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실패한 정책 … 당장 중단해야”

“구조개혁, 목표는 대학경쟁력 제고 아닌 정원감축”
“재학생만 피해 받는 비교육적 정책 당장 중단해야”
“성적분포평가는 창의인성교육 막는 부적절한 지표”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대학구조개혁 정책이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장악력만 높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24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대학구조개혁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이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실패했다며 한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이재 기자)

임재홍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정책위원장(방송통신대 교수)은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대학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정원감축이라는 진의를 감춘 실패한 정책”이라며 “이대로 진행되면 대학의 경쟁력은 무너지고 교육부의 대학에 대한 통제만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도종환, 박홍근 등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24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개최한 ‘대학구조개혁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 참가해 그간 교육부의 고등교육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11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임 교수는 지정토론자로 참가해 △대학구조개혁 정책의 합목적성 △평가지표의 타당성 △정책의 비현실성 △교육부에 대한 불신 등을 진단했다.

특히 교육부가 교육의 질 개선에는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는 학생의 등록금 만큼의 교육질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사학법인이 교육을 책임지지 못하면 정부라도 나서서 보조해야 하는데 도리어 외면하는 정책으로 일관해왔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는 교육부 박대림 대학학사평가과장을 비롯해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윤지관 한국대학학회 회장(덕성여대 교수) △서민원 한국대학평가원 원장(인제대 교수)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동의대 교수) 등이 참가했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가 폐기된 ‘부실대학’ 지정사업과 대동소이 하다고 지적했다. 학생충원률과 전임교원 확보율, 교육비 환원률 등 정량지표가 지방과 소규모 대학에 불리한 지표라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수도권 대규모 사립대는 지정을 피해가고 지방 소규모 대학만 고사시킨 이전 정책의 부작용이 되풀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가 당위성 없이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강행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윤지관 학회장은 “평가기준조차 확정이 안됐는데 평가를 진행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교육부가 미완의 지표를 강행한다고 나서 일정은 화급하고 대학은 혼란에 빠져있다. 향후 얼마나 많은 대학의 역량이 이에 소모될지 모른다. 대학교육의 악화는 불보듯 뻔하다. 한시적으로 지금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학회장은 또 “대학교육의 질을 제고한다는 것이 방침이라면서 교육여건이 좋지 않은 대학에 정원감축을 요구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대학 재학생에게 돌아간다. 학생이 피해받는 정책이 교육정책이냐”고 비판했다.

평가지표의 타당성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선정된 평가지표가 정책 추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민원 평가원장은 “학사관리 항목에서 학생 성적분포의 적절성은 창의인성교육을 하겠다는 대학에 기계적인 상대평가를 도입하라는 것”이라며 “학생의 장점에 대한 타당한 평가보다 분포도를 맞추는데 급급하게 되는데 이런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또 “개선노력에 대한 반영은 긍정적이나 설립시부터 여건을 잘 갖춘 대학은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타당한 방식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정책추진 방식에 대한 이의제기도 나왔다. 박순준 사교련 이사는 “지금 진행한 토론회를 가지고 ‘의견수렴을 했다’며 정책을 추진해선 안된다. 여러 교수단체가 지적해온 많은 문제를 하나도 수용하지 않은 채 의견수렴했다고 하니까 교육부가 폭력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고 성토했다.

교육부가 대학분규에 사실상 손을 놨다는 불만도 있다. 오제도 전국교수노동조합 사무차장은 “청주대는 교육부가 요구해온 대학구조개혁에 따라 지난 6년간 13개 학과를 통폐합했다. 그 결과가 학생들의 총장실 점거와 2주간 수업거부다”며 “교육부는 이 같은 학생들의 피해에 대해서 어떤 대안도 내놓지 못하지 않았느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박대림 교육부 대학학사평가과장은 “각종 지표와 방식에 대한 각계각층의 불만을 수렴하고 있다. 2차 공청회 뒤 대학에서 보내온 의견제안서가 막대한 분량이다. 이를 모아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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