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간 갈등 분위기 심각, 김문기 총장은 연락두절

▲ 교육부의 특별 종합감사가 예정된 상지대 정문. 이번 감사가 상지대 사태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사진=이재익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지지부진했던 상지대 사태가 교육부 특별 감사 발표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교육부는 24일부터 학교법인 상지학원과 상지대에 대해 특별 종합감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사진에 대한 취임 승인 신청 반려와 함께 김문기씨를 설립자로 변경한 정관에 대해서도 시정요구를 했다. 20년이 넘게 이어진 상지대 사태가 이제는 마감될 수 있을까.

지난 19일 강원도 원주 상지대 캠퍼스. 청명한 날씨였다. 적지않은 학생들이 캠퍼스를 오가고 있었다. 학생회에 대한 선거운동도 비교적 활발했다. 김문기 총장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들도 걸려있다. 더 이상 제지를 받지는 않는 듯 했다. 윤명식 상지대 총학생회장은 “지금 그러면 일이 커질 것이니 학교에서 떼지 못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 김문기 총장에 대한 반대 걸개는 이제 더 이상 학교 직권으로 내려지지 않고 있다.(사진=이재익 기자)

대신 김문기 총장에 대한 플래카드들도 딱 그 크기대로 커져 있었다. 국정감사 회피용이라는 비판을 들은 천진공업대학 방문이나 건학이념 등에 대한 커다란 플래카드가 상지대 본관을 비롯한 학교 건물 곳곳에 붙어있었다. 건학이념은 ‘상지대학교 설립자·총장 김문기 박사 제정’이라는 말로 마무리됐다.

학생회관 앞에는 수업거부에 대한 교무처장의 공지사항이 붙어있었다. 공지에는 학사일정에 차질이 발생해 유급자가 생기거나 장학금 혜택에서 제외될 수 있다면서 “학생회의 선동에 휩쓸려 피치 못할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업관리 규정을 준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어놓았다. 본관 앞에는 학생들이 돌아가며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 수업거부가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내용의 공지가 상지대 학생회관 앞에 붙어있다.(사진=이재익 기자)

일반 학생들은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던 학생들은 딱 반반의 심정을 표했다. '회의 반, 기대 반'. 그렇게 딱 반반씩.

1학년 때부터 시위에 참가했다는 4학년 A씨는 “몇 년이 지났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농성이 옳은 행동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성과가 크지 않으니 지금 와서는 크게 감흥은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감사에 나선다는 발표에 기대를 갖는 학생도 있었다. 4학년 B씨는 “교육부가 직접 감사에 나선다고 하니 이번에는 성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C씨도 “예전보다는 나을 것 같다”고 거들었다.

한 여학생은 교육부가 의지를 가진 것인지 아직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그동안 경고를 비롯해 해결한다는 입장은 수차례 밝혔지만 큰 진전은 없었다. 질질 끈 것이 얼마나 되나. 대처를 하지 않은 것 아닌가. 이번 감사도 과연 잘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 직위해제된 정대화 교수는 19일까지 16일 동안 단식투쟁을 이어왔다.(사진=이재익 기자)

단식투쟁 16일째를 맞이한 정대화 교수를 찾았다. 정 교수와 총학생회 학생들은 지난 4일 사학분규를 끝내기 위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지난 13일  열흘만에 단식농성을 풀었고 정 교수만 혼자 이어가는 중이다. 이날 정 교수는 기자회견과 함께 단식농성을 끝냈다.

정 교수는 지난 4일 이사회에 의해 직위가 해제돼 수업을 진행하지 못한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만장일치로 대체 수업 대신 정 교수에게 야외수업을 듣기로 했다.

정 교수는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단식을 계속할 생각도 있었지만 감사를 철저히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 그만두게 됐다. 24일 감사단과 면담을 할 예정이다. 자료와 의견을 전달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 상지대 교수협의회는 교육부 감사를 계기로 상지대가 정상화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이재익 기자)

이날 오후 1시 30분 교수협의회는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종합감사를 앞두고 입장을 표명했다. 교수협의회는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다. 지난 4년간 김문기 비리재단이 저지른 모든 잘못이 숨김없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감사가 시작되는 날부터 상지대가 정상화되는 날까지 대학 정상화와 발전에 매진할 것이며 학생이 행복한 대학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시간 후엔 총학생회 학생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진행됐다. 6명의 학생 중 1명의 학생에 대한 소명절차였다. 교육부 감사가 확정됐는데도 징계를 진행하냐며 항의하는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에게 징계위원장인 강명학 학생지원처장은 “내 임기가 3년 남았다. 마지막 3년, 김문기 총장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교수협 관계자와 학생들이 강력히 항의하자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해명했다.

징계위원회가 진행되는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징계위원회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정회됐다.

▲ 건물에 걸린 상지대 건학이념.(사진=이재익 기자)

학교는 곳곳에서 삐걱거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자유롭게 일하던 예전과 다르게 눈치를 보게 된다. 내가 한 일 때문에 불이익이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한다.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니 업무수행에도 소극적이 됐다”고 했다.

그는 “교수들보다 직원들은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더 어렵다보니 다들 쉬쉬한다. 노조도 움직이지 않는다. 얼마 전에도 직원들을 특채로 뽑는다며 4~5명을 한꺼번에 뽑으려고 인사위원회를 열었다가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일도 있다. 학교 행정 자체가 예산을 줄이려는 판국에 학교 건물에 거는 현수막에는 쓸데없는 돈을 쓴다. 어느 학교가 그렇게 걸어놓는가”며 반문했다.

▲ 상지대 학내 언론인 상지대신문 가판대. 상지대신문은 밑으로 내려지고 김문기씨가 환영사를 쓴 '풍중소림'홍보책자가 놓여있었다.(사진=이재익 기자)

상지대 곳곳에 놓인 신문가판대에는 상지대신문 대신 한·중 수교 22주년 기념행사인 ‘풍중소림’ 공연 책자가 놓였다. 책자에는 김문기 총장의 후원사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환영사가 들어있었다.

상지대신문 전우재 편집장은 학내 언론에 대해 압력이 있다고 했다. 전 편집장은 “발행인이 총장인데 총장을 반대하는 내용이 실리면 안 된다고 했다.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현재 학교 지원이 끊겼다. 발행부터 하고 정산하는 방식이라 신문이 나가고 있지만 언제 발행이 중단될지 모른다”고 밝혔다.

11월 17일자 신문부터는 내용에 대해 학교 측의 결재를 받기 시작했다. 전 편집장은 “설립자가 김문기 총장으로 변경됐다는 기사가 실렸는데 그 내용을 빼고 ‘풍중소림’ 행사 기사를 넣으라고 했다. 살살 쓰라고 하니 자기 검열이 이뤄지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문기 총장과의 연락시도는 이날 학교를 떠나기 전까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학교를 나서며 잡아탄 택시의 운전사는 자신이 상지대 89학번이라며 말을 꺼냈다. 

“예전엔 다들 나서서 데모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택시를 타는 상지대 학생들도 김문기 얘기를 하는 학생이 드물다. 정말로 상지대가 나아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상황이 나아졌으면 좋겠는데...”

상지대 사태는 정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 상지대 본관 모습. 학생들이 농성하고 있는 천막과 학교 측에서 걸어놓은 대형 걸개가 대비된다.(사진=이재익 기자)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