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본지 논설위원/두원공과대학 교수)

2015년 새해 국회 예산 심의가 한창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300명 국회의원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인 소위 예산 철이다. 그래서 많은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지원된 예산을 분석한 자료를 제시해 국민의 알 권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새해 예산편성에 반영을 위한 기초자료로도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 구분은 2년제, 3년제, 4년제, 2/3년제, 3/4년제, 2/3/4년제로 분류되고, 설립 유형은 국립, 공립, 사립으로, 학교 유형으로는 일반대, 특수대, 사이버대, 교육대, 산업대, 전문대학, 기능대학으로 분류된다. 특히 폴리텍 대학은 2/3년제 사립 기능대학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 4일 정진후 의원(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의당)이 공개한 2013년 국비지원액 상위 100개 대학 중 4년제 대학을 제외한 고등 직업교육 및 교육훈련 분야를 살펴보면 고등 직업교육의 메카인 영진전문대학(258억 7388만 3000원, 학생 수 8123명, 1인당 318만 5000원)이 81위로 유일한 전문대학인데 반해, 폴리텍2(인천)대학 78위(271억 1040만 8000원, 학생 수 2157명, 1인당 1256만 9000원), 폴리텍7(창원)대학 91위(232억 2310만 7000원, 학생 수 1484명, 1인당 1564만 9000원)과 폴리텍1(서울 정수)대학 97위(209억 3524만 2000원, 학생 수 1434명, 1인당 1459만 9000원)로 폴리텍이 상위 톱 10에 다수 자리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전문대학은 학생 1인당 국고지원액이 폴리텍에 비해 3~4 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직업교육 보다 직업훈련에 더 많은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좀 더 자세히 분석을 해 보면 2013년 상위 20개 대학별 학생 1인당 국비지원액 순위에서는 전국 3위(폴리텍3, 강릉, 1억 9662만 3000원, 56명), 4위(폴리텍5, 익산, 1억 5299만 6000원, 61명), 8위(폴리텍3, 춘천, 3446만 9000원, 407명), 9위(바이오캠퍼스, 2859만 4000원, 366명), 11위(폴리텍4, 홍성, 2406만원, 229명), 12위(폴리텍1, 서울 강서, 2069만 6000원, 646명), 14위(폴리텍5, 목포, 1958만 3000원, 292명), 15위(폴리텍6, 구미, 1890만 9000원, 624명), 17위(폴리텍5, 광주, 1856만 4000원, 739명)로 상위 20위를 10개 폴리텍이 차지하고 있다.

‘2013년 대학별 고등교육재정지원 분석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대학에 지원한 고등 교육 재원은 모두 10조 5074억 원이었다. 올해 국고지원액도 비슷하다. 2014년 전문대학 국고지원액은 2947억 3000만원, 폴리텍대학은 2627억 2300만원이다. 전국 137개 전문대학(사립대학 129개, 국공립 8개)의 올해 재학생수는 48만 4299명, 연간 1인당 평균 580만원의 등록금을 지출하고 있다. 학교 유형이 사립으로 분류되는 전국 8개교 34개 캠퍼스로 구성된 폴리텍은 올해 재학생이 1만 6480명(13만 728명 비학위 과정 포함)으로 학생 1인당 평균 230만원의 등록금을 부담한다. 이 중 폴리텍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고용보험기금은 1138억 4100만원으로 폴리텍 총 예산 가운데 무려 89.1%나 차지하고 있다.

형평성 차원에서 논란이 제기되면서 최근 고용보험기금을 폴리텍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전문대학과 고르게 분배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즉, 직업훈련 정책에서 직업교육 정책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전문대학에 다니는 학생에 비해 2분의 1수준의 등록금으로 국가가 직업훈련을 책임지는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고등 직업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대학에는 국고 재정지원이 미미한 상태라는 것은 2015년 예산편성 내역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직업교육과 직업훈련의 정부 재정 형태만 바꿔도 청년실업을 지금의 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전문대학가에서는 익히 잘 알고 있다. 현재 고용보험기금이 사후(after)적 재취업 직업훈련 쪽에 예산이 편중돼 있는 것을 사전(before)적 신규 대졸 취업 활성화를 위한 직업교육 쪽으로 전환하면 실제적 고용효과가 더욱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선진국형 의료복지 지원정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질병이 걸리기 전에 충분한 지원정책을 펴 예방에 우선적으로 노력한다. 반면, 후진국형 의료정책은 병이 걸려야만 의료비를 지원함으로써 많은 의료비용이 들어가는 고비용, 저효율의 정책을 펴고 있다.

이를 직시해 미취업자가 발생하면 재취업 직업훈련을 시행하는 후진국형 직업훈련 정책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선진국형 고등 직업교육 정책으로 대전환의 기회를 만들어 저비용, 고효율의 고등 직업 인력공급 정책으로 변혁을 꾀할 절호의 기회다. 사회부총리로서 교육부장관이 새로 자리하게 되는 이 시점에 과감한 정책의 전환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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