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연구소 '통계로 본 학벌사회'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학벌사회의 늪은 여전히 깊었다. 사법고시를 비롯한 각종 고시에서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출신자의 비중이 절반을 넘었고, 정치인 중에서도 43%가 이들 대학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500대 기업 CEO의 50.5%도 이들 세 학교를 나온 경영자들이 즐비했다. 언론사 주요 간부의 75%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이다.

20일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통계로 본 학벌사회’에 따르면 올해 사법시험 합격자의 39.2%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른바 SKY 출신이다. 이 가운데 19.6%는 서울대 출신으로 나타났으며 합격자 출신 대학 상위 10개교에서 지방대로는 부산대가 유일하게 포함됐다.

지난 5년간 신규법관 임용비율에서도 학벌사회의 그늘은 더욱 짙게 드러난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임용된 신규법관 660명 중 340명(51.5%)이 서울대 출신이다. 고려대는 135명, 연세대는 52명을 배출했다. 세 학교 출신만 527명(79.9%)명에 달했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임용된 경력법관 115명의 출신학교를 보면 서울대 출신이 50명(43.5%)이고 고려대 20명(17.4%), 연세대 13명(11.3%)이다.

정부도 다르지 않다. 현재 정부부처 3급 이상의 고위공무원 출신대학을 보면 1476명 중 서울대가 435명으로 29.5%를 차지했고 △연세대 152명(10.3%) △고려대 133명(9%) 순으로 나타났다. 3개 대학의 비율만 48.8%에 달했고, 출신교 상위 10개 대학에 진입한 지방대는 전남대(32명)가 유일했다.

최근 6년간 외무고시 합격자 출신 대학에서도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는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총 203명의 합격자 중 서울대가 절반에 달하는 93명(45.8%)을 배출했다. 연세대에서는 43명(21.2%), 고려대에서는 29명(14.3%)이 합격했다. 이들 대학 출신자 비율은 무려 81.3%에 이른다.

대학교육연구소 측은 “선발 인원이 소수라 타 대학의 진출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 대학교육연구소 현안보고 4호, 2014

정·재계 역시 절반 가량이 SKY 출신자였다.

19대 국회의원 중 서울대 출신은 78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가 26명, 연세대가 24명을 배출했다. 이밖에 △성균관대(21명) △이화여대(12명) △중앙대(9명) 등이 뒤를 이었다. 국회의원 비율에서도 상위 10개 대학 중 지방대는 전남대 한 곳에 그쳤다.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 중에서는 296명(50.5%)이 SKY를 나왔다. 서울대는 154명의 최고경영자를 배출해 고려대(88명)와 연세대(54명)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언론사 간부도 SKY 출신이 다수를 점유했다. 국내 총 25개 신문과 방송, 통신사의 편집·보도국장과 부장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38명(36.5%)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와 연세대가 각각 28명(26.9%)과 12명(11.5)로 나타났다. 주요 간부의 74.9%(78명)가 SKY출신이었다.

SKY대학의 모교 출신 교수 선호 현상 일명 순혈주의도 뚜렷했다. 서울대는 전임교수 중 모교 출신이 1543명(84.1%)에 달했다. 고려대 920명(58.6%), 연세대 1351명(73.9%) 등이다. 연구소 측은 “고려대와 연세대의 타교 출신 교수 중 서울대 출신 교수가 다수라고 예상할 때 세 대학의 교수는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출신으로 구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특정대학 출신이 사회 전반에 걸친 모든 분야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인 다양성과 발전에 있어 큰 문제가 있는 구조”라며 “이 같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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