만들어줄 구조개혁법은 정작 국회에서 꼼짝 못하는 상황이다. 곧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소집되겠지만, 김희정법으로 대변되는 구조개혁법안은 수정, 보완 되지 않는 이상 폐기될 운명이고 대체법안 마련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게다가 무상보육, 무상급식 예산을 두고 정부와 교육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정부․국회․대학간 3자협의체 구성이나 구조개혁법 논의, 기성회비 문제, 유예기간이 고작 1년여 남은 시간강사법 등 대학정책 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해 대학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대학도 동의하고 있고, 그 시급성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1주기 목표였던 정원 감축 규모는 이미 대학 특성화사업과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유예 제도를 도입하면서 적어도 90%가량 달성됐다. 각 대학들도 교육부의 채근과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학과 구조조정 등을 통한 정원감축에 자발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현재의 대학 줄 세우기식의 평가를 통한 구조개혁은 분명 많은 문제가 있음이 재삼 재사 확인됐다.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하고 궁극적으로 고등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교육부의 구조개혁 목표가 단순 슬로건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 교육부는 반드시 올해 안에 평가에 착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소비자인 대학이 공감할 수 있는 구조개혁안을 마련,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도 표 받기 복지 공방에서 벗어나 교육이 국가 백년대계라면, 대학이 국가경쟁력이라면 계류되어 있는 대학관련 법안들의 조속한 처리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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