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계열 대외역량평가 우려감…구성원 반발 여전

대학 "불이익이 발생시 정성평가 통해 보전하겠다"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중앙대가 학문단위 구조개편을 위한 평가지표를 공개했다. 약 3주간의 구성원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학문단위 별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그러나 바뀐 지표에도 불구하고 예술계열 등 일부학과에선 타 학과에 비해 불리할 수 있다는 비판이 여전히 나온다. 대외 경쟁력 평가에서 중앙대보다 상위에 위치한 대학의 동일계열 학과와 비교하는 ‘동료그룹(Peer group)평가’가 평가 방식으로 적절하냐는 문제도 남아있다.

20일 중앙대 안성캠퍼스에서는 학문단위 구조개편 의견수렴 결과와 지표변경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중앙대 측은 이번 학문단위 구조개편 작업이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정책과 발맞춘 개혁임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단순히 학과 통폐합을 통한 정원 감축이 목표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재학생들이 교육의 질에 만족하고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한 미래에 유망한 학문분야를 위한 융복합 학과 단위 신설도 이번 학문단위 구조개편의 목표로 삼았다.

■ 수정 발표된 평가지표 그 내용은= 중앙대는 내부 역량평가를 위한 평가지표 수정안을 공개했다. 특히 예술계열 학과의 불리를 해소하기 위한 변경안이 제시됐다.

교원업적평가의 연구, 교육, 봉사영역에서 계열별 특성을 반영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예체능 계열이 실질적으로 다른 학문단위와 동등하게 논문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반영했다. 연주회 개최, 특허 등 창작활동도 학문단위의 업적평가로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연구, 교육, 봉사 등 교원업적평가의 가중치도 예체능 계열은 달리 적용한다.

예술계열 전공 학생들이 복수전공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도 반영됐다. 복수전공 신청자 지표를 15점에서 5점으로 줄였다. 취업률 지표에서도 예술계열 전공 학생을 고려했다.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았어도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건강보험가입자 기준이 아닌 국세청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유지취업률을 산정하기로 했다.

대외 역량 평가는 동료그룹(Peer group)평가로 진행한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와 QS세계 대학 평가 등에서 중앙대와 비슷하거나 상위권이라고 판단한 10개 학교를 선정했다. 해당 학교와 중앙대의 같은 학문단위 간 비교를 통해 대외 경쟁력을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비교대상으로 지정된 10개 학교는 △ 서울대 △ 연세대 △ 고려대 △ 성균관대 △ 서강대 △ 경희대 △ 한양대 △ 부산대 △ 인하대 △ 포스텍이다.

대외 역량 평가 지표로는 △ 전임교원 1인당 국내논문수 △ 전임교원 1인당 국제논문수 △ 전임교원 1인당 대외연구비 △ 중도탈락율 △ 전임강의담당비율 △ 취업률 △대학원 진학률(국내외)로 구성됐다.

■ '특정학과에 불이익 오나" 학생들 ‘반발’ 계속 = 평가 지표의 공개에도 불구하고 예술계열 학생과 교수의 반발은 거셌다. 특히 대외 경쟁력 평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종합평가 순위에서 중앙대보다 상위 대학이더라도, 학과 단위를 놓고 비교했을 때 중앙대보다 경쟁력 있는 학과라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학문단위는 타 대학에 같은 전공이 없는 경우가 있어 평가에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이택인(미술학부 한국화과3)씨는 “(동료그룹평가로) 선정된 대학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서강대, 인하대, 포스텍 등에는 예술계열 학과가 없다. 우리와 비교할 학과가 없는 대학과 비교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 여건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대외 평가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학교 차원의 지원이 부족해 대외 평가에서 불리한  책임을 각 학과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해서 결국 구조조정으로 귀결지을 수 있냐는 주장이다.

음악학과의 한 학생은 “지금 우리 학과는 점점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다. 2009년 구조조정 이후 학과에 지원도 없어졌고 1학년들도 휴학하고 많이 나간다. 다른 대학은 실기 장학금이 100% 지원되지만 우리는 아예 실기 장학금도 없다. 학교의 지원과 관심이 있어야 (학과 경쟁력이) 좋아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조조정 시작하면 우리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전임교원 확보율이 학과의 경쟁력을 판단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방재석 공연영상창작학부(문예창작전공) 교수는 “현재 문예창작전공 전임교수는 3명이다. 10개 대학 중 문예창작과가 있는 대학은 고려대 밖에 없다. 고려대는 전임교원 수만 6명이다. 비슷한 국문학과와 비교해도 불리함은 해소되지 않는다. 서울대 국문과 전임교수는 26명이다. 전임교원 확보는 학과 차원에서 노력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측은 대외 경쟁력 평가의 문제점을 충분히 보완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김병기 기획처장은 “문예창작과의 상황은 충분히 고려하겠다. 다만 다른 전공에서 전임교원 담당비율은 평가지표로 유의미하다. 중앙대 전체를 놓고 보면 타 대학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 교수들이 대학원 강의에 치중한다는 점과 교과과정이 지나치게 방대하다는 점 때문에 전임교원의 강의 담당비율이 조금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예술계열 학과가 불리함이 없도록 대외평가에서 우리와 비교 대상 학교 수정도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김창수 행정부총장은 “특정 학과 상황이 나빠졌다는 말은 수용할 수 없다. 학과 평판이나 경쟁력이 후퇴했다는 건 구조조정이 아닌 다른 요인 때문이다. 또한 지표 하나하나를 두고 학과 통폐합이 좌우되는 것이 아니며 불이익이 발생한다면 정성평가를 통해 보전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중앙대는 21일 흑석캠퍼스에서 재차 공청회를 연다. 이날부터 학문단위 구조개편 평가작업에 바로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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