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거부 해제, 정상화 기대하던 구성원들 여전히 ‘불안’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청주대 캠퍼스 점심시간에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무려 세 팀이 나왔다. 최근 대학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떨어지면서 일부 대학은 후보가 없어 선거가 무산되고 있는 상황에 청주대 선거운동은 치열해 보이기까지했다.

▲ 18일 청주대 캠퍼스 내에서 총학생회 선거를 위해 선거운동원들이 선거운동을 힘차게 펼치고 있다. 이들 중 한명은 “학교의 정상화를 위해 선거운동이라도 활기차게 펼치려고 한다”고 밝혔다.

최신가요도 흘러나왔다. 학생들은 방송실에서 선곡해주는 음악과 사연을 들으며 ‘기호 몇 번 뽑을래?’, ‘주말에 남자친구랑 뭐했어?’ 등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며 정문에서부터 강의실 또는 중앙도서관, 카페, 식당 등으로 향했다. 여느 대학 학생들과 다름없이 평범했다.

지난 18일 여전히 학교 곳곳에는 총장과 대학을 규탄하는 현수막과 팸플릿, 스티커가 고스란히 붙어 있었다. 표절·세습 총장 퇴진, 단체협약 체결, 부실대학 책임 등. 평범하지 않은 문구들이 가득했다.

▲ 지난 8월 말 청주대가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되면서 청주대 학내구성원들이 김윤배 총장 퇴진 운동을 벌이는 스티커를 본관에 붙였다.

무엇보다 정문을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본관이 나온다. 불안함의 답. 대학 행정의 중심이 되어야 할 본관이 점거·봉쇄돼 있다. 심지어 이 대학 일부 행정직원들은 정문 밖의 PC방에서 업무를 보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67년의 전통과 역사가 가득한 청주대에선 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 청주대 중앙도서관, 단과대 강의실 곳곳에는 ‘학생이 펜을 놓으면 세상이 주목합니다.’라는 스티커가 붙여있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지난 3일부터 14일까지 약 2주 동안 단체 수업거부를 진행했다.

'학생이 펜을 놓으면 세상이 주목합니다.'

청주대 중앙도서관, 단과대 강의실 곳곳에 붙여있는 스티커 문구. 청주대 총학생회는 지난 10월 6일 수업거부를 결정한 후 전체 학생투표를 통해 지난 3일부터 14일까지 약 2주 동안 단체 수업거부를 단행했다. 이 기간 동안 모든 단과대학 강의동이 봉쇄돼 수업거부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과 교수들은 야외 수업을 하거나 연구실을 이용했다.

“2주 동안 학생이 거의 없었어요. 중앙도서관 오는 아이들 정도? 학교수업은 어제(17일)부터 제대로 진행되기 시작했어요. 어제부터 총학생회가 수업 거부를 해제하고 그 이전에는 계속 휴강이었으니까요. 그래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에요. 학교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인문대학 앞을 지나는 반도체공학과 새내기들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수업거부는 총장과의 대화가 불발된 데 따른 것이었다. 유지상 총학생회장은 “대학생들이 교육을 멈추는 것은 이 나라, 지역의 미래를 멈추는 것이다. 이러한 학생들의 결의가 있는데 한 달여간의 시간동안 총장은 왜 학생들이 이렇게 까지 수업 거부를 해야 하는지 관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중앙도서관에서 산업공학과 학생 한 명을 만났다. 3학년이라는 이 학생은 “총장 퇴진 운동은 찬성한다. 적립금을 3000억원이나 빼갔다. 그 돈이면 우리 학교가 어느 수도권 대학 못지않게 컸을 것”이라면서도 “수업거부는 해제됐지만 이후 대책이 없다. 2주 동안 수업 못한 것을 야간에 보강하기로 했다. 그러나 알바를 하거나 통학을 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하는가”고 털어놨다.

▲ 총학생회, 총동문회, 교수회, 직원 노동조합 등은 '청주대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리고 본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학내 구성원들의 총장 퇴진 운동은 지난 8월 말 청주대가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되면서 촉발됐다. 총학생회, 총동문회, 교수회, 직원 노동조합 등은 '청주대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리고 본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학교 측은 비대위가 강압적·비민주적인 행태를 배제하고 자율적·민주적 대화 분위기로 전환해야만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눈 가리고 아웅‘이 너무 많잖아요….”

“총장이 지금 대학을 포기한 것이 아닐까 그게 제일 걱정돼요. 3년 후에 또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걸리면 자동퇴출인데.”

“그래도 총장은 자기 재산 일부를 가져갈 수 있잖아요. (총장이) 손해 볼 것은 없다고요.”

학교 밖 한 한 커피숍에서 이 대학 교수들의 수군거림이 여과없이 들려온다. 한쪽에서 만이 아니라 여러 쪽에서 학생, 교수, 직원들이 우려감을 토로했고 간간이 한숨소리도 섞여나왔다.

이 커피숍 사장은 “청주대가 그렇게 힘 있는 학교인가요? 왜 언론에서 제대로 안 터트려주나요? 2주 동안 학생들이 안와서 가게 장사를 아예 못했다고요”하고 울상을 지었다.

직원 노조 자리 한 켠 에서는 색소폰 소리가 외롭게 들려온다. 색소폰 소리는 점심시간, 캠퍼스에 흘러나오던 최신 가요에 묻히면서도 청아하게 본관 앞에 울려 퍼졌다.

“파업 중 할 것이 딱히 없어서 색소폰을 취미로 불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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