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연구실장

사상 초유의 수능 시험이라고 할 만하다. 특히 자연계 상위권 수험생의 변별력을 주도하던 수학 B형의 난이도 파괴는 자연계 상위권을 수시 대학별고사의 블랙홀로 빨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인문계열 상위권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수능의 변별력 약화로 수시에 승부를 걸어보려는 수험생이 많아진 것이다.

수능 상위권 수험생 다수가 수시로 합격하게 되면 정작 정시모집에서는 수능 성적이 우수한 수험생이 얼마 남지 않는 상황도 초래될 수 있다. 아직까지 수시 대학별고사 응시의 선택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수능 가채점을 통해 정시 합격 가능성을 확인해 보고 응시하기를 바란다. 가채점 분석 및 활용에서 유의해야 할 내용을 살펴보자.

"국수영 원점수 최고점은 지난해와 동일(100점)하지만 표준점수 최고점은 크게 낮아졌다" 

수능 시험의 영역별 원점수 만점은 지난해와 금년이 동일하다. 그러나 영역별 난이도를 반영한 표준점수 최고점(추정)은 크게 다르다. 시험이 어려운 것으로 예상되는 국어B형을 제외한 국어A형, 수학A/B형, 영어 모두 표준점수 최고점이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학은 지난해 표준점수 최고점에 비해 A형 -10점, B형 -12점 낮다. 인문계열 기준 총점(국B수A영) 은 지난해 410점에서 금년 400점, 자연계열 기준 총점(국A수B영)은 지난해 406점에서 금년 386점으로 낮아졌다. 가채점 결과 국어, 수학, 영어에서 각각 만점을 받았으나 해당 영역(유형)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다.

"가채점 결과 만점이나 1등급이어도, 해당 영역이 수학B형과 영어라면 변별력은 제로에 가깝다" 

표준점수는 시험 난이도를 고려한 점수 체제이므로, 시험이 쉬우면 1등급이상 상위권의 표준점수 변별력이 낮아지고, 반대로 시험이 어려우면 표준점수의 변별력이 높아지는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1등급 표준점수는 지난해와 금년이 비슷하지만 최고점과의 차이를 비교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위 표에서처럼, 특히 쉽게 출제된 수학B형과 영어는 만점과 1등급 구분점수의 차이가 각각 0점과 1점으로 상위권 변별력이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 달리 말하면 상위권 수험생의 영역별 1등급(상위 4%)까지는 점수가 모두 같다는 것이다. 즉, 수학과 영어 성적이 동일하다면 점수 차이가 날 수 있는 영역은 국어와 탐구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가채점 원점수 기준에서 반영되는 탐구 점수는 성적 발표 후에 백분위를 활용한 변환표준점수로 적용하게 되면 원점수 기준보다 탐구의 유, 불리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가채점 점수를 기준으로 정시 모집 합격 가능성을 점검할 때 국수영탐 원점수 400점 만점 기준으로 ±3점 내외의 오차를 적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하지만, 탐구 표준점수를 그대로 반영하는 경우는 원점수의 유, 불리가 표준점수/백분위로 이어지게 된다.

"쉬운 수능에서도 원점수 총점 점수대별로 영역별 영향력이 다르게 나타난다" 

2015 수능 가채점 분석 결과, 수학과 영어의 변별력이 크게 약화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국수영탐 총점 기준으로 보면 인문, 자연 모두 점수대별로 영역별 변별력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인문계열의 경우 국B수A영사 총점 390점과 370점의 영역별점수 차이를 보면 국어B 9점, 사탐 6점, 수학A 3점, 영어 2점으로 국어B와 사탐의 변별력이 크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국B수A영사 총점 350점과 330점의 영역별점수 차이를 보면 영어 6점, 국어B 5점, 사탐 5점, 수학A 4점으로 영역별 차이 점수가 비슷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계열의 경우는 국A수B영과 총점 390점과 370점의 영역별점수 차이를 보면 과탐이 12점으로 국어A 3점, 수학B 3점, 영어 2점을 합산한 8점보다 1.5배 더 높은 점수이다. 원점수만 보면 자연계열 상위권은 과탐 성적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국A수B영과 총점 350점과 330점대에서는 영어 6점, 수학B 5점, 과탐 5점, 국어 4점으로 인문계열과 마찬가지로 영역간 변별력은 비슷해 짐을 알 수 있다.

"가채점 기준 등급 구분 점수, 성적 발표후 바뀌어 질 수 있다"

수능 시험 성적 결과 발표 후 예년의 상황을 보면, 금년 가채점 원점수 기준의 영역별 등급 구분점수는 다소 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도 국어, 수학, 영어는 등급대별로 1~3점 내외, 탐구는 1~5점 내외로 가채점에서 추정한 등급 구분 점수와 실제 결과의 오차가 있었다. 따라서 수험생 자신의 가채점 오류와 입시 기관의 등급 구분 점수 추정 오류를 고려한다면 수시 모집의 대학별고사 응시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수시 대학별고사가 남아있는 수험생이라면 자신의 영역별 가채점 결과를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점검하는 것이 금년 수시/정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