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싸움’ 전문대학·폴리텍 한 자리에

기대보다 한산해 홍보 효과 미흡…일부선 전시효과 지적

▲ NCS 박람회가 20일 킨텍스에서 열렸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양지원 기자]제1회 NCS(국가직무능력표준) 박람회가 20일 일산 킨텍스 제2전시관 10A홀에서 개최됐다. 교육부(장관 황우여)와 고용노동부(장관 이기권)가 공동 주최하고 서울특별시교육청,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산업계, 교육계, 정부가 한 자리에 모여 능력중심사회 구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최두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등 행사에 참여한 내빈들은 개막식 행사에 앞서 “학벌이나 스펙이 아닌 능력중심사회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는 취지의 축사로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이승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학벌사회에서 능력중심사회로 가자’는 행사 슬로건처럼 NCS가 산업체와 학교 간 미스매치를 없애주고, 이를 통해 사회가 능력 중심으로 가다보면 학력 과잉주의도 사라질 것”이라며 “그동안 전문대학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4년제에 편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지만, 전문대학만의 고유한 영역을 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전문대학·폴리텍 ‘만남의 광장’…“NCS가 양 기관 가교 역할 =이날 박람회는 각 주최 측 산하인 전문대학과 폴리텍이 NCS를 중심으로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최근 폴리텍이 관장하는 영역이 급격히 확장되면서 일각에서는 폴리텍으로 인해 전문대학이 설 곳을 잃었다는 ‘전문대학 위기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는 전문대학가가 폴리텍에 거리감을 두는 이유기도 하다.

양 기관의 공생이 어려운 이 시점에, 이날 63개의 전국 전문대학들은 폴리텍과 함께 박람회에 참여, 오랜만에 같은 공간을 공유하게 됐다.

폴리텍의 한 관계자는 “그간 전문대학의 반발로 인해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건 사실”이라며 “관할 부처가 다르고 역할이 분명히 다르다는 이유로 폴리텍은 전문대학 행사에 낄 수가 없었는데, 그런 측면에서 이번 박람회는 분명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역시 “NCS로 인해 양 기관이 상호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라며 “폴리텍이 NCS 기반 교육과정 도입을 선제적으로 해 온 만큼, 박람회를 통해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좋은 관계가 정립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방소재 전문대학 모 부총장은 “교육기관보다는 좀 더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했으면 박람회 성과가 더 크지 않을까 싶다”며 “NCS가 산업체 맞춤 인력 양성의 핵심인 만큼 산업체와 대학 간 교류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날 한국남동발전(주), 두산인프라코어(주) 등 18개의 산업체가 박람회에 참석했다. 참여기업의 한 관계자는 “박람회에 참석하면 일을 못하기 때문에 회사 내 실무진 입장에선 참여 자체 부담감이 있다”며 “그래도 좋은 취지로 마련된 행사인 만큼 대학과 마이스터 고교 등 참여 교육기관들과 최대한 소통을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예상보다 한산…전문대학가 “엑스포와 유사 행사, 효과 미지수” =올해 처음 열린 박람회인 만큼 몇 가지 아쉬움도 남았다. 물론 행사 취지나 목적 등은 전혀 달랐지만 현장 분위기는 지난 7월 개최됐던 ‘2014 전문대학 엑스포’와 흡사했다. 반면 많은 인파로 붐볐던 엑스포와 달리 이번 행사는 비교적 한산했다.

주최 측은 예상 참관 인원을 4만 5000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행사 마지막 날인 21일 방문객 수를 예측 해 봐도 기존 목표치에는 미달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번 박람회는 불특정 다수를 타깃으로 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계자들끼리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NCS 자체 홍보가 우선 중요하고 도입이나 교육과정 등 구체적인 추진 과제들은 정책 포럼 등을 통해 유관기관끼리 공유하는 게 맞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이날 행사에 참여한 기관 가운데 전문대학들의 비중이 가장 컸지만 개별 대학별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점도 아쉽다는 평이다.

지방 모 전문대학 관계자는 “호텔관광, 경영, 미용 등 홍보할 수 있는 전공이 대학끼리 중복된다”며 “칵테일이나 커피 시음, 네일아트 부스 등 대부분이 비슷하기 때문에 박람회를 위해 준비한 만큼의 기대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모 전문대학 관계자도 “방문객들에게 준비한 기념품을 주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면서 “부스 규모도 좁아 우리 대학만의 경쟁력을 드러내기에는 어려운 여건”이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또 다른 지방 전문대학 한 관계자는 “이제 막 수시2차 모집도 끝나고 입시에 치중할 시기인데 이 행사가 자칫 입시 홍보장으로 전락할지 모르겠다”며 “행사의 취지나 목적이 불분명해질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 NCS 박람회 현장 모습.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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